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 잘하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
달리면 정말 관절이 망가질까?
“너 그러다 무릎 나간다!”
라는 말은 러너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단언컨대 달리기를 시작하고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하지만 최근 의학 연구들은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적정 수준의 달리기는 관절 건강에 해롭지 않고, 경우에 따라선 이득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달리는 양과 달려온 기간에 따른 예후 차이는 존재할 수 있다?
(레저 러너와 엘리트 러너의 차이)
마라톤과 무릎 관절염, 그 케케묵은 논쟁을 시작하려면 먼저 ‘얼마나 달리느냐’를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2017년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두 가지 기준으로 러너를 분류하였다(1).
*레저 러너(recreational runner): 주당 30~50km 내외, 마라톤 참가 횟수는 적고, 보통 주 3~4회 달리는 수준. 대부분 직장이나 일상생활을 하면서 취미로 훈련한다. 노출 기간은 대체로 15년 미만이다.
*엘리트 러너(competitive/elite runner): 주당 70~100km 이상, 장기간(15년 이상) 꾸준히 높은 강도로 훈련하며 기록 단축을 목표로 한다. 전문 선수 혹은 준엘리트급 아마추어가 해당된다.
레저 러너: 오히려 관절 보호 효과
2017년에 시행한 한 연구는 12만 명 이상을 메타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레저 러너의 무릎·고관절 관절염 유병률은 3.5%로 러닝을 하지 않는 비러너 좌식 생활인의 유병율인 10.2%보다 낮았다. 그러나 엘리트 러너는의 유병률은 13.3%로 비러너 좌식 생활인보다 높았다.
즉, 취미로 달리는 사람들은 달리지 않는 사람보다도 관절염 위험이 낮았다. 노출 기간이 15년 미만일 때 이 효과가 더욱더 뚜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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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달리면 정말 위험할까?
주당 70~100km를 뛰는 마라토너라면 걱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 발표된 2024년 시카고 마라톤 참가자 3,804명을 분석한 대규모 연구에서는 누적 마라톤 수, 주당 거리, 속도와 관절염 발생 사이에 연관성이 없었다. 대신 나이, 체질량지수(BMI), 가족력, 과거 무릎 부상이나 수술이 훨씬 강력한 위험 요인으로 나타났다(2). 즉, 달리기 자체보다 부상과 체중 관리가 관절 건강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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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I로 본 무릎의 변화
첫 마라톤을 준비한 초보자들을 대상으로 한 런던 마라톤 연구(BMJ Open Sport, 2019)는 더 흥미롭다(3). 대회 전후 MRI를 찍어보니 연골과 골수병변 지표가 오히려 개선되었다. 추적 관찰에서도 변화는 지속됐다. 심지어 유럽 초장거리 울트라마라톤(4,486km)에서도 연골의 유해한 변화는 뚜렷하지 않았다(4).
또 다른 연구에서도 (Osteoarthritis & Cartilage, 2023)는 달리기 직후 MRI에서 보이는 연골 두께·T2 신호 변화가 아주 작고 가역적이라고 결론지었다(5). 즉, 달리기 때문에 연골이 급격히 손상된다는 근거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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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관절염이 있어도 괜찮을까?
미국 OAI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무릎 관절염 환자도 자기가 선택한 속도의 달리기는 증상 악화나 구조적 진행과 무관했다. 오히려 일부 환자에서는 통증이 줄어들었다. 무릎이 붓거나 잠기는 기계적 증상이 없는 한, 달리기는 꼭 피해야 할 운동이 아니라는 것이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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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문제는 달리기 하지 않고 과체중인 너야!
결론은 무릎에 해로운 건 ‘달리기’가 아니다.
연구들을 종합하면 레저 러닝(주 30~50km, 15년 미만)은 무릎과 고관절에 오히려 보호 효과를 보여준다. 엘리트 러닝(주 70~100km 이상, 15년 이상의 장기간)은 일부 연구에서 위험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지만 연구마다 일관된 결과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게다가 이미 관절염을 진단받은 환자도 자기가 정한 속도에서 달리면 안전하다. 이상의 결과로 무릎 관절염의 진짜 위험 요인은 나이, BMI(비만, 과체중), 과거 부상 이력이라 할 수 있다.
즉, 마라톤 자체가 무릎을 망가뜨린다기보다는 잘못된 훈련, 반복된 부상, 체중 과부하가 문제이다. 적절한 거리와 속도로 달리고, 근력운동과 회복을 병행한다면 달리기는 무릎 건강을 지켜주는 습관이 될 수 있다.
이제 이 캐캐묵은 무릎과 달리기의 논쟁은 그만!
내 걱정은 말고,
참고문헌
1. Lo GH et al. J Orthop Sports Phys Ther. 2017. (레저 러너 vs 엘리트 러너 메타분석)
2. MacMahon EJ et al. Sports Health. 2024. (시카고 마라톤 3,804명 조사)
3. Horga LM et al. BMJ Open Sport Exerc Med. 2019. (첫 마라톤 참가자 MRI 연구)
4. Schütz UH et al. Sci Rep. 2020. (4,486km 울트라마라톤 MRI 연구)
5. Paquette MR et al. Osteoarthritis Cartilage. 2023. (달리기 직후 무릎 MRI 변화 체계적 검토)
6. Lo GH et al. Clin Rheumatol. 2018. (무릎 관절염 환자, 달리기와 증상/구조 변화 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