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봉 산책길에 있었던 일.
오르막에 펼쳐진 계단과 그 가장자리에 늘어선 벚나무들이 아름다운 4월의 늦은 오후였다. 떨어진 벚꽃 잎이 아름답게 깔린 계단 위, 서로 끌어안는 사람 두 명이 보였다. 모녀였다. 십 대처럼 보이는 딸과 젊은 엄마였다.
엄마와 딸은 언제 끌어안아도 이상하지 않다. 밥을 먹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심지어 싸우다가도. 숙이 씨는 스킨십을 곧잘 하는 편이다. 본가에 가면 안아주고 떠날 때도 안아준다. 엄마의 포옹은 늘 축축한(?) 입맞춤과 함께라 나는 늘상 윽 소리를 내곤 했다.
내가 엄마를 알아온 지도 이제 30년이 넘었기에 예전과는 다르게 이제는 내 한품이 쏙 들어오는 숙이 씨를 느낄 때면 생경한 기분이 든다. 이 가슴이 나를 먹이고 나를 안았던 그것인데 어쩜 한 팔에 다 들어오는 이 몸으로 어떻게 그 모든 것을 다 해내었을까.
내가 먼저 숙이 씨를 안아주는 일은 드물다. 내가 경상도 딸내미라서 그런지, 원체 정이 없어서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엄마의 포옹은 내가 세상에서 겪어돈 그 무엇보다 가슬림이 없다. 여태껏 나를 안아준 그 모든 사람들 중에 제일 편안하다. 세상에 이렇게 한 점 어색함 없는 포옹이 나는 꽤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