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여행자의 시선을 찾다.
아침 출근길,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버스와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로,
인도 한켠에 서서 하늘 사진을 찍고 있는 여행객을 마주쳤다.
출근길의 속도는 무척 빠르다.
자동차로 가득 찬 도로는 막혀있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은 끝없이 서두른다. 버스에서 쏟아져 내리고,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들, 눈을 핸드폰에 고정한 채 바쁘게 움직이는 발걸음들. 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무거웠고, 긴장으로 굳어있었다. 일상에 짓눌린 도시의 아침 풍경은 그리 낯설지 않다.
그런 와중에 한 여행객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시선은 내 등 뒤 어딘가 먼 곳을 향해 있었다. ‘뭐가 있지?’ 궁금해 뒤를 돌아봤다. 별다른 것이 보이지 않았다. 그냥 평소처럼 맑은 하늘, 하얀 구름 몇 점이 떠 있는 푸른 하늘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여행객은 핸드폰 카메라를 고정한 채 한참 동안 그 평범한 하늘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출근길의 사람들은 그의 곁을 지나치며 한 번쯤 그가 보는 하늘을 따라 올려다보았다. 그러곤 미소를 머금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누구도 말하지 않았지만, 그의 미소는 자연스럽게 전염되어갔다.
나 역시 그의 시선을 따라 하늘을 보았다.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미소를 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평범한 일상이 한순간 특별하게 변하는 순간이었다. 그 여행객은 짧은 몇 분 동안 여러 사람에게 작은 행복을 나눠주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면서도, 자주 잊어버린다.
우리 눈앞에 있지만, 너무나 흔한 것이라 쉽게 지나쳐 버리는 건지도 모른다. 그저 평범한 하늘을 보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여유조차 없는 삶을 살아가기도 한다. 오늘 하늘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채 하루를 마무리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말을 굳이 하고 싶은 건 아니다.
그보다는, 인생 자체가 하나의 여행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여행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무엇을 보고, 느끼고, 경험하느냐에 달려있다. 여행은 스스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마음을 우리에게 선물해준다. 세상이 변한 게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변하는 것이다.
오늘 하루도 하나의 작은 여행이다.
행복은 언제 어디서나 숨어 있다. 우리가 그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상도 여행처럼 느낄 수 있다. 어디론가 떠나야만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주변을,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들을 조금만 더 세심하게 들여다보자. ‘이미 다 알고 있어, 새로울 게 없어’라고 생각하면, 어디를 가도 여행자의 설렘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반면에, 늘 새로움을 발견하려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여행자가 될 수 있다.
낯선 이의 시선 하나가 나에게 새로운 시야 하나를 선물한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