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초 공휴일들이 껴있어
수영연습을 하다 말다 하고 있다.
자세는 여전히 어설프지만
처음으로 쉬지 않고 25m 레인을 쭉 발차기만으로
가는데 성공했다.
나는 나대로 내속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느껴져 스스로에게 뿌듯했다.
하지만 느껴질 정도로 튀어 오르는 감정이 생겼다.
그건 바닥치고 있는 내 자존감이었다.
수영할 때만큼은 그 순간에 집중에
모든 게 싹 씻겨나간다.
하지만 그 외의 시간에 스멀스멀 파도처럼 밀어들어왔다.
수영장 입장 대기줄을 서면서
나는 오직 하나의 떠 있는 섬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유를 즐기기엔 나는 아직 더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그런 고통을 피하려고만 하고 있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스스로 남과 비교하며 스스로의 자존감에
스크래치를 내고 있었다.
부끄럽게도,
지금 같은 상태로는 그 누구도 진심을 다해
축하해 주고 같이 기뻐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는 아주 별로인 사람이 되어가는 중이었다.
그 상태를 파악하고는
더욱더 나에게 실망했다.
이대로 가면 나는 정말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런 내가 이미 누군가에게 생채기를 냈을지도,
나에게도 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더욱더 나가기를, 누군가를 만나기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왤까,
결혼 적령기에 이별을 해서?
그 자리를 영영 비워둘 거 같아서?
내 모습이 마음에 안 들어서?
재취업이 될지 모르겠어서?
다시 그 일을 해낼 자신이 없어서..?
밤이 되면 나에 대한 비난은 더 깊어져갔다.
나의 두려움을 더욱더 깊어져갔다.
'나에게로 나온 것은
나에게로 돌아간다.'
잠 못 드는 밤 우연히 튼 영상에 나온 말이었다.
결국 이 모든 건 내 마음을 통해서 나와
멀리 돌고 돌아 내게로 돌아온 것인 걸까.
나는 기억 못 할 어떤 선택들은
잊지 않고 나를 찾아온 것일까.
그 결과가 지금의 나인 걸까.
그 누구도 탓할 수 없었다.
그러니 나는 결국 나를 품고 나아갈 수밖에 없다.
서둘러 눈을 감았다.
위로가 되었다.
그 누구도 탓도 아닌 내 탓이라는 게 마음이 편했다.
그것은
내 마음을 내가 다시 잘 돌봐
좋은 것을 보내면 언젠간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보았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