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신랑신부가 아닌 결혼식장에 내 축의금을 주는 기분일까?
"예식장 대관료는 부가세 포함 550만 원인데요, 1월에는 비수기 가격 적용으로 330만 원입니다.
식대는 부가세 포함 77,000원입니다."
지난 주말, 이틀 연속 서울의 비슷한 동네에 있는 각기 다른 결혼식장을 다녀왔다. 하나는 아내의 사촌 동생 결혼식이었고, 두 번째는 대학교 후배의 결혼식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결혼식을 열지 못해 망한 예식장이 한두 곳이 아니라는 것을 기사를 통해 알고 있다. 사실 기사를 보지 않아도, 내가 오랫동안 살았던 동네에서 어릴 때부터 있던 대표적인 예식장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다. 코로나 때문인지, 줄어드는 결혼 인구 때문인지는 명확히 알 수 없지만, 예식장 수가 줄어든 건 사실이다.
이번에 결혼한 후배가 결혼한 장소에서, 내년 1월 또 다른 후배도 결혼할 예정이다. 그 후배로부터 요즘 결혼식 비용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대관료가 500만 원이 넘고, 식대는 7만 원을 넘는다고 했다. "그럼 고급스러운 곳이고 음식도 특별해서 비싼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지난 주말에 갔던 그곳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보통'의 결혼식장이었다. 눈에 띄게 고급스럽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평범한 결혼식장이었다.
예전에는 친구나 직장 동료, 지인들의 결혼식에 축의금을 할 때, 직접 참석하면 10만 원,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하면 5만 원을 내곤 했다. 나도 9년 전 결혼하면서 여러 결혼식장의 대관료와 부대 비용, 식대를 알아봤기 때문에 당시의 가격대를 잘 알고 있다. 그때만 해도 인원이 어느 정도 보장되면 대관료는 저렴하거나 무료인 경우가 많았고, 식대만으로 정산하는 곳도 있었다. 예식장 간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그때는 신랑신부가 몇 가지를 포기하면 비용을 많이 절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조금 괜찮다는 결혼식장은 이미 1년 전에 예약이 꽉 찼다고 한다. 과거에는 대관료가 없고, 식대는 5만 원 전후였던 예식장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제는 그 수준의 결혼식장에서 식을 올리려면 예상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든다. 이런 비용을 알고 나니, 축의금 10만 원을 내는 것도 미안해진다. 축의금은 말 그대로 축하의 의미를 담은 금액이니 식대보다 많이 내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대관료까지 들은 나로서는 그것도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몇 년 사이 물가 상승은 정말 놀라울 정도다. 하지만 사람들의 소득 수준은 그만큼 오르지 않았다. 물가 상승만으로도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예식장 대관료까지 엄청나다. 주말에 갔던 예식장들은 모두 예식장에서 지정한 전문 사회자를 써야 한다고 했다. 결혼이라는 인생에서 가장 뜻깊은 날 중 하나를 처음 보는 사회자에게 맡기라는 건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예식 시작부터 사진 촬영까지 1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그 공간의 사용료가 500만 원이라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시간을 엄격히 지키기 위해 전문 사회자를 쓰도록 하는 제도는 결혼을 해본 사람으로서 달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 결혼식장을 선택한 후배도 말하더라. "대안이 없더라"고. 물론, 코로나 이후 미뤄졌던 결혼식들이 한꺼번에 몰린 과잉 수요일 수도 있다.
우리는 자본시장이 공급과 수요의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는 걸 알고 있다. 젊은 인구 감소, 결혼 예정 인구 감소로 인해 결혼식장 공급이 더 늘어나지 않는다. 이게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면, 정말로 공급과 수요의 원칙에 따라 사회적 비용이 재편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주 오랜 시간 시장 논리와 경험으로 합의된 사회적 비용 구조가 변하고 있다. 과거와의 비용 격차는 우리 모두의 주머니에서 나와 누군가의 주머니로, 그리고 사회 어딘가의 또 다른 거품으로 흘러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