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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텔씨 Oct 18. 2024

[사색의 서, 16] 출근길

일상 속에서 여행자의 시선을 찾다.

아침 출근길,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버스와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로,

인도 한켠에 서서 하늘 사진을 찍고 있는 여행객을 마주쳤다.




출근길의 속도는 무척 빠르다.

자동차로 가득 찬 도로는 막혀있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은 끝없이 서두른다. 버스에서 쏟아져 내리고,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들, 눈을 핸드폰에 고정한 채 바쁘게 움직이는 발걸음들. 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무거웠고, 긴장으로 굳어있었다. 일상에 짓눌린 도시의 아침 풍경은 그리 낯설지 않다.


그런 와중에 한 여행객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시선은 내 등 뒤 어딘가 먼 곳을 향해 있었다. ‘뭐가 있지?’ 궁금해 뒤를 돌아봤다. 별다른 것이 보이지 않았다. 그냥 평소처럼 맑은 하늘, 하얀 구름 몇 점이 떠 있는 푸른 하늘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여행객은 핸드폰 카메라를 고정한 채 한참 동안 그 평범한 하늘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출근길의 사람들은 그의 곁을 지나치며 한 번쯤 그가 보는 하늘을 따라 올려다보았다. 그러곤 미소를 머금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누구도 말하지 않았지만, 그의 미소는 자연스럽게 전염되어갔다.


나 역시 그의 시선을 따라 하늘을 보았다.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미소를 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평범한 일상이 한순간 특별하게 변하는 순간이었다. 그 여행객은 짧은 몇 분 동안 여러 사람에게 작은 행복을 나눠주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면서도, 자주 잊어버린다.

우리 눈앞에 있지만, 너무나 흔한 것이라 쉽게 지나쳐 버리는 건지도 모른다. 그저 평범한 하늘을 보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여유조차 없는 삶을 살아가기도 한다. 오늘 하늘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채 하루를 마무리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말을 굳이 하고 싶은 건 아니다.

그보다는, 인생 자체가 하나의 여행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여행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무엇을 보고, 느끼고, 경험하느냐에 달려있다. 여행은 스스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마음을 우리에게 선물해준다. 세상이 변한 게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변하는 것이다.


오늘 하루도 하나의 작은 여행이다.

행복은 언제 어디서나 숨어 있다. 우리가 그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상도 여행처럼 느낄 수 있다. 어디론가 떠나야만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주변을,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들을 조금만 더 세심하게 들여다보자. ‘이미 다 알고 있어, 새로울 게 없어’라고 생각하면, 어디를 가도 여행자의 설렘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반면에, 늘 새로움을 발견하려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여행자가 될 수 있다.


낯선 이의 시선 하나가 나에게 새로운 시야 하나를 선물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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