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는 미움

by 디디온

누군가 까닭 없이 미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사실 까닭이 없지는 않을 테지만 그러니까 이유는 있을 것이지만 우리가 그 이유를 모두 알 수 없을 뿐이고, 끝까지 분석하여 밝혀낼 수 없을 뿐이다. 그런데 그런 미움은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까닭 없이 상대에게 드는 미움은 바로 내 마음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이유 없이 타인을 향한 미움은 무의식적으로 싫어하는 나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춰주고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적 개념을 빌리자면, 그것이 바로 ‘투사’이다.


세상 속에서 내가 보고 있는 것은 모두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이라는 불교의 가르침은 바로 심리학의 투사 개념과 같은 의미의 말이다. 내가 나 자신에게서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서 보고 그것을 미워하는 것이다. 나 자신을 미워하는 대신 나의 싫은 면을 똑같이 가진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것이다. 자신을 미워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지만 그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미워하는 마음은 행복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한때 프로야구 두산 팬이었다. 엄청난 열성 팬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야구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던 시절, 두산이 경기에서 이기는 날은 선수들과 같이 기뻐하고 경기에서 지는 날은 나도 모르게 분을 삭이기도 했다. 경기를 보면서 투수가 던지는 공 하나에 일희일비했다. 두산의 라이벌인 LG와의 경기는 특히 그랬다. 이기면 기뻤지만 지는 날에는 패배의 빌미를 자초한 선수를 향한 엄청난 분노가 솟아났다.


어느 날 그저 야구 경기를 볼 뿐인데 내가 지나치게 분노로 인해 감정 소비가 크다는 것을, 경기를 못한 선수에 대해 과하게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프로에 입단한 선수들은 다들 뛰어난 선수인데 그들도 항상 잘할 수는 없는 노릇인데 나는 왜 내가 보는 그 경기에서 선수가 못했다고 그렇게 화가 나는 것일까. 화살을 나에게로 돌리면 나는 그럼 모든 일에 모든 순간 최선을 다해 최선의 결과를 보여주었는가. 그렇게 나에 대해 생각해 보자 경기를 치르면서 실수를 하거나 잘 못하는 선수에 대한 분노가 과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 뒤로 경기를 보면서 실수를 하거나 잘 못한 선수에 대한 나의 분노는 멈추었고 경기를 보면서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 물론 그 깨달음으로 인해 마음이 지나치게 너그러워진 탓에 경기에서 두산이 이긴 날 만끽할 수 있었던 기쁨이 예전보다는 줄어들었다는 야릇한 아쉬움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 탓인지 그 뒤로는 승부가 갈리는 경기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되었다.


가끔 악성 댓글에 대한 이야기나 타인의 잘못에 과하게 비난하는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과거의 내 모습을 떠올린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분노를 쏟기 이전에 자신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너그러운 수용과 이해가 이루어진다면 타인에 대해서도 너그러워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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