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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윤 Sep 20. 2024

옮긴 곳에서는 내가 잘하는 쪽이라뇨

#수영&일상일기

새로운 수영장에서의 강습은 주에 2번씩 진행되고 있었다.

그 사이 강습 없는 날에는 같은 시간대에 나와

자유수영도 열심히 했다.

이번에는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였다.

발차기에서부터 내가 힘이 부친다는 걸 알기에

방법은 계속 연습하고 해 보는 것뿐....!


전에 그래도 좀 배운 게 있어서 그런지

나는 아주 쌩 기초(?)는 아니었기에

본의 아니게 나는 우리 반에서의

1번 순서를 받게 되었다.


받고 나서도 참 걱정에 민망함이 올라왔다.

저번달만 해도 끝자리에서 헤매던 내가

여기서 첫 번째로 하고 있다니..

같이 하는 수강생분들이 잘한다고 해줄 때마다

'저 그래도 다른 데서 배워봤어서 그래요~'하며

겸연쩍게 웃어야 했다.





수영도 열심히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이

추석이라는 복병은 휴식과 동시에 터져버린 입을

선물해 주었고

그 결과  무거워진 몸은 나를 더 물속으로 가라앉게 했다.

수영강습은

어느새 킥판 잡고 사이드킥을 나가기 시작했다.

기초반에서 첫 번째로 나가면서 마음은 더 조급해졌다

내가 뒤쳐지면 뒤에 순서가 쫙 밀리니

너무나 부담스러웠다.

그러면서 호흡도 망가지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나를 이어 두 번째로 오던 강습생분의 속도가

빨라 그분의 킥판과 내 발이 부딪히게 되었다.

강습 끝에 왜 이렇게 잘하시냐며 살짝 대화를 나눠보니

그분도 수영을 배워본 적 있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들으니 묘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오늘도 자유수영을 다녀오고

추석사이 떨어진 체력덕에 피로감이 더 밀려와

곯아떨어져 자버렸다.


킥판 들고 고개 드는 발차기는 여전히 가라앉고 있었다.

넓은 면적에 거북목까지 있어 고개를 더 들어야

호흡이 되면서 하체가 더 가라앉고 있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저번과 다른 게 있다면

가라앉든 말든 덜 당황하고 계속해본다는 것이었다.


'이번엔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유형.'



9월,

아버지께서 은퇴하셨다.

나도 서둘러 돈을 벌어야 했다.


원래 하던 일을 떠올리자 그날밤 또

병원에서 헤매는 꿈을 꿨다.

두려움과 부담감은 시간이 흐를수록

눈덩이처럼 계속 커져가고 있었다.


'이게 싫으면 다른 걸 찾아 빨리.

 왜 이것저것 찔러보고 꾸준히를 못해?'


잘 다독여놨던 마음이 또 무너지기 시작했다.

틀린 말은 아니니까 스스로에게 정곡을 계속 찌르고 있었다.


더 이상 미룰 여유자금도 시간도 없었다.

다음 달이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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