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2권 연재 종료
지난 6월 검사에서 CT 조영제 부작용으로 2주 넘게 힘든 시간을 보냈다. 잦은 검사 때문인지 작년 12월부터 없던 부작용이 생겼다.
검사 사흘 전부터는 음식 조절을 하고, 전날 오후 6시 이전에 마지막으로 미음을 섭취한다. 검사 당일에는 금식을 하고, 직장 내시경 3시간 전에는 관장을 한다. 검사는 늦은 오후쯤 진행되는데, 조영제 때문에 속이 울렁거리고 식욕이 떨어지므로 검사 때마다 원치 않지만 체중이 빠진다.
이어 7월과 8월의 무더위로 몸이 무겁고 쉽게 지쳤다. 2년 만에 다녀온 가족 여행 후에는 체력이 예전 같지 않음을 실감했다. 물론 너무 먼 거리를 다녀온 탓일 수도 있고, 나이가 들어서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의 치료사이자 관리자로서 내 삶의 주도권을 지키고 있다.
내가 선택해 꾸준히 지켜온 지속가능한 건강 관리의 원칙들 덕분에 이번 9월 검사 결과에도 기대를 품을 수 있었다. 물론 그 외의 것들, 운이나 신의 영역은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암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재발을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다. 특히 나의 경우 수술을 하지 않았기에 그 불안감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9월 9일 검사 그리고 9월 19일 진료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순간은 여전히 긴장되지만 작년만큼은 아니다. 3개월마다 반복되는 시간이 나를 조금씩 단련시키고 익숙해지게 만들었다.
검사는 월 초, 결과 확인은 중순. 그렇게 한 달이 흘러가니 체감상으로는 두 달마다 검사를 받는 듯하다.
주치의 대장항문외과 선생님
“수술 안 하고 추적 검사 중이죠? 계속 좋은 결과를 유지하고 있네요. 아주 잘하고 있어요.
불편하거나 아픈데도 없다니 다행이고,
검사 결과도 아무 문제없네요.
2년까지는 3개월마다 검사를 하면서 관찰해야 하니까 조금만 힘을 내봅시다.
12월에 검사하고 그때 또 봅시다.“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님은 언제나처럼 조목조목 결과를 설명해 주시고, 불편한 점은 없는지 하나하나 꼼꼼히 확인해 주셨다.
“제가 매번 말씀드리지만 혹시라도 갑자기 배가 심하게 아프다거나 항문이 아프다거나, 며칠 동안 지속적인 통증을 말하는 거예요. 그러면 무조건 병원에 오셔야 해요.
암은 5년 중에 2년 내 재발률이 가장 높기 때문에 남은 기간 동안 무리하지 마시고요.“
사실 두 분 선생님 모두 내가 어떻게 잘 지내는지 자세히 묻거나 관심을 두지 않는다. 단 한 번도 ‘어떻게’를 물으신 적이 없고 의학적 범위 내에서의 질문과 설명이 전부다. 나 역시 그것만 기대하고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나머지는 내 몫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나는 여전히 나만의 방식으로 항암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고, 적당히 간을 맞추어 골고루 섭취한다. 유산소와 근력 운동도 꾸준히 병행하며, 마음은 평온하고 즐겁게 유지하려 한다. 잠도 충분하다고 느낄 만큼 잘 자고 있다. 기능의학 선생님과의 주기적인 상담도 이어가고, 암 공부 역시 하루도 빼놓지 않는다.
무엇보다, 나는 나 자신을 믿는다.
3월 16일,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며 많은 작가분들과 구독자분들을 만났다. 그들의 진심 어린 응원과 따뜻한 마음 덕분에 힘들었던 시간들도 잘 버텨낼 수 있었다.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오늘까지의 근황을 기록한 이 글은
‘암과 함께 오늘도 맑음 2권‘의 10회 차다.
이렇게 마무리한다.
암과 함께하는 모든 날들은 맑을 것이기에.
*두 달 전에 에필로그로 마무리했는데 갑자기 등장한 이 이야기에 놀라셨나요? 구독자분들께 현재의 건강 상태를 알려드리고 마무리하고 싶어서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