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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온 Apr 27. 2024

에도의 패스트푸드

바다의 아이스크림 스시

어느 봄날 멀리서 후배가 일산으로 찾아왔다. 그날 라페스타에 자리한 ‘미나미참치’에서 참치도시락을 주문하여 호수공원에서 먹었다. 3천만 원짜리 피트니스센터이자 온갖 꽃이 만발한 호수공원에서 먹는 참치스시는 입 안에서 살살 녹는 아이스크림처럼 맛있었다.  

   

스시의 맛을 알게 된 것은 덕적도가 고향인 오라버니 덕분이다. 덕적도에서 어업을 하던 집안에서 자란 오라버니는 온갖 물고기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직접 회를 떠서 술과 함께 멋진 안주상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민어를 비롯해 숭어, 농어, 덕자(병어), 돔, 갑오징어, 간재미, 망둥어, 시메사바 등 많은 종류의 회를 맛보았고 오라버니가 만든 초밥도 많이 먹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스시의 맛을 조금 알게 되었고, ‘스시 장인 지로’ 같은 다큐멘터리도 찾아보았다. 


스시 가운데 참치스시를 가장 좋아하는데,  ‘스시’ 하면 일본이고 일본 사람에게 가장 사랑받는 것이 참치이다. 하지만 옛날에도 참치가 좋은 생선으로 인정받고 인기가 많은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일본 에도 시대의 기록에 “예전에는 참치를 먹어도 다른 사람에게 귀엣말로 살짝 말하였는데 지금은 당당하게 요리로 나오고 있다”는 구절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참치는 에도 시대에 이르러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830년대 참치가 많이 잡히고 스시 재료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데, 이후 스시라고 하면 참치를 꼽게 되었다.     


그런데 고급 요리가 된 스시가 에도(도쿄의 옛 이름)의 패스트푸드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스시는 덴푸라와 함께 에도의 인기 패스트푸드였다.  

   

19세기 인구 100만의 대도시가 된 에도에는 늘 외지인과 미장이, 노무자들로 북적대었고 자연스레 이들이 밖에서 간단히 요기를 할 음식을 파는 포장마차가 생겨났다. 에도 거리의 포장마차에서는 수요가 넘치는 먹을거리를 즉석에서 만들어 판매했는데, 스시와 덴푸라가 그렇게 해서 포장마차의 인기 메뉴로 탄생했다.


원래 스시는 오늘날 같은 모양새가 아니었다. 네모난 나무상자에 밥을 넣고 밥 위에 간을 한 생선을 얹어 뚜껑을 눌러 조각 케잌처럼 잘라서 팔았다. 이것을 ‘오시즈시(押しずし)’라고 부른다. 그러던 것이 밥을 손으로 쥐어 뭉쳐서 거기에 간을 한 생선을 얹어 파는 ‘니기리즈시(握りずし)’가 에도시대 선보이면서 인기를 끌었다. 니기리즈시의 탄생은 즉석에서 빨리 고객에게 음식을 제공해야 하는 현실적인 요구에서 나온 것이었는데, 그것이 오늘날의 스시로 정착된 것이다.      


음식 재료도 풍부해지고 조리 방법도 다양해진 에도 시대에는 일부 계층의 비법으로 전해오던 요리비법이 책으로 출간되어 인기를 끌기도 했다. 100가지 두부요리를 소개하는《두부백진(豆腐百珍)》과 104가지 계란요리를 소개하는《만보요리비밀상(万寶料理秘密箱)》등이 당시 출간된 요리책이다. 종이 만드는 기술을 응용하여 김 만드는 기술이 생겨났고 과자도 많이 보급된 것도 이때다. 설탕은 이 시대 오랫동안 약으로 사용된 수입품이었는데 에도시대 중기 일본에서 생산되면서 일본 요리와 과자를 만드는 재료로 사용되었다.     


100여 년 전 일본 에도의 패스트푸드는 주문하자마자 바로 먹을 수 있는 간편한 음식이었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패스트푸드와 비슷하지만, 오늘날의 패스트푸드가 건강에 좋지 않은 정크 푸드인데 비해 에도의 패스트푸드 스시는 신선한 생선을 밥과 함께 먹으면서 허기를 달랠 수 있는 고마운 음식이었다. 서민의 위를 채워주던 포장마차 음식이 오늘날 세계 각국에서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는 음식으로의 변신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 있는지 궁금해진다.


***     

tmi_ 에도 시대 요리책 가운데《만보요리비밀상》이란 요리책에는 104 종류의 계란 요리를 소개하는데 너무 놀라운 것이 있어 여기 옮긴다. 이것이 진짜 가능한지 궁금하다.    

 

*《만보요리비밀(상万寶料理秘密箱)》이란 요리책에 실린 ‘기미가에시 다마고(黃身返し卵)’라는 계란 요리가 당시 화제였다고 한다. 신선한 토종 계란의 머리 부분에 바늘로 작은 구멍을 내어 겨된장에 사흘 정도 절였다가 꺼내 삶으면 노른자와 흰자 부분이 바뀐다는 요리다.     


*《만보요리비밀상(万寶料理秘密箱)》에서는 계란껍질을 그대로 남기면서 계란을 자를 수 있는 방법도 소개한다. 신선한 계란을 한 시간 식초에 넣어두었다가 그 식초로 그대로 뚜껑을 덮지 않고 삶는다. 이렇게 삶은 계란을 잠시 술에 담가두었다 얇은 부엌칼로 자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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