멈춰버린 블로그, 잊혀진 글들.
24. 8월에 멈춰있는 그들의 '최근 업데이트 날짜'
매일같이 찾아오던 블로거들의 '최근 업데이트 날짜'가 멈춰있다.
자신의 생각이든, 관심사든, 아니면 무엇이든 글을 올리던 수많은 블로거들이 사라졌다. 그만큼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문제 될 것은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들이 남긴 글들은 어떻게 될까?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들여 자신의 생각을 남기려 했던 그 시간들은 어떻게 될까? 여전히 생각하게 만들고, 감동을 주는 글들은 여전히 생명력을 간직한 것일까, 아니면 더는 아무 감흥을 주지 못하는 죽은 글이 되어버린 걸까?
그들은 떠났다.
돌아올 수 없는 곳에 강아지를 두고 가는 유기견 주인들처럼, 그들은 떠났다. 몇 달 전의 풍경과 기억에 머물러 있는 그들의 글들은 그 자리에 유기되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글들의 생명력은 점점 희미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미 셀 수 없이 많은 글들이 온라인에서 생명력을 잃은 채 박제처럼 존재한다.
시간이 오래 지나도 좋은 글은 남는다. 밝은 빛이 영원히 변하지 않는 별빛 같은 글들이 있다. 하지만 멈춘 블로그의 우주 속에서는 그런 별들은 더는 빛나지 않는다. 그 별에 빛을 주던 태양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제 그 글들은 우주 쓰레기처럼 떠돌며 생명을 다했다. 너무 많은 반짝이는 별들 속에서 아무도 빛을 잃은 행성에는 눈길을 주지 않는다. 아무도 더 이상 읽지 않는 그 글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메일함을 가득 채우는 스팸 이메일 같다. 인터넷 공간을 가득 채우지만, '모두 삭제' 버튼 하나로 지워져도 아무 문제가 없는 그런 데이터 조각들처럼.
온라인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글은 저자가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독자가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그렇게 해야만 그 글의 생명력이 길어진다. 독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글들은 결국 유기된다. 저자의 글 업데이트 날짜는 그날로 멈추고, 그곳에 남겨진 글들은 '포기한 자의 글'이라는 오명까지 얻게 된다. 저자가 아무리 심혈을 기울여 쓴 글이라 해도, 그 글이 독자의 마음에 닿기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남겨진 글들 중에는 형편없는 것도 있지만, 계곡물속에서 반짝이는 돌처럼 아름다운 글도 있다. 그러나 클릭 한 번이면 창은 닫히고, 더 이상 그 글과 마주할 수 없게 된다.
우리는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고, 쓰레기 배출을 줄이려 노력한다. 대한민국에 쓰레기를 매립할 공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온라인 세계의 공간은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우리는 온갖 글들을 내다 버린다. 글이 버려지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 글을 쓴 사람의 시간과 노력이 버려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비록 그 글들은 아무도 찾지 않는 데이터 조각이 될지라도, 그 글을 쓰던 저자의 시간은 그의 생각을 성장시키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생명 없는 블로그의 글들을 지나쳐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