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선택들이 만든 하루
나는 회복 중이다. 멈추지 않고 천천히 나아가는 중이고, 스스로를 믿고 지켜보고 있다.
나의 하루는 작은 선택들의 집합이다. 규칙적인 식사와 산책, 운동, 그리고 글쓰기까지 회복과 균형을 향한 이 루틴은 내가 나를 아끼고 믿는 방식이다. 규칙적인 생활은 단조로운 반복이 아니라 내 삶을 스스로 조율해 가는 과정이다. 작은 실천들이 하나둘 쌓일수록 여유가 생기고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조금씩 자라난다. 그리고 다시 내일을 움직이는 힘이 된다.
재발을 막고 건강한 삶을 이어가기 위해 오늘도 이 작은 루틴들을 성실히 지켜나가고 있다. 평범해 보이는 이 일상은 치유와 회복을 위한 단순하고 단단한 하루의 흐름이다. 그 흐름을 시간의 순서대로 따라가 보면 이렇다.
*하루 루틴*
06:30 or 07:00 기상/ 간단한 스트레칭/ 구강 루틴/ 미지근한 물 한 잔
07:30 or 08:00 아침 식사와 30분 산책
10:00 글쓰기 / 잠을 설친 날은 20분 낮잠
11:00 화&금 필라테스 1:1 수업(화 12시/금 11시)
수: 치료 (호흡과 순환)
12:30 or 13:00 점심 식사와 30분 산책
14:00 글쓰기
16:30 하체 중심 맨몸 운동 15분
월•목 인터벌 달리기 20분
토•일 수영 20분
17:30 or 18:00 저녁 식사와 30분 산책
20:00 가벼운 전신 스트레칭, 림프 마사지, 나만의 명상 시간, 암 공부
22:30 ~ 23:00 숙면을 위한 호흡과 정리된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 취침
*식사 준비, 설거지, 집안 일, 운전 중에도 암 공부를 한다.
주 2~3회 자연드림에 들러 장을 본다. 대체로 재료를 사 오면 바로 조리해 먹는 편이라 주방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다.
14시간 간헐적 단식 후 아침은 대체로 이렇게 먹는다. 아침에 밥은 패스!
매끼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면 포만감이 오래가서 자연스럽게 밥을 적게 먹게 된다. 당 관리가 필수인 암 환자는 탄수화물(암의 에너지원) 섭취를 관리해야 한다. 몸무게를 늘려야 하는 나는 대체로 흰밥을 먹고, 영양이 풍부한 현미는 어쩌다 생각날 때만 먹는 편이다. 지난번 음식 편에서도 언급했듯이 간식은 따로 먹지 않는다. 호두나 블루베리도 아침과 점심 식사 중에 먹고 끼니 사이에는 물을 충분히 마신다.
국산검정콩과 소금으로 만들어진 두유로 요거트를 만들어서 한 컵 정도 먹는다. 청국장 가루를 섞으면 구수한 영양식이 된다. 최근에 시판되는 두유 요거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닥터딩요 의사 유튜버에서 소개) 찾아보니 콩이 외국산이어서 아쉬웠다.
채소는 대체로 찜기에 쪄서 소금으로 살짝 간을 하고, 통들깨와 냉압착 생들기름을 한 숟가락씩 넣으면 담백하고 고소하다. 혹은 찐 채소를 양념해서 무침으로 한다. 채소를 볶을 때는 중 약불에서 짧은 시간만.
집 근처 공원 운동장은 운동화만 신으면 바로 뛸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다. 오후 4시 반쯤 더위가 조금 가신 시간에 천천히 속도를 올려본다. 짧지만 밀도 있게.
• 15분: 중강도로 인터벌 달리기
• 5분: 가볍게 걷고 스트레칭
• 한 바퀴 더 뛸까 싶을 때 멈추기
차로 10분 이내 거리, 작년에 새로 문을 연 체육센터 수영장이 있다. 소독약 냄새가 거의 없고 사람도 많지 않다. 적당히 조용하고, 물은 깨끗하고, 직원도 친절하다. 암 치료 이후 수영을 하기에 딱 좋은 환경이다.
• 15분 – 초보자 레인에서 왕복 수영
• 5분 – 걷기 레인에서 천천히 걷기 + 스트레칭
• 피로하지 않게 기분 좋게 끝내기
달리기도, 수영도 암 환자에게 무리한 운동은 독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언제나 피로하지 않은 선에서 멈추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오늘 조금 덜 했더라도 내일 다시 할 수 있으면 그게 바로 나를 위한 운동이라 믿는다.
가끔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기분이 앞설 때도 있다. 하지만 기분에 속아 몸을 해치는 일만은 하지 않으려 한다. 그래야 균형을 잃지 않고 꾸준히 이어갈 수 있으니까.
기본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정해진 시간 외에 틈틈이 글을 쓴다. 다른 작가님들의 글은 주로 걷는 동안 휴대폰으로 읽는다. 예전에는 두 손에 실리콘 악력기를 들고 걸었는데 요즘에는 휴대폰을 들고 있다. 몸은 길을 걷고 마음은 다양한 글을 따라 걷는다. 때로는 공감 가는 문장에 고개를 끄덕이고, 어떤 날은 짧은 문장 하나에 발걸음이 멈추기도 한다. 내 마음에 스며드는 문장이 있을 때면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그 감동을 전하기도 한다. 그 순간 산책은 더없이 다정한 시간이 된다.
4월부터는 물리치료사 출신의 필라테스 강사님께 개인 수업을 받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물리치료를 받으며 회복했던 부분들을 잘 유지하고, 더 단단하게 만들기 위한 선택이었다. 필라테스를 시작한 뒤 처음으로 골격근량이 증가한 인바디 결과표를 받아 들었을 때 마치 날아갈 듯 기뻤다. (두 달 운동 후 결과)
이 루틴을 따르며 내가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몸이 회복되는 만큼 삶의 리듬도 함께 회복된다는 점이다.
아침 햇살을 맞으며 걷고, 땀 흘리며 달리고, 좋아하는 글을 쓰며 마음을 정리하는 하루. 거의 매일 지켜지고 있는 이 루틴은 나를 다시 삶의 중심으로 데려다준다.
매일, 혼자,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지루할 틈이 없다. 그래서 잘해나가고 있다.
어쩌다 흐트러지는 날이 있어도 괜찮다.
그럴 땐 그냥 다음 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면 된다.
흐트러짐에 마음 쓰지 않는 것 그것도 이 루틴을 오래 지켜가는 비결 중 하나다. 자꾸 스스로를 자책하게 되면 스트레스가 되고 결국에는 너무 힘들고 속상하고 서러워지니까.
나의 루틴이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나처럼 치유와 회복의 길을 걷고 있는 누군가에게 ‘나도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볼 수 있겠구나’ 하는 작은 용기를 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하루를 정성껏 살아낸 이 기록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안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생체리듬은 우리 몸의 생리적, 심리적 기능을 주기적으로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규칙적인 식사 시간은 생체리듬을 안정시키는 핵심 요소이다. 식사 시간이 일정하면 소화 기능과 대사 활동이 원활하게 조절된다. 하루 중 활동 시간과 휴식 시간의 구분을 명확히 하고, 활동 시간에는 가벼운 운동이나 신체 활동을 통해 신체 리듬을 활성화시킬 것. 밤에는 휴식과 명상, 가벼운 스트레칭 등으로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고 생체리듬을 편안하게 유지할 것. 이렇게 안정적으로 유지하면 신체 전반의 건강 상태가 개선되고, 암세포가 증식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서울ND의원 박민수 의학 박사, 건강 다이제스트
7월 특집 암세포가 생존할 수 없는 몸 만들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