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더운데 왜 그렇게 달리냐고?

달리기는 나의 종교이다.

by 원더랜드의 앨리스
"달리기는 나의 사적인 시간이고, 나의 치료이며,
나의 종교다."
(Running is my private time, my therapy, my religion.)
_ Gail W. Kislevitz(러너, 러너스월드칼럼니스트)

여름에는 피부가 약한 나는 참 힘들다.

피부가 잘 쓸린다. 올여름에는 유난히 더워서 땀에 젖은 운동복을 입은 부위로 수포도 올라왔다. 그뿐일까, 겨드랑이와 말 못 할 부위의 피부 쓸림으로 인해 일상생활에서도 상당한 통증이 있었다. 정말 무릎 부상만큼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온몸이 쓸린 상처와 땀으로 인한 각종 피부 병변(일종의 화상이라고 한다)으로 고생하면서도 새벽에 장거리 달리기를 하고 오겠다고 하니 남편이 기어이 한 소리 한다.

“그렇게 아프다고 하면서 굳이 달려야 해? “

그 말에 뜨끔하면서 한 편으로는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렇게 고생스러운데, 굳이 왜 달릴까?

달리기를 시작한 지 어느덧 3년 차이다.

그동안에 풀 마라톤 완주가 5번, 달린 거리 누적 8390km이다. 시간으로 환산하니 853시간 48초.

이 많은 거리와 시간을 달리는 동안 달리기는 마치 춘하추동 사계절이 변하듯, 한결같으면서도 때로는 다른 모습으로 나와 함께 해왔다.

달려온 거리 누적 8390km, 853시간 48초.


처음 달리기를 시작한 그 당시엔 사랑에 빠진 20대 청춘같이 열정이 끓었다. 겨울에 영하 4-5도에 칼바람이 불어도 숨겨둔 애인이라도 만나러 나가는 사람처럼 새벽 4시만 되면 눈이 떠지곤 했다. 달리기만 생각하면 설레고, 달리기를 생각하며 글을 쓰고, 일상의 희로애락까지도 달리기와 결부시켜 생각하곤 했다.


그러나 뜨거운 청춘을 바친 첫사랑도 변해갔듯, 계절도 뜨거운 여름이 지나면 시원한 가을이 오듯, 달의 얼굴이 바뀌듯 달리기에 대한 사랑도 조금씩 그 모습이 바뀌어갔다.

달리기만을 바라보며 나아가다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던 시간들... 좀 좋아졌구나 싶으면 다른 부위가 이상해지고 끝날 것 같지 않은 부상의 터널을 속에서는 어느덧 달리기가 버겁고 힘겨워질 때도 있었다. 좀 달리는구나 싶을 땐 어김없이 욕심이 고개를 들고 남과 비교를 하게 되고 나의 달리기가 초라하게 보일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달리기와 함께 한 그 모든 시간이, 어두웠던 터널도, 나를 초라하게 만들었던 시간까지도 단 1초도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원래 꽃길만 가는 건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거니와 딱히 원하지도 않는나이다. 달리기와 함께라면 꽃길도 흙길도, 어쩌면 남아있는 길은 똥길이라 할지라도 기꺼이 함께 갈 것이기 때문이다.


왜일까?


달리기는 내가 먹는 삼시 세 끼와 같은 것이다. 맛이 있건 없건, 눈 뜨면 먹는
끼니와 같은 것이다.
아무것도 아니면서 동시에 전부이다.
이유도 목적도 없지만 그저 삶의 과정이다.
달리기는 나를 유년기로 데려가주는
영원한 놀이이다.
살아있음을 감사히 여기고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기도이다.
달리기는 나에게 종교이다.




이 날씨에, 이렇게 달리면 살이 당연히 쓸립니다...^^;;


#더나은사람이되게하는달리기



keyword
목요일 연재
이전 19화달리면 무릎 나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