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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Feb 26. 2024

내가 읽고 싶은 걸 쓰면 된다

단순하고 강력한 글쓰기 원칙

   


내가 처음으로 책 리뷰 요청을 받고 쓰는 글이다. 


며칠 전 출판사로부터 멜을 받고 책을 보니 내게도 참조가 될 거 같아 수락했다. 브런치를 통한 제안 요청이니 이도 브런치를 시작한 덕분이라고 해야할 듯 하다.      


책은 2020년 당시 일본 아마존 베스트에 올랐던 저자 다나카 히로노부 ‘글 잘 쓰는 법, 그딴 건 없지만’의 개정판이다.      


책을 읽고 난 후 한 줄 요약을 한다면

자신이 읽어서 재미있는 글을 쓰라’. 바꿔 말하면 ‘자신이 읽어도 재미없는 글은 쓰지 말라’가 될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아주 상식적이고 당연한 말 같기도 하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글을 재밌게 쓸 것인가? 란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책 속에는 당연히 그런 부분에 대한 저자의 조언과 설명이 있다.      


저자의 직업이 24년 동안 카피 라이터였다는 것에 직업상 짧고 임팩트 있는 글쓰기를 했을 것 같아서 호감이 갔다.  글의 효율성이나 실용성을 중시했을 거라는 추측을 하며 읽었다. 책은 비교적 그런 맥락의 흐름으로 이어졌다.      


나는 MBTI유형이 ENTJ다. 이 유형의 특색이 비효율성을 극혐 한다. 그것이 장점이자 단점이 기도 하는데 사실이다. 그래서 글쓰기에서도 효율성을 따지는 편인데 저자가 강조하고 권면하는 글쓰기도 그러했다.


예를 들면, 우선 글쓰기의 원칙이나 테크닉보다 일단은 읽는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그들이 몰입할 수 있는 글을 써야 한다 고 강조하는 점이다. 나도 저자의 그런 생각과 의도에 일치해서인지 책은 그냥 술술 쉽게 읽혔다.

      






광고제작자는 시청자를 염두에 두고 카피를 쓴다. 그들의 관심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우선 제작자 본인이 생각할 때 재미있는 카피를 만들어야 한다.

 흔히 모바일이나 인터넷에서 뜨는 광고에 대한 사람들의 집중시간은 1초라 한다. 최대한 몰입해서 연장할 수 있는 시간은 15초다. 그러니 광고 제작자는 시청자 혹은 독자에 대해서 객관적이고도 냉철한 조사를 하고 제대로 파악해서 광고를 만든다. 무엇보다 자신이 재밌다고 느끼지 않는 것은 상대도 재밌어하지 않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만든다.      


저자는 우리가 에세이를 쓸 때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글을 쓸 때 광고카피를 쓰는 것처럼 생각하고 글을 쓰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사실 시, 소설 같은 창작을 제하면 우리가 쓰는 90%의 글이 에세이다. 그런 에세이를 자신이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써야 하는데 본인이 재미있다고 다른 사람들도 다 재미있을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구체적인 글쓰기 방법에 대해서도 말해준다.     


먼저 재미없는 사람의 특징에 대해서 예를 드는데 바로 매번 자기 생각만 말하는 사람이다. 반면 조금이라도 재미있게 느껴지는 사람은 본인 외의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싶다면  상대방의 호기심을 자극해야한다.          


“에세이를 쓰려면 항상 사람의 외부에 있는 사상(事象)을 제시해서 흥미를 끌지 않으면 안 된다. 심상(心象)을 말할 때는 반드시 사상(事象)이 어느 정도는 전제되어야 한다. 단순히 자기만의 느낀 점을 쓰는 건 에세이가 아니다.”     


여기서 사상은 내가 대면한 세상의 사건, 사물, 사람이다. 그 사상을 접하고 나서 생기는 마음이 심상이다.  보통 우리의 글은 사상에 대한 심상의 교차로 이뤄진다.     


에세이 수필(隨筆)이 마음 가는 대로 쓰는 글이라지만 사람들이 공감하고 궁금해하며 읽고 싶어 하는 것으로 그들의 주의를 끌면서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심상을 쓸 때는 반드시 어느 정도의 사상이 전제되어 그렇게 사상이 자신의 심상과 교차되는 글을 써는 것이 에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글은 그냥 우리가 아는 것과 느끼는 것, 그리고 상상할 수 있는 것 만으로 쓰서는 안 된다. 그리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아주 빈약하고 초라한 글이 될 것이다. 해서 저자는 1%의 생각에 99%의 자료조사를 철저히 해서 할 것을 요구한다. 나는 이도 그의 카피 라이터 직업정신에서 나온 말일 수도 있다 본다.      


글은 나뭇잎과 같아서 나뭇잎이 무성해지려면 나무 뿌리가 튼실하게 뻗어있어야 하듯이 글을 잘 쓰려면  밑바탕인 1차 자료가 충분해야 한다. 일단은 자료조사를 해서 그 수 많은 정보 중에서 과감히 버릴 건 버리고 꼭 필요한 부분만 골라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잘 전달하기 위해 편집을 해야 한다.      


이러한 자료조사를 위해서 저자는 인터넷에서 떠도는 정보보다는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라는 조언을 한다. 공공도서관부터 국회도서관과 찾으려는 자료에 따라 대학 도서관이나 사설 전문도서관까지 두루 활용하라고 한다.      


그렇게 수집하는 자료를 이용하는 것을 ‘거인의 어깨 위에서 보는 것'에 비유했다.   

   

인류의 모든 학문과 예술은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면서 발전해 왔다. 그러니 거인의 어깨 위에서 본다는 말은 앞서 온 모든 것 위에 더 본다는 말로  뉴턴 같은 과학자도 사용했다. 과학자뿐 아니라 모차르트, 베토벤 같은 음악가들도 모두 과거 작품을 본보기로 해서 인용 모방하면서 다시 새로운 작품을 창조했다.         


  






그리고 재밌는 글이 되기 위해서는 짧은 SNS 글에서도 반드시 기승전결을 고민하라고 말한다. 우리의 뇌는 기승전결에 최적화되어 있다. 그래서 기승전결이라는 구조를 벗어나면 재미없고 지루한 글이 되어버린다. 그러니 기승전결부터 연습하고 글을 쓰라고 권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쓰는 일이 귀찮고 힘들고 글 쓰는 이들은 별 인기도 없는 사람들이라 결론짓는다.


그러나 글을 쓰는 것과 읽는 것, 이것은 서로의 고독을 이해하는 일이며 글을 통해 우리는 고독한 인생 속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기적을 경험하니 글을 쓴다고 한다.       



어떤 사람이 가진 순수한 부분, 아름다운 부분, 올바른 부분, 따뜻한 부분
그리고 쓸쓸한 부분은 그 사람과 마주 앉았을 때가 아니라
헤어진 후 혼자 있을 때 문득 떠오르고, 전해지고, 느껴진다.     
우리가 누군가에 대한 존경과 애정과 공감을 마음에 새기는 것은 고독 속에 있을 때다.
글을 쓰는 것 그리고 읽는 것은 서로의 고독을 이해하고,
단 한 번뿐인 인생에서 세상에 대한 존경과 애정과 공감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일이다.     
그래서 결국 글을 쓰는 것은 나를 위한 일이다.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쓴 글이 누군가의 눈에 띄고,
결국 그 사람과 이어진다. 고독한 인생 속에서 누군가와
만나는 인연만큼 기적 같은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 P 226~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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