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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윤 Oct 11. 2024

실패에 마주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수영+생각

드디어 이번달 새로 바뀐 선생님과의 첫 수업.


저번달 선생님에 비해 어려 보이는 샘은

아직 자기만의 커리큘럼이 없어 보였다.


이번달 새로 들어온 수강생들까지

한 번에 묶어 수업을 나가기 시작했다.

호흡법 알려주는 것도 없이

다 같이 발차기를 했을 때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각자의 진도가 어느 정도까지 나갔는지

파악조차 없이 시키는 대로 따라가야 했다.

전에 선생님보다 개인적인 교정은 더 해주시는 것 같았지만

분위기는 수강생도 강사샘도 헤매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나는 왕왕왕초보에서 왕왕초보정도로 넘어와

호흡도 알고 발차기도 알고

자유형 양팔까지는 하니 어찌어찌 쫓아가고 있었다.


오히려 잘한다고 칭찬까지 받았다.

꾸준히 나와 연습한 효과가 조금이라도 있었던 걸까

내심 기분이 좋았다.

나 이번엔 정말 자유형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실패의 기억은 몸에 깊게 남아있음을 알려주듯

자유수영 시간에 나의 도전은

또 실패로 남았다.


보조기구 없이 몸을 물에 맡긴 순간

내 몸은 경직되었고 어김없이 옆으로 고개를

돌려 호흡하는 순간 물을 왕창 먹었다.


내가 느껴도 틀린 자세였다.

그동안 하나하나 연습했던 자세는 기억도 안 났다.


아니, 이거 하나 못한단 말인가?

순간 나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왜일까?

자유수영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

뭐가 문제였을까 돌이켜보았다.


한참을 생각하다 내린 결론은

나는 아직도 내가 내 몸으로 수영을 못할 거라는

생각이 남아있다는 걸 알았다.

거기에 잘한다란 소리까지 들었으니

계속 잘하고 싶은 욕심도 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 부담을 안겨주었을까.


조금이라도 실패하거나 남들보다 못한다 생각하면

나는 늘 도망쳤던 것  같다.

'역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동안

등 돌린 것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수영은 그렇게 인생을 살아온 내 모습을

끄집어내었다.


지금에 와서야

나는 실패를 마주하고

극복하는 법을 배울 것인지,

아님 또다시

포기하고 돌아서 도망치는 길을 선택할 것인지

갈림길에 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영상을 보고 공부해도

내가 나에게 적용하고 나아가지 않는 이상,

물에 대한 공포심과 실패했던 기억을

이겨내지 않는 이상, 나아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은

스스로가 이겨내야 할 문제였다.


이렇게 또 포기하면

난 역시 안돼. 하고 수영과 담을 쌓을 거란 걸 안다.


'나는 느려 겁도 많지. 근데 또 잘하고 싶은 마음도 많아.

 결국은 두려움을 이길 때까지 해보는 수밖에.

 실패를 받아들이고 마주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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