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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세상 Nov 11. 2023

어머니와 함께 살기(7)

    어머니와 TV 시청하기

오늘은 광개토대왕을 보았다.

주말에는 주몽 대신 광개토대왕을 방영해주는 탓이다.

주몽에서 대소왕자로 나온 배우(김승수)가 광개토대왕에서 개연수의 아들로 나온다.

내가 ‘같은 배우네’ 하자 어머니가 덧붙이신다.

    “잉, 그려. 쟈가 김 두한이로 나와서 인기가 많았지. 왜 요즘은 안 보이는지 모르겄네.”

그러면서 광개토태왕 드라마는 배경으로 틀어 놓고 김 두한의 일생에 대해서 한참 얘기를 하신다.

    “김 두한이가 일제 때 일본 놈들을 많이 혼 내줬지. 해방이 된 뒤에는 공산당 때려잡고. 그 뭐시냐 그 양         반 이름이…그 장군…”

    “김 좌진 장군요?”

    “잉, 그 김 좌진 장군이 김 두한이 아버지 잖여. 주몽허는 배우가 김 두한이의 외손주여. 김 을동이 아들        이잖여. 김 두한이는 지 아버지 죽였다고 공산당만 보면 그저 패고 죽이고 막 그려. 그래도 종로에서 친일      파 부자 들한테 돈 뜯어다가 가난한 사람들 도와주고, 한국 사람이 하는 가게에서는 지 부하들 먹일만큼        만  뜯었지. 전쟁 났을 때는 대구에 그 무슨 강이냐, …부산으로 공산당 군대가 못 내려가게 막아야 허는        디... 그  뭔 강이냐... 그 강에서…”

    “엄마, 낙동강요”

    “이, 맞다. 락동강. 그 강에서 북한군을 싸워서 이겨갖고 … 나중엔 그 무슨 장관하고도 막 싸우고 국회           의원도 몇 번 했지.”

    “엄마, 어떻게 그런 걸 다 아셔? 드라마에서 봤어요?”

    “그럼, 드라마에서 다 봤지. 너는 안 봤냐? 엄청 유명헌 드라만디. 저 배우가 그 떄 12살부터 중년까지          연기를 했어. 인기가 그냥 끝내줬는디 왜 그 뒤로 안 보여.”


아무래도 뭔가 찜찜하다. 내가 아는 김 두한 드라마는 <야인시대>인데 주연배우가 안 재모 아니었나? 다른 배우가 주연한 김 두한 드라마가 또 있나?

     “엄마 김 두한 하고 대수 왕자는 다른 배우예요.”

     “아녀. 그 배우가 그 배우여. 같은 배운디”

항상 확신에 가득 찬 어머니의 주장엔 이길 도리가 없다. 고집도 보통 센게 아니다.


예전에 충치 때문에 어머니가 갔던 치과에 한국에 온 김에 나도 진료를 받으러 갔었다. 의사가 20년 전 인연으로 우리 집 딸들을 안다. 동생이 쌍둥이 엄마라서 기억을 더 잘 했을 수도 있긴 하지만 나를 보고 인사를 나누자 대뜸 물었다.

     “아주 들어 오셨어요?”

     “아뇨. 엄마 뵈러 잠깐 왔지요.”

     “아 어머니, 고집 여전하시죠?”

그랬다. 얼마나 틀니를 완강히 거부하셨는지 의사가 아직도 기억을 하고 있을 정도다.


6.25 전쟁 얘기로 넘어간 어머니의 이야기를 한 귀로 들으며 검색을 한다.

주몽에서 대소왕자로 나온 배우는 김승수 배우. 나는 잘 모르는 배우다. 아마도 내가 한국을 떠난 이후에 활동한 배우인가 싶다.

다음에 김 두한 드라마를 검색하니 <야인시대>와 <거지 왕초>가 뜬다.

<야인시대>의 세 김 두한 역-소년기, 청년기, 장년기의 배우들 사진이 나온다.

    “엄마, 이 사람이 김 두한 했던 배우지?”

세 배우의 사진과 이름을 유심히 들여다 보신다.

   “내가 기억을 잘 못혔구만… 나는 이 배우가 12살부터 한 줄 생각혔는디 어린 배우가 따로

    있었고만… 그런디 이 사람이 저 배우잖여?”

   “아닌데요. 엄마 이 배우는 안 재모라는 사람이에요. 봐요 여기 이름.”

그리고 주몽의 김 승수 배우 사진도 열어서 보여 드린다.

   “여기 대소 왕자는 김 승수라는 배우예요.”

두 배우의 얼굴과 이름을 한참 들여다 보신 어머니가 눈 앞에 들이민 증거 앞에서 더 우기지 못하고 항복을 하신다. 그래도 그냥 물러나기는 내키지 않는 모양이다.

    “………닮었잖여?”

    “하하…맞아요. 닮았네요.”

약간 풀이 죽은 우리 어머니 한동안 말없이 광개토대왕을 보시다가 못 마당한 표정으로 나를 흘깃 보며 한마디 하신다.

   

   “근디 니는 그런 사람들 사진까지 핸드폰으로 찍어 갖고 다니냐?”


아! 뒤끝이 작렬하는 우리 엄마!

그렇게 나는 또 웃었다.


그러나 저러나 주몽에 비해 광개토대왕에 대한 어머니의 몰입도나 집중도는 한참 떨어진다.

이는 극의 줄거리나 배우들의 매력이 어머니를 붙잡아두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극에 워낙 관심이 많아서 고구려와 백제의 관계, 후연과 말갈의 위치나 고구려와의 관계를 묻기도 하고 관미성이 지금의 어디냐고 묻기도 하며 열심히 시청을 하려 애쓰는 것은 보이는데, 자주 화면에서 관심이 멀어지고 지속되질 못한다.

각 국가와 부족의 지휘관들의 탁자를 둘러 싼 설왕설래 장면의 반복, 거친 남자들끼리 내뱉는 고함에 가까운 대사, 정교하지 못하고 거의 비슷하게 전개되는 특징없는 전투장면들의 반복...


어머니의 시청 태도를 보면 그 드라마의 시청률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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