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에 대처하는 러너의 자세.
40대에 접어들어 달리기를 시작했다. 아직은 괜찮다며, 만 나이로는 아직 30대라며 위로하던 나는 갑자기 깨닫게 된다.
“거울 속의 내 모습이 내가 아닌 것 같아. 언제 이렇게 늙어버렸지?”
눈 밑의 그늘, 아침의 일어날 때마다 느껴지는 무거운 몸, 운동 후 예전 같지 않은 회복력, 떨어지기만 하는 VO2 max...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이 그저 숫자 놀이가 아닌 늙어간다는 것이라는 걸 몸 소 깨닫게 되는 나이가 아마도 40대 중후반쯤이 아닐까.
최근(2025년 7월) Cell지에 실린 연구는 이 모든 경험에 과학적 설명을 해주었다. 인간의 몸은 45세를 기점으로 생물학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노화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선형적으로 서서히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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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45세에 조용히 꺾인다.
중국과학원이 발표한 이 연구는 Cell지에 보고된 이후 흥미로운 결과에 다들 관심을 보여 세계의 각 언론에 보고되었고 나도 그 기사로 접하게 되어 논문을 찾아보게 되었다. 연구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14~68세 사이 척수 손상으로 사망한 76명의 중국인 조직 샘플(심혈관, 내분비, 소화, 면역 등)에서 48개의 질병 관련 단백질 변화를 추적하여 그 결과를 분석한 것이다. 그 결과, 45~55세 사이에 거의 모든 장기에서 노화 관련 단백질의 급격한 증가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대동맥은 노화의 ‘허브’처럼 작용하며, 부신, 췌장, 비장은 이미 30대 후반부터 조용히 노화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가 40대 중반에 이르러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미국 언론에 소개된 본 연구>
비슷한 연구가 그전에도 보고된 바가 있다. 스탠퍼드 의대의 Nature Aging (2024년 8월) 연구에서는 44세와 60세 부근에서 분자 및 미생물 수준의 노화와 관련된 급격한 변화가 나타난다고 보고되었다. 이 연구는 108명의 25-75세의 성인을 대상으로 유전체부터 마이크로바이옴까지 총 13만 5천여 개의 생체지표를 분석해, 노화의 두 가지 전환점(44세, 60세)을 규명했다.
두 연구 모두 노화가 일정한 속도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공통된 결과를 보여준다. 두 연구의 연구 대상, 샘플 유형, 분석 지표는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중년의 노화 진행이 단절점(inflection point) 형태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이제까지 노화는 서서히 진행한다고 막연하게 믿어온 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과학적으로 증명해 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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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는 이 사실을 바탕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많은 연구가 언제 노화가 시작되는지는 알려준다. 하지만 무엇을 해야 노화를 늦출 수 있는가에 대한 명쾌한 답은 제시해 주지 못하고 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알게 된 ‘타이밍’을 바탕으로, 우리 삶에서 실천할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진정으로 연구 성과가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를 바탕으로 항노화 전략을 생각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우선, 혈관을 보호하자. 유산소는 최고의 항노화제라 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밝혀졌듯이 대동맥에서 시작된 단백질 변화는 결국 전신으로 퍼져가 전신의 노화를 일으킨다. 노화는 결국 ‘혈관의 질환’이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달리기, 수영 등등 숨이 찰 정도의 유산소 운동을 주 3회 30분 이상 하는 것은 중년이라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필수 운동이다.
두 번째로 스트레스를 관리하자. 당신의 부신은 30대부터 조용히 지쳐가고 있다. 부신은 스트레스에 가장 민감한 장기로 코르티솔이 과도해지면 면역 저하, 수면 장애, 인슐린 저항성 등이 진행된다. 연구에서도 밝혀졌듯이 부신의 노화는 일찍 시작되며 스트레스 관리가 부신의 건강을 유지하는 포인트가 될 것이다.
셋째, 단백질과 근육을 관리하자. 근육은 ‘나이 듦’에 맞서는 최전선이다. 근육이 줄어들면 기초대사량도 감소한다. 노화가 근감소증 , 낙상, 회복불능의 경로로 진행되는 것은 이미 흔하게 볼 수 있는 노년의 모습이다. 중년의 나이부터는 단백질 섭취량을 체중 kg당 1.2~1.5g로 먹으면서 루신 풍부한 음식인 닭가슴살, 계란, 두부, 콩 섭취에도 유의하여 근성장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주 2~3회 근력운동은 45세 이후의 나이에는 생존을 위한 필수선택이다.
마지막으로, 건강을 정기 검진을 통해 “수치”로 관리하라고 권하고 싶다. 45세 이상의 중년의 건강 관리는 ‘느낌’이 아닌 수치로 해야 한다. 혈압, 공복혈당, 당화혈색소, 지질검사 (LDL/HDL), 신장기능 (eGFR), 갑상선기능 (TSH), 근육량과 인바디 등으로 수치화하여 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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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나이 듦을 설계하는 시대
예전에는 노화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보이는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노화와 더불어 노쇠도 서서히 진행되는 숙명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연구에서 밝혀졌듯이 노화는 서서히 진행하는 것이 아닌 전환점이 있다는 것과 몸이 40대 중반부터 보내는 노화의 ‘타이밍’을 미리 인식하고, 계획하고, 대비한다면 우리는 어쩌면 60세에도 40대처럼 달리고, 70세에도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참고 문헌:
1. Zhang Y. et al. Comprehensive human proteome profiles across a 50-year lifespan. Cell. 2025 Jul 25; doi:10.1016 /j.cell.2025.06.047
2. Ahadi S. et al. Personal aging markers and inflection points in humans. Nature Aging. 2024 Aug.
3. WHO Guidelines on Physical Activity and Sedentary Behaviour. Geneva: World Health Organization;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