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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정 Oct 22. 2023

꽃차 소믈리에 부부

꽂과 마음을 덖다


나는 꽃을 좋아한다. 보는 것도 심고 가꾸는 것도. 우연히 지인에게 '꽃차소믈리에' 얘기를 들었다. 와인소믈리에는 들어봤지만 꽃차는 생소했다. 꽃으로 차를 만든다는 것이 왠지 낭만 있고 힐링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여러 방면으로 꽃차 수업에 관해 알아봤다. 저문가 수준은 아니어도 간단한 꽃차 제다법을 배울 수 있는 수업으로 남편과 함께 꽃차를 배워보기로 했다.


우리의 전통 제다법을 언급할 때 자주 등장하는 용어 중 하나가 바로 '구증구포()'다. 말 그대로 '아홉 번 찌고 아홉 번 볕에 말린다'는 뜻이다. 이것이 녹차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꽃차도 역시 종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여러 번 덖고 말리기를 반복해야 맛과 향이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다.


눈으로 보는 차라고 할 만큼 색감도 예쁘고 좋지만 세심하고 어려운 작업이었다. 3개월 동안 매주 다른 계절꽃으로 꽃마다 각기 다른 제다법을 배웠다. 제다팬에 직접 한 잎씩 덖거나, 향이 강한 꽃은 찌고, 살짝 데치기도 한다. 꽃의 향과 색을 살릴 수 있는 제다법이 다 달랐다. 처음엔 좀 어려웠지만 여러 번 하다 보니 재미있는 수업이었다. 예쁘게 감상만 했던 꽃에 이런 좋은 효능이 있는 걸 처음 알았다. 우리 부부는 함께 꽃차를 만들면서 다도를 즐기는 새로운 취미생활이 생겼다.


버터플라이피
중온 덖기 ->식힘 -> 한지 제다(2세트 반) -> 열건 -> 수분체킹 -> 향매기기


꽃차 덖는 세심한 요섹남?


1. 버터플라이 피는 꽃잎이 얇고 무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꽃 앞면을 팬에 닿도록 한 잎씩 올려서 중온 덖기 한다.

2. 중온 덖기 중 꽃잎이 타지 않도록 온도조절에 주의하며 2~3회 식힘과 함께 진행한다.

3. 중온 덖기 후 한지 위에 꽃잎의 뒷면이 닿도록 올려놓고 한지 제다 실시한다. (15회 돌리고, 5초 쉬고 2세트 반)

4. 열건 후 수분체킹, 향매기기 후 병입한다. (꽃잎이 얇아 고온끝덖기는 생략)



버터플라이피로  꽃차 첫 수업 제다법을 배웠다. 꽃잎을 조심스럽게 한 장씩 팬에 타지 않게 덖어야 한다. 팬에 올리면 콩과 식물이라 덖을 때 콩 냄새가 은은하게 올라오며 차로 우렸을 때도 구수한 향과 맛이 느껴진다. 처음 우렸을 때는 청량한 푸른색을 띤다. 산성인 레몬을 넣으면 안토시아닌과 반응하여 보라색으로 변합니다. 얼음과 레몬청을 이용하여 색깔이 아주 예쁜 꽃차 레모네이드로도 즐길 수 있다.


천일홍 : 증제
꽃잎 다듬기 -> 팬에 물 끓이기(소금) -> 증제 -> 식힘 ->중온 덖음(3회) -열건 -> 수분체킹 -> 향매기기



1. 증제법에 사용할 천일홍은 모양이 이쁜 잎을 2개 정도 남겨서 준비합니다.  

2. 팬에 바닥이 70~80% 잠길 만큼 물을 붓고 굵은소금 한 꼬집을 넣은 뒤 5단으로 끓입니다.

3. 물이 끓으면 타공팬과 삼베포를 덮고 천일홍을 올린 후 뚜껑을 덮고 2분 정도 증제합니다.



4. 증제에서 꺼내 서 식힘 후, 중온 덖음을 2분 내외로 3회 해줍니다.

5. 열건 및 수분체킹, 향매김 후 병입합니다



천일홍은 내가 참 좋아하는 꽃 중에 하나다. 꽃말은 '변치 않는 사랑'이다. 수색이 참 예뻤다. 단독으로 우렸을때 맛은 깊지 않아서 동국과 함께 섞으니 은은한 국화향이 나면서 구수한 맛이 났다.



메리골드 : 감촛물 증제
감촛물 끓이기 -> 증제 -> 유념하기 ->열건 ->중온 덖기 -> 고온끝덖기 -> 잠재우기 ->  향매기기



1. 메리골드의 짙은 향이 순해지고 단맛을 증가시키기 위해 감촛물에 꽃잎이 투명할 때까지 증제한다.



2. 증제 후 뜨거울 때 대바구니에 넣고 한쪽방향으로 강하게 100회 정도 돌려서 유념을 해준다.

3. 통꽃이라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바로 중온 덖기를 하면 꽃이 변색되므로 먼저 충분한 열 건을 통해 수분을 날려준다.

4. 열건 후 중온 덖기 2~3회 하고, 고온끝덖기 후 잠재우기, 향매기기 하여 병입 한다.



메리골드에는 루테인과 지아잔틴을 가지고 있어 눈건강에 좋은 차이다. 항상 화 효과로 항암에 도움을 준다.

꽃차를 배우면서 식물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참 크다고 느끼기도 했다. 건강하고 몸에 좋은 꽃차로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고 해서 우리는 저녁마다 커피 대신 꽃차를 즐겼다.



원장님은 부부가 나란히 꽃차를 배우러 온 건 처음이라며 우리를 신기해하였다. 남편과 나는 꽃차클래스에서 모범생이었다, 부부가 하는 모습이 너무 닮았다면서 열심히 하는 모습에 칭찬을 맏이 받았다. 더불어 다양한 꿀팁도 많이 알게 되었다. 



3개월간 배움 끝에 우리는 '꽃차소믈리에'부부가 되었다. 기쁘고 뿌듯한 순간이었다. 지금 우리 집 앞마당에는 메리골드가 잔뜩 피어있다. 그때 배운 제다법으로 유기농 메리골드꽃차를 만들어서 지은들에게 나누어주는 기쁨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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