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국의 말 잘하고 글 잘 쓰는 법
그래서 나도 말 잘하는 사람이
글도 잘 쓴다고 본다.
왜냐면 사고력과 추리력에다 어휘력, 표현력이
말하기와 글쓰기에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첫째, 바꾸기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변형하고 응용하며 재배열한다.
줄이거나 쪼개서 A를 'a'나 'A+'로 만든다.
새로운 것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을 새롭게 해석하거나,
바꾸고 변형한 끝에 나온다.
돌덩이가 구르는 것을 보고 바퀴가 만들어진 것처럼 말이다.
둘째, 섞기다. 이미 있는 A와 B를 결합해 'A+B'를 만든다.
이때 A와 B는 여전히 내 글 안에 존재한다. 일종의 편집이고 물리적 결합이다.
이를 위해 나는 쓰려는 글과 비슷한 주제의 글을 먼저 스무 편 정도 읽는다.
파스칼은 배치만 바꿔도 새로운 것이라고 했고
몽테뉴도 꿀벌은 이 꽃 저 꽃에게서 꿀을 얻지만, 꿀은 꽃이 아니라 벌의 것이라고 했다.
셋째, 녹이기다. A와 B를 융합해 'AB'를 만든다.
이렇게 녹여낸 글에서 A와 B는 보이지 않는다. AB가 있을 뿐이다.
나는 2019년 SNS에 2,000개가 넘는 글을 썼다. 이 조각들이 녹아 지금 이 책이 되었다.
넷째, 낳기다. A와 B가 결합해 'C'를 잉태하는 경우다.
생물학적 해산과 같으나
산고대신 고찰하고 생각이 발효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책 112쪽 참조
어쩌면 모방은
신의 창조를 감상하고 공감하며
자신 또한 이상적인 작품을 통해
신께 나아가려는 인간의 본능일지도 모른다.
기업체의 회장 밑에서 쓰고
두 대통령 곁에서 쓰다가
이제는 한 자유인으로 돌아와서
말하고 쓰기 시작한 작가,
그의 말처럼 그 전에는 평생 눈치 보며
말 제대로 하지 않고 산 작가의 기록이라
더 마음에 와닿는 내용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