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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베면서 환경을 지킨다고?

Regenerative Fashion : 재생 패션

by 다다정




지속 가능(Sustainable)은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고, 재생 가능(Regenerative)은 더 나은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다.


‘Regenerative Fashion (재생 패션)’은 단순히 환경을 덜 해치는 것을 넘어서, 자연을 회복시키는 방식으로 제품을 만드는 접근법이다.

파괴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오히려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디자인과 생산 시스템을 추구한다.


이 개념은 한국에서는 아직 낯설지만, 유럽을 중심으로는 지속가능성의 다음 단계로서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참석한 글로벌 서밋에서, 이러한 철학을 실천하는 브랜드를 만났다. 바로 ONCE MORE®이다.



ONCE MORE® : 스웨덴 숲에서 온 섬유 재생 기술, 순환을 넘어 회복으로


ONCE MORE®은 스웨덴의 목재 협동조합 소드라(Södra)가 설립한 B2B 기업으로, 혼방 섬유를 재활용하는 공정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이들은 사용되지 않는 면+폴리에스터 혼방 폐섬유, 특히 호텔·병원 등에서 나오는 *비소비자용 폐섬유를 수거하여, 스웨덴 산림에서 얻은 나무 펄프와 결합시킨다.
이를 분해하여 새로운 펄프 원료로 전환하고, 다시 텍스타일 밀(Textile Mill)에서 원단으로 재가공한다. 이후 패션 브랜드 및 섬유회사와 협업해, 내열성과 흡습성이 뛰어난 섬유 제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 기술은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서, 본질적으로 순환 패션(Circular Fashion)이라고 할 수 있다.


Global Fashion Summit 2025 - Oncemore @da.dajeong


* ONCE MORE®이 사용하는 비폐섬유의 출처는 95%는 호텔/병원/세탁소 등에서 나오는 상업용 폐섬유 5%는 일반 가정에서 발생한 섬유라고 한다. 이 모든 폐기물은 핀란드 LSJH 시스템을 통해 정교하게 분류된 후 재활용된다. 즉, 고도로 정제된 상업용 폐기물과 유럽식 분류 시스템을 기반으로 체계적으로 원료를 확보하는 구조다.



순환을 넘어 회복으로:“나무를 베면서 환경을 지킨다고?”



솔직히 처음엔 의문이 들었다.
비스코스나 텐셀처럼 나무에서 펄프를 추출해 만드는 섬유는, 결국 유한한 자원이 나무를 베야 하기에 ‘지속 가능하다’는 말이 과연 맞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



Global Fashion Summit 2025 - Oncemore @da.dajeong




ONCE MORE의 Business Development Manager인 매들린(Madeline)은 나의 의문에 응답했다.

이들이 사용하는 나무는 숲에서 오래 자란 노령목이며, 벌목을 통해서 오히려 숲의 생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 나무는 성장기 동안 이산화탄소(CO₂)를 활발히 흡수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성장 속도가 느려지고 CO₂ 흡수량도 줄어든다.
(예를 들어, 어린 활엽수는 1년에 약 20kg의 CO₂를 흡수하지만, 오래된 나무는 고작 5~10kg 수준에 그친다.)
* 또한, 오래된 나무는 내부가 비거나 썩으면서 오히려 메탄(CH₄)이나 CO₂를 방출할 수 있다.
*병해충에도 더 취약해져 주변 건강한 나무들에 피해를 주거나, 과도하게 커진 가지와 잎이 숲의 다양성과 생장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래서 ONCE MORE는 오래된 나무를 자원으로 사용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나무 세 그루를 심는다.

그들은 숲을 돌보고 살아온 사람들, 나무와 계절의 변화를 함께 겪어온 임업인(Forestry Worker)들과 협력한다.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애정을 갖고 살아가는 이들의 손길에서, 숲은 다시 살아난다.

이처럼 ONCE MORE의 방식은 단순한 순환패션을 넘어서, 숲의 건강을 되살리는 ‘재생 의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OnceMore Together


ONCE MORE가 단순한 그린워싱이 아님을 확신하게 된 이유는
그들이 직접 운영하는 공급자 연합 ‘OnceMore Together’ 때문이다.


Global Fashion Summit 2025 - Oncemore 와 협업한 브랜드 제품들 @da.dajeong


ONCE MORE는 모든 협업 파트너에게 매우 엄격한 기준을 요구한다.

공급망의 완전한 투명성, OnceMore® 원료 최소 30% 사용, 그리고 글로벌 윤리 및 지속 가능성 목표에 대한 실질적 이행.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협업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들은 대기업과의 협업이 드물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대기업은 공급망 구조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환경적 책임이 여러 단계로 분산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지속 가능성과 윤리 기준을 실제로 검증하기 어렵고, 책임을 회피할 여지도 크다.

즉, 과잉 생산을 지속하거나, 거래 과정이 불투명하거나, 환경적 책임을 ‘그린워싱’으로 덮는 기업과는 협업하지 않는 것이다.

그들의 철학은 선택적이면서도 단호하다.




“그럼 폴리에스터는요?”



나는 텍스타일 리사이클링에 대해 늘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많은 브랜드가 ‘리사이클링 = 지속 가능’이라고 말하지만,

모든 재활용이 반드시 환경에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이 부분은 다음 연재에서 더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예를 들어, 기계적 재활용은 섬유의 품질 저하로 이어지고,

화학적 재활용은 에너지 소모와 화학물질 사용 문제를 동반한다.

심지어 그 과정에서 또 다른 폐기물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ONCE MORE가 면-폴리에스터 혼방 섬유를 재활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진짜 ‘순환’이 가능한 구조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이렇게 물었다.


“분해 과정에서 나온 폴리에스터는 어떻게 처리하나요?”


매들린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분리된 폴리에스터는 공정 과정에서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하고 있어요.

아직 100% 전환되진 않았지만, 전체 에너지 사용량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입니다.”


그 답변을 듣고, ONCE MORE가 단순한 리사이클링이 아니라 순환경제(Circular Economy)와 LCA(Life Cycle Assessment, 생애주기 평가),

그리고 정책 일관성까지 중요하게 여긴다는 걸 느꼈다.


재활용을 넘어서 공급만 전 과정 자체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고민하는 것,

이런 태도야말로 지속가능성을 논할 때 필요한 시스템적 책임감이다.




‘덜 해치는’ 것을 넘어 ‘더 이롭게 하는’ 시대로





패션은 한때 소비와 낭비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회복과 순환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


ONCE MORE의 사례는, 생태계를 회복시키는 생산 시스템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
붕괴된 생태계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그 해답을 디자인과 시스템 안에서 찾아야 한다.



OnceMore 공식 홈페이지 : https://www.sodra.com/en/global/pulp/oncemore/?gad_source=1&gad_campaignid=20627453714&gbraid=0AAAAAqQdiUKWLFG2u8uqsKURfiD1NTcnN&gclid=EAIaIQobChMI7Zm1tL-ejgMV4ZxQBh3xoBDLEAAYASAAEgL-H_D_B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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