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기사님이 가르쳐준 것
흔히 ‘프로정신’이라 하면 빈틈없는 능력이나 능숙한 효율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며 그 의미를 다시 곱씹게 될 때가 있다.
내 머릿속에는 늘 두 분의 기사님이 함께 떠오른다.
한 분은 시외버스 기사님, 또 한 분은 택시 기사님이다.
두 분의 공통점은 단 하나.
일을 ‘그냥’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스무 살 초반, 충남 공주행 시외버스에 몸을 실었다.
보통의 기사님들처럼 출발 전 안전벨트 안내 방송만 하실 줄 알았다.
그런데 그분은 달랐다. 좌석마다 직접 돌아다니며 안전벨트를 확인하고, 노선을 또박또박 설명해 주셨다.
그리고 갑자기 영어 안내가 이어졌다.
“Ladies and gentlemen, this bus is now heading to Gongju…”
그때 버스에 외국인 승객이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떨리는 목소리와 진심이 담긴 눈빛만은 지금도 선명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자신의 일이 단순한 운전이 아니라, 승객의 안전과 편안함을 책임지는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깊이 아는 사람.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이 바로 프로라는 걸. 마치 수업 전 아이들 눈을 마주하며 ‘오늘도 최선을 다하자’ 다짐하는 교사의 마음처럼 말이다.
또 다른 날, 옆 동네로 택시를 타고 가던 중이었다.
“요즘 운행 어떠세요?” 물었더니, 의외로
“아주 잘 됩니다. 감사하게도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분은 IMF 시절 포클레인 사업이 무너져 통장 잔고 5만 원만 남았을 때 택시 운전을 시작했다고 한다.
무작정 운전대를 잡은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나만의 시간표를 만들라’는 규칙 등 스스로 정한 8가지 원칙을 지키며 일했다.
다른 규칙들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운전석에 걸린 따님의 사진과 그분의 눈빛에서, 이 일이 가족을 위한 소중한 일이라는 굳건한 믿음이 전해졌다.
그 모습은 매일 교탁 앞에서 마음을 가다듬는 나 자신을 떠올리게 했다. 아이들이 모를지라도, 내가 하루의 기준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수업의 온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그분들 덕분에 ‘프로정신’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배웠다. 능숙함이나 효율뿐 아니라, 다정함과 진심에서 비롯된 태도라는 것을.
그래서 교실 문을 열 때마다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그냥 수업하지 말자.
아이들 앞에서 ‘잘 하자’.
진심을 다해, 다정하게.
그 마음이 나를 교사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