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께서 제 속을 딱 짚어 표현해 주셨습니다. 자기에게 좋다는 것, 자기를 낫게 해주는 것, 그게 약이겠지요. 그런데 세상이란 게 약도 되고 독도 되는 것이련마는, 그 세상을 자기가 어떻게 다려 먹느냐 라는 건데, 중뿔을 찾아 나섭니다. 약이 따로 있고 독이 따로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리 저리 헤매이다 이 밤(삶)도 지새게 생겼습니다.
2. 천봉추엽리
한 평생이 이리 보면 떨어질 잎이고, 저리 보면 찬란한 단풍잎입니다.
인생은 나그네라고 했던가요? 그래서 나그네 눈에 무상한 것이 삶이라고 했던가요? 무상하기에 찬란하다 했던가요?
3. 산승급수귀
네가 이리 보고 저리 보는 것이 무엇이냐는 겁니다. 뭔지도 모르는 것을 보고 있는 너는 대체 뭐하는 놈이냐는 겁니다.
그러고 있는 세상을 향해, 산승은 그렇게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세상 사람이야 그렇든 말든 아무 생각 없이 물 길어 돌아갑니다. 물이야 동네 처자는 안 길어 가겠는지요? 그 돌아가는 곳이 어디인지 말을 물어봅니다. 저 높은 곳, 대단한 곳, 어마어마해서 까마득한 곳, 그곳이 돌아갈(살아서 마지막에 가야할) 곳이던가요?
4. 임말차연기
저 높은 곳, 대단한 그곳, 어마어마해서 까마득한 곳이 아닌, 지금-여기! 거기가 숲 끝입니다.
정말 가야할 곳, 있어야 할 곳은, 단풍 요란한 이곳으로부터, 숲이 끝나는 그곳, 평온한 일상이 있는 곳이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