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 작가의‘먼지에서 우주까지’도 이와 비슷한 느낌이어서 찾아 읽어봤다. 책은 인간과 마음, 우주의 비밀에 대한 작가의 탐구에 대한 내용이다. 그리고 대화체로 구성되어 있다.
이외수 작가는 우리 시대 대중스타와도 같은 분이셨다. 그는 베스트셀러이면서도 꾸준히 사랑받았던 스테디셀러이기도 했다. 누구보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설가였다. 그는 강원도 감성마을에서 독자들을 만나고SNS에서도 활발한 소통으로 트통(트위트 대통령)이란 별명을 얻었다.
기인 같으면서도 누구보다 세상 가운데서 독자들과 만나고 계셨던 그는 유명 소설가이전에 먼저 사람과 세상에 열린 영혼이었고 우주 만물에도 동일하게 열린 가슴의 소유자였다 여겨진다.
그런 이외수 작가에 대해서 우리가 아직 잘 모르는 그의 이면의 이야기가 어쩌면 이 책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봤다.
책을 읽으면서 그가 단지 작가라는 특정 카테고리나 사람들의 보편적인 인식의 한계 안에만 머무르지 않은 사람이라는 걸 새삼 확인한다. 한 때 기행과 파격의 작가, 바보 같은 천재, 광인 같은 기인으로도 불렸던 그의 말은 나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고 내 의식을 확장시켜 주었다.
먼지에서 우주까지, 먼지는 우주 안에서 가장 작은 알갱이다. 그먼지 안에 우주가 들어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뭐라 할까?
불교에서는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이라 한다. 미진은 미세먼지를 말한다. 가장 작은 먼지 안에 시방세계인 온 세상이 담겨있다는 말이다. 일반적인 생각은 큰 것 안에 작은 것이 들어간다. 그러나 작은 것 안에 큰 것이 들어간다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면 어떻게 될까?
먼지는 티끌이라고도 하는 눈에 보이는 가장 최소 단위다. 실제 우주는 우주성간 먼지로 불리는 물질로 가득 차 있다. 이 먼지는 별들의 생성과 파괴, 우주에서의 충돌 등으로 생겨나 우주 성운이나 은하 중심으로 모여 있다. 우주의 90프로 이상이 이 먼지로 채워져 있다니 우주가 곧 먼지라 해도 될 것이다.
추측건대 그 먼지는 처음에는 바위였을 것이다. 바위가 시간을 거쳐서 먼지가 되니.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작가가 소설가가 아니라 수행자처럼 여겨진다. 질문과 대답으로 이어지는 대화문을 통해 그는 그간의 그의 성찰과 수행의 통찰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 속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3차원을 뛰어넘는 생경한 소재나 내용의 이야기도 있다. 그래서 때로 대화가 차원 간을 넘나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달의 사람과의 채널링 같은 경우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물질(몸)이 아닌 정신(의식) 차원에서는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 본다. 사람들은 굳이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확인해야 실체가 있다고 믿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작가는 ‘맛본다’라는 말로 우리가 눈으로 다 보는 것이 아니라 감(각)으로도 본다고 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런 ‘감’이 뛰어나다고 한다. 정말 그래서인 지 우리는 가끔 ‘감 잡았다’는 말을 한다. 우리도 일상 가운데 알게 모르게 이런 ‘촉’을 느끼고 하는 일들도 많다. 논리나 분석 없이 느낌이나 감각을 통해 바로 알아차리는 직관지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런 촉과 감의 일들이 일어날 때 신기하게 여긴다. 그리고 우리가 논리적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을 때 그를 초자연적이라 말한다. 그러나 초자연적이라 해서 다 거짓 현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작가도 잘라 말한다. 오히려 우리가 아직 설명할 방법을 모를 뿐이라 하는 것이 더 맞을 것이기에.
이 책은 그런 내용들을 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외수 작가의 말을 빌어서 이런 열린 세계를 잠시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간 나도 긴가 민가 하던 내용을 그래도 나보다 더 지적능력이 뛰어나고 예술적 감각과 지혜가 많으신 분의 얘기를 통해 들으니 평소 의문스럽던 부분에 대해서 안심이 되고 이해와 정리가 되기도 했다.
먼지는 작은 것도 아니고, 하찮은 것도 아니고, 별거 아닌 것도 아닙니다. 태산만이, 행성만이, 우주만이 중요하고 소중한 게 아닙니다. 먼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먼지를 '먼지라는 이름의 우주'라고 부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인식에 다다를 때 “작은 것 안에 큰 것이 들어 있다”는 신비로운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고, 이 문장의 의미를 우리 가슴에 간직할 수 있습니다. p21~22
먼지가 단지 빨아드리고 훔쳐서 청소해야 하는 티끌이 아니라 우주와 같은 존재로 느껴진다면 어떻게 될까? 어쩌면 우리 사고 체계 안에 거대한 혁명적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은 다 먼지보다는 크고 중한 존재다. 그런데 그 먼지가 곧 우주라면 그 먼지 안에 우주가 들어갈 수 있다면?!!!
그러면 세상 모든 존재가 다 의미 있고 소중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정말 대단한 먼지의 철학과 먼지의 찐 의미발견이 된다. 먼지로 인해 세상 모두가 달리 보이게 될 수도 있다!!
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봐야만 할 정도로 작은 것 안에도 공간이 존재한다는 걸 이제 과학도 인정한다. 그렇다면 “먼지도 우주다”라는 것은 더 이상 단순히 추상적인 말이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사실이 된다.
작가는 우리가 청소할 때 먼지가 바닥에서 진공청소기 안으로 옮겨가는 것을 ‘차원의 이동’이 라고 하면서 우리의죽음도 바로 차원의 이동이라고 설명한다.
누에의 한살이에서 알의 죽음은 애벌레의 삶의 시작이고, 애벌레의 죽음은 나방의 삶의 시작이다. 고치라는 1차원적 삶에서 평면운동을 하는 애벌레의 2차원적 삶으로 이행하고, 마침내 날개를 달고 나는 3차원적 삶을 살게 되듯 우리의 죽음은 또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는 거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3차원만 알고 있고 4차원이 어떤 시공간인지를 알지 못한다. 이건 고치 속에서는 결코 애벌레의 삶을 알지 못하고, 애벌레 삶의 평면에선 나방이 된 공간에서의 삶을 알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죽음도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저마다의 방식으로 의식의 날개를 달고 다른 공간으로 넘어가는 일’ 즉 차원이동으로의 이행(移行) 일뿐이다.
마치 누에가 알===> 애벌레 ===> 나방으로 차원이동이 이뤄지듯이.
먼지는 모든 것의 시작이 됩니다. 먼지가 모여서 가스층을 이루고,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열을 내고, 핵이 만들어지고, 분열하고, 폭발하고, 존재하지 않던 원소들이 만들어지고, 결합하고… 그러다 마침내 별이 됩니다. 항성이 생기고, 행성이 생기고, 위성이 생기고… 그렇게 우주가 만들어집니다.
이 광대무변한 우주의 시작이 먼지였습니다. (본문 중)
먼지는 우주의 시작과 끝이다. 지수화풍으로 이뤄진 우리 몸도 결국 먼지로 돌아간다. 우리의 살도, 우리의 뼈도 흙 속에서 서서히 분해되다가 마침내 먼지가 되니.
Ashes to ashes, dust to dust,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간다며 서양 장례식에서 하관예배 시 많이 하는 말이다.
** 그의 신박한 해석에 감탄이 나와서 일명 이외수 신비어 사전 중에 몇 개 요약해 봤다.
우주
이름을 가진 모든 존재. 먼지는 먼지라는 이름의 우주고, 지구는 지구라는 이름의 우주다. 당연히 인간은 인간이라는 이름의 우주다.
먼지
사람에게는 작고 하찮고 보잘것없고 귀찮고 쓸모없는 존재다. 그러나 우주의 시작점이며 종착점이다. 우주 어디든 유영하며 무엇에도 집착하지 않는다(방하착放下着). 형상을 가진 물체는 모두 예비 먼지다.
깨달음
바닷물을 다 퍼마셔보지 않고도 모든 바닷물이 짜다는 사실을 아는 것.
천국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모든 시간과 공간.
지옥
독재자들이 대통령으로 군림하는 모든 나라 또는 인간성 더럽고 야비하고 폭력적인 놈들과 함께 있는 모든 시간
천사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에게 조건 없이 절대적으로 잘해주는 존재를 천사라고 부르고, 자신에게 나타나 주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자신이 천사가 되어 다른 사람에게 나타나려는 노력은 기울이지 않는다
글
글을 쓰는 행위는 밥을 짓는다 처럼 '글을 짓는다'라고 표현한다. 글은 사랑을 널리 전파할 목적으로 쓰일 때 가장 높은 효용성을 나타내 보인다. 오래도록 공급을 끊어버려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그러나 결핍되면 짐승과 구분하기 힘든 사고나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짙다.
돈
오늘날은 거의 종교화되어 있다. 일부 종교지도자들까지 이것에 눈이 멀어 신을 팔아먹거나 경전을 왜곡하고 모독하는 행위를 한다. 물질의 풍요가 곧 행복을 보장한다는 착각으로 인간 이하의 행동을 할 수도 있다. 돈으로 침대를 구매할 수는 있지만 사랑까지 구매할 수는 없다.
그는 정말 ‘존버정신’의 창시자답다.
혜민 스님이 이외수에게 요즘 힘들게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없냐고 묻자, 이외수가 '존버 정신 잃지 않으면 된다.'라고 답한 것에서 유래했다. 그 후 사람들이 이 말을 많이 쓰자 그는 그 의미를 재확인시켜주었다.
아직도 존버가 무슨 뜻이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많군요. 어린이가 물으시면,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존경받는 그날까지 버티자는 뜻이라고 대답해 드리고, 어른이 물으시면,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존나게 버티라는 뜻이라고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오전 10:56 · 2012년 6월 27일
이로써 모든 존재와의 소통을 위해 시작한 긴 항해를 마신다. 물질과 탐욕에 집착하는 삶이 아닌 정신적이고 영속적인 삶을 위해, 혼자만의 꿈과 행복이 아닌 함께 꿈꾸고 행복한 세상을 위해 부유하는 모든 먼지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p243
한 알의 먼지를 사랑하는 존재만이 광활한 우주를 사랑할 수 있습니다.
~~~큰 울림이 된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먼지에서 우주까지로 내 의식이 확장되진 못해도 먼지인 내가 또 다른 먼지와 함께 더불어 비비고 기대며 살아가자는 사랑과 연민의 마음이 한 뼘 더 생겼다~~~결국 from dust to dust~~ 먼지에서 와서 먼지로 사라져 갈 우리가 아니던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