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후 최소 3일은 완전 휴식을 해야 하는 의학적 이유
지난 일요일, 나는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하였다. 마라톤 완주 후 3일째인 오늘도 나는 계단 내려가기가 쉽지 않아서 계단만 보면 도망가게 된다. 이번 주는 마라톤을 준비하며 체중 조절을 위해 참았던 음식도 먹고 고단백의 풍부한 영양을 섭취하며 달콤한 휴식을 즐길 예정이다. 그러나 주변의 다른 러너들은 사정이 다르다. 마라톤 완주 다음 날 아침부터 리커버리런을 하였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처음 마라톤을 완주했던 2023년 봄, 완주 후 다음 날 새벽이었다. 천근만근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리커버리런”을 하였다.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 팔을 휘저어 가며 억지로 달려도 km당 8분 페이스도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다들 리커버리런을 하니 나도 따라 했다. 그런데 이렇게 힘든데 왜 쉬지 않고 굳이 “런”을 해야 하는 것일까? 과연 리커버리런이 리커버리가 된다는 근거가 있긴 한 것인지 의심이 생겼다.
마라톤 완주 후 혈액 검사 수치로 우리 몸의 회복 과정을 대략 살펴보자.
우선 근육 손상의 지표인 CK (Creatine Kinase), LDH (Lactate Dehydrogenase), Myoglobin 등을 분석한 결과,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24-48시간 안에 최고치를 찍고 이후 5-7일에 걸쳐 서서히 감소하여 정상 수치로 회복한다. 마라톤이라는 운동 특유의 반복되는 근육 손상이 근육 조직에 미세한 손상을 주어 대사 스트레스가 올라간 상황임을 반영하는 지표로서, 이런 수치들이 높은 시기에 달리기와 같은 운동을 하여 스트레스를 반복하여 준다면 부상 위험이 올라가게 된다.
심장 근육 손상 지표인 심장 효소 수치는 어떨까?
심근 경색과 같은 심장 근육의 손상 시 지표로 활용되는 심장효소(Troponin, CK-MB) 수치도 마라톤 직 후 24시간 까지 증가한다. 이는 심근경색과 같은 병적인 상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속되는 심장의 운동으로 인해 일시적 세포막 투과성의 증가로 인한 것이라 설명되는데, 중요한 것은 그만큼 심장도 부하가 가해졌다는 것이고 적절한 휴식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혈액 내 염증 수치는 어떻게 될까?
염증지표(CRP, IL-6, TNF-α)는 마라톤 후에 개인 차가 있으나 수십~수백 배 증가한다고 한다. 대체로 24시간 안에 최고치를 보인 후 48-72시간부터 서서히 감소하는 소견을 보인다. 이는 급성 염증 반응으로 인한 면역계 활성화를 보여주는 소견이라 할 수 있는데 보통 마라톤 2-3일 후가 가장 면역력이 떨어지고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느껴지는 이유이다.
또한 흥미로운 연구가 있는데, 마라톤 완주 이후 심장 MRI 상의 변화를 관찰한 것이다. 마라톤 직후 우심실 기능이 일시적으로 감소된 소견을 보였다고 한다. 이는 심근 부종 때문이라 하며 심장의 구조적인 손상이나 장기적 손상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1주 내 회복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이것의 의미는 심장도 근육이기에 피로 누적 소견을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겠고 1~3일 정도의 회복이 필요하다는 근거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요약하면, 마라톤 완주 이후 72시간 동안은:
• CK·LDH·마이오글로빈 최대치 도달
• Troponin·CK-MB 상승 후 안정화
• IL-6·CRP 급격한 염증 반응 활성화
• 심장 MRI에서도 우심실 기능 일시적 저하
즉, 마라톤 완주 후 3일 동안은 정말 휴식이 가장 회복 효율이 높다. 이 시기에 다시 운동 부하를 주게 된다면 부상 위험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대회 직후에는 리커버리 런이 아니라 완전 휴식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며 리커버리런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 하물며 매우 숙련된 운동선수가 아닌 아마추어 취미 러너인 마스터즈 러너들이 리커버리로 10km 남짓의 장거리를 뛰는 것은 그저 부상을 향한 힘찬 발걸음 혹은 객기 그 이상의 의미도 아니다.
휴식을 아는 러너가 기록을 만든다
안타깝게도 내가 의학적 근거로 완전 휴식을 권해도 많은 러너들은 기꺼이 리커버리런을 택한다. 체력은 훈련으로 올라오지만, 퍼포먼스는 회복 중에 성장한다. 그러니 풀코스 후 회복을 “쉬는 기간”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이건 다음 시즌을 위한 가장 값지고, 가장 과학적인 투자이다.
마라톤은 어쩌면 우리가 살아온 인생 자체와도 닮아 있다. 전력질주만으로는 어디에도 닿을 수 없다. 달리는 시간과 쉬는 시간이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가장 멀리 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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