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나이팅게일》속 진정한 영웅들

—생명을 지켜낸 여성들의 보이지 않는 전쟁

by 김별

크리스틴 해나의 소설 《나이팅게일》(The Nightingale)은 독일 점령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전쟁에 맞선 두 자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 소설은 독일 점령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전쟁에 맞선 두 자매의 삶을 통해,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전쟁 서사와는 다른 울림을 전한다. 이 작품은 영화로도 제작되어 2027년 2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소설의 중심에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싸운 두 자매가 있다.



살아남기 위해 싸운 언니, 비안느


언니 비안느의 전쟁은 총성이 없는 전쟁이다.
남편은 전선으로 떠났고, 그녀의 집에는 독일 장교가 주둔한다.

어린 딸을 지키며 살아남아야 하는 그녀의 하루는 공포와 굶주림, 모욕을 견디는 시간이다.

그러나 그 견딤은 단순한 인내가 아니다.
비안느는 끝내 19명의 유대인 아이들을 수녀원으로 대피시켜 목숨을 구해낸다.

총을 들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선택은 생명을 지켜낸 가장 근본적인 저항이었다.

전쟁 속에서 아이를 보호하고, 굶주림 속에서도 인간성을 지키려 했던 그 조용한 용기가 바로 비안느의 영웅성이다.



자유를 위해 싸운 동생, 이자벨


동생 이자벨의 전쟁은 훨씬 노골적이다.
열아홉 살의 그녀는 레지스탕스 조직에 합류해 ‘나이팅게일’이라는 암호명으로 활동하며 117명의 연합군 조종사를 피레네 산맥 너머로 탈출시킨다.

낡은 *에스파드리유를 신고 눈과 비를 맞으며 산맥을 넘는 장면은 이 소설의 가장 강렬한 장면이다.

그녀는 조종사들을 이끌면서 접선지 쉘터 마담에게 이 말을 하는데 마음이 아팠다.

만약 일이 잘못되면(체포되거나 죽으면) 파리에 계신 아빠께


'나이팅게일이 날지 않았다'고 전해 주세요

나이팅게일(Nightingale)은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유명한 작은 철새로, 한국어로는 밤꾀꼬리라고도 불린다. 이름에 '밤(Night)'이 포함된 것처럼, 다른 새들이 자는 밤에 높은 목소리로 아름답고 복잡한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소설 속 이자벨의 성 로시뇰은 불어로 나이팅게일이다. 드러나지않은 어둠 속에서 숨어 활약한 두 자매에 빗대어 제목이 정해진 듯하다.


이자벨의 행동은 계산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체포되면 고문과 죽음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녀를 움직인 것은 자유와 존엄, 그리고 타인의 생명에 대한 책임이었다.

비안느가 생명을 지키는 저항을 선택했다면,
이자벨은 자유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저항을 선택했다.

두 자매의 길은 달랐지만, 그들이 싸운 이유는 결국 같은 곳을 향하고 있었다.



전쟁이 남긴 가장 어려운 질문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여성들의 선택을 단순한 영웅담으로 미화하지 않는 데 있다.

전쟁은 평화 시기의 도덕적 기준을 흔든다.
생존을 위한 침묵, 가족을 지키기 위한 타협, 그리고 굶주림과 사랑 사이의 갈등.

비안느는 독일 장교 벡과 불편한 공존을 이어간다. 그는 가족을 보호해 주지만, 동시에 점령군이기도 하다.

결국 자매를 지키기 위해 비안느는 삽을 들어 그를 죽인다.


그 순간,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던 두 자매 사이의 연대는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전쟁 속에서 남은 마지막 기준은 결국 사람을 지키려는 선택이었다.



전쟁이 여성들에게 남긴 상처


소설은 또 하나의 현실을 조용히 드러낸다.

전쟁 후 프랑스에서는 독일군과의 관계로 아이를 낳은 여성들이 공개적으로 처벌받았다.

광장에서 삭발을 당하고 낙인을 찍혔다. 공개적으로 알려진 아이만도 약 2만 명에 이르며, 그중 약 30%는 입양되거나 버려졌다.

그럼에도 많은 여성들은 아이를 끝까지 키웠다.
그들은 이렇게 증언했다.

“그 아이는 내 삶의 가장 큰 고통이자 가장 큰 사랑이었다.”

전쟁은 수많은 것을 파괴했지만, 그 속에서도 누군가는 생명을 지키는 선택을 했다.


실제 역사 속 ‘나이팅게일’


소설 속 이자벨의 이야기는 실제 역사에서 영감을 얻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조종사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코맷 라인(Comet Line)’이라는 탈출 경로가 있었다.

자료출처-위키피디아

코멧 라인과 조종사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사용했던 경로.


제2차 세계 대전 중 나치 점령 유럽에서 추락한 연합군 조종사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사용했던 경로를 나타낸 지도다.

소설 속에서는 주로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령으로 탈출시켜 영국으로 보냈다.


이 조직을 처음 설계한 인물은 스물네 살의 벨기에 여성 앙드레 두종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그녀가 자신의 행동을 영웅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터뷰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저 눈앞에 있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그녀가 자란 공동체는 타인을 돕는 연대와 희생이 자연스러운 문화였다.

영웅심이 아니라 공감과 책임감이 그녀를 움직였다.




보이지 않는 전쟁의 기록


《나이팅게일》은 전쟁 소설이면서 동시에 가족 이야기이고, 성장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작품은 기록되지 않았던 여성들의 전쟁사를 보여준다.

남자들이 명분을 위해 싸웠다면
여자들은 아이와 생명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

총을 든 전투는 아니었지만, 그들의 싸움은 더 조용했고 더 오래 지속되었다.

그리고 어쩌면 더 값졌다.


우리가 넘어야 할 각자의 ‘피레네’


소설을 덮으며 이런 생각이 남는다.

우리에게도 각자 넘어야 할 ‘피레네 산맥’이 있다.
숨이 차오르고 포기하고 싶어지는 고개, 발이 얼어붙는 시간.

그때 우리를 움직이는 것은 무엇일까.

두려움일까.
사랑일까.
아니면 책임일까.


《나이팅게일》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직접 말하지 않는다.
대신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싸웠던 두 자매의 발자국을 보여준다.

그리고 조용히 묻는다.

용기란 감정인가, 아니면 선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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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야 할 일을 했을 뿐" 생명을 지킨 여성들의 싸움

https://omn.kr/2hawe


*에스파드리유(Espadrilles)~노끈을 꼬아 만든 밑창과 천으로 만들어진 신발로, 여름철 휴양지에서 주로 신는 샌들이나 운동화다.

~세상에 저런 신발을 신고서 눈비에 젖은 무거운 겨울외투를 입고 험준한 피레네를 굶기를 밥 먹듯이 하며 목숨을 담보로 하고 넘었다는 사실에 새삼 뭉클하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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