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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 계(界)의 에르메스

이탈리아 파스타 브랜드 루스티겔라

by 디디온 Mar 03. 2025

인천 검단에 위치한 ‘권오길손국수’에서 즉석칼국수를 처음 먹었을 때의 기억은 너무도 강렬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이유는 단 하나, 너무 맛있어서. 허영만의 ‘식객’에도 소개되었던 칼국수의 맛은 칼국수에도 품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싱싱한 버섯과 해물로 우려낸 국물에 생면을 넣고 끓인 칼국수는 제대로 손님 대접을 받은 기분이 들어 식당을 나오면서 기분이 좋았다. 루스티겔라 파스타를 처음 만났을 때 바로 그 기억이 떠올랐다.     


파스타는 피자와 함께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요리이다. 파스타와 스파게티는 늘 뭐가 뭔지 혼동되었는데 이번에 확실히 정리를 해두었다. 학구파라서 그런 게 아니라(난 그런 면에서 술을 좋아하는 ‘주사파’이다) 자주 먹는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해서이다. 이런 공부는 너무나 재미있어 아무리 해도 질리지 않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한다. 인간의 자유의지가 어떻게 발동하는지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다.     


파스타의 모양은 3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수처럼 생긴 스파게티를 비롯하여 풀피리처럼 생긴 팬네, 옛날 짱구과자처럼 생겨 손가락에 하나씩 끼고 먹고 싶은 마니케, 나비모양 머리핀처럼 생긴 파르팔레, 나사처럼 생긴 푸실리, 바퀴처럼 생긴 루오테 등등 각각의 모양과 사이즈에 맞춰 붙인 파스타 이름만 1300여 개라고 하니 파스타의 세계가 우주만큼 넓다. 


요약하면 파스타는 이탈리아 국수 요리를 가리키는 말이고, 스파게티는 파스타의 한 종류인 것이다. 최근 부카티니를 먹었는데 부카티니는 가운데 구멍이 작게 뚫린 파스타이다. 가운데 작은 구멍으로 소스가 배어들어 더 맛있게 느껴졌다. 우리나라 국수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이렇게 모양이 다양하지는 않은데, 파스타의 다양함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궁금하다.      


파스타 하면 떠오르는 드라마가 있다. 이탈리아 레스토랑 라스페라를 배경으로 주방보조로 일하는 서유경과 까칠한 셰프 최현욱의 옥신각신 기싸움이 연애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맛있었던 ‘파스타’. 서유경과 최현욱을 연기한 공효진과 이선균의 연기가 뛰어나 실제로 둘이 쫀득하게 밀고 당기는 연애를 하는 것같이 재미있었던 드라마였다.     


세상 모든 것이 그렇듯 파스타라고 모두 같은 파스타가 아니다. 다양한 퀄리티의 파스타가 있고 퀄리티에 맞는 가격이 있다. 그동안 룸모, 데 세코 파스타를 주로 먹었는데 최근 맛본 루스티겔라는 룸모나 데 세코보다 한 수 위였다. 포장지부터 고급스러운 느낌이 풍기는 루스티겔라는 면의 품질 또한 수준급이었다. 귀부인처럼 우아한 파스타를 삶자 초롱초롱하게 익은 파스타의 살결이 무척 아름답다.

    

“요리를 못하는 여자들이 요리를 잘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을 때, 제일 하기 쉬운 요리가 바로 스파게티”라는 말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쉽게 만들려면 쉽게 만들 수 있지만 그렇게 만든 스파게티와 면부터 올리브오일 등 재료에 대한 세심한 선택 아래 만들어진 스파게티는 전혀 다른 차원의 맛을 지닐 것이다. 면도도 매일 하다 보면 나름의 철학이 생긴다는 하루키의 말처럼 파스타도 자꾸 먹다보면 다양한 세계와 철학을 만날 수 있다.   

  

행복이란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이라고 칸트가 말하지 않았던가. 오늘은 루스티겔라 파스타를 나누며 그  ‘행복’이란 자의 얼굴을 한번 훔쳐볼까나.



 루스티겔라 푸질리, 올리브오일과 페페론치노로 만든 파스타 루스티겔라 푸질리, 올리브오일과 페페론치노로 만든 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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