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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윤 Oct 27. 2024

내 인생을 띄울 사람은 나

#수영+일상일기

그 뒤로 끊임없이 자유형을 연습하고 연습했다.

저번달과 같이 달의 끝으로 갈수록

강습에 나오는 회원 수는 적어져가고 있었다.


'아휴 나 참 체력 저질이네.'


사람이 적은데 맨 처음으로 시작하니

여간 부담스럽고 힘든 게 아니었다.

그래도 참 우습게도, 양보하기도 싫은 자리다.




내가 물에 뜰 수 있는지,

영법을 하나라도 할 수 있는지

물만 먹으며 확신 없던 시간들부터

지금까지 4개월이란 시간이 지났다.

더불어 나의 백수 생활도 1년이 지나버렸다.


엄청난 뭔가를 이루진 않았다.

배신을 당한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독기를 품고

180도 변하지도 못했다.

나는 여전히 나약하고 불안정하다.

하지만 큰 깨달음을 얻었다.


나도 뜰 수 있다는 것.

시간이 걸려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해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되기까지엔

내가 나 끝까지 믿어야 한다는 것.


수영은 내게 큰 배움을 주었다.




지금 와 생각해 보면

견뎌내어야 했던 시간들이었다.


사회년생의 시간들도

일이 맞지 않아 헤매던 시간들도

수술실에 들어간 엄마를 기다리는 시간도

오랜 연애 끝 이별을 받아들이시간들도

다들 물을 가르며 나아갈 때

뒤에서 물 마시며 허우적대던 그 시간들도


도망치기만 했다면 다시 또 좌절하고

무너져야 했을 시간들이었다.


그 시간들을 견뎠기에

경력이 쌓일 수 있었고

잘 회복 중이신 엄마와 일상을 함께 할 수 있고

이별 덕분에 더 성숙해질 수 있었고

가라앉았기에 물에 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은

인생이란 게 내가 나를 마주하고

격려하며 견디며 나아가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어떤 끝에서

믿고 의지할 사람은 나 자신뿐이었다.


나는 이제야 내 인생에 나라는

구명조끼를 입었다고 느꼈다.

강렬한 햇살이 깔린

그 수면 위로

조금씩 떠오르고 싶은 용기가 생겼다.


누군가가 보면 고작 이걸로?라고 느낄 수 있다.

그럴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내게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다.


한참을 고민하다

이력서를 다시 고쳤다.


사회초년생 때부터 가고 싶던 분야에

이력서를 냈다.

운 좋게 붙는다면 중고신입이 될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

이 선택을 후회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해보는 것과 해보기도 전에 지레 겁을 먹고

도망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니까.

아니라면 또 헤매도 괜찮으니 도전하면 돼.


용기가 난 이 순간을 그냥 또 보낼 수는 없었다.


내 인생을 이제 뜰 수 있게 도울

그 사람은 나뿐이란 걸 알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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