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

내가 모르는 내 모습

by 산율

앞모습에 비해 뒷모습은 볼 것이 없다. 운동을 통해 몸을 잘 관리한 분들의 뒷모습을 보면 "와 ~~ 몸 좋네! 건강해 보이네! 섹시하네!"라는 육체에 국한된 느낌만 가질 수 있다. 분위기나 감각을 느끼기에는 뒷모습은 여전히 부족하다. 그래서 그런 걸일까? 나에게 앞모습은 사실을 확인하는 팩트 뉴스로, 뒷모습은 아직 이야기 결말을 알 수 없는 드라마와 같다. 앞모습은 혼자 존재할 수 있지만, 뒷모습은 항상 앞모습을 끌어당긴다.


이런 뒷모습에는 다양한 느낌이 있다. 평안함이 있다. 외로움이 있다. 그리고 묘한 호김심도 있다.


어머니 그림 속 노부분의 뒷모습은 평안함이 있다. 그 평안함으로 노부부가 지나온 삶의 궤적을 다 말할 수는 없다. 삶의 무게로 인해 상대방의 뒷모습만 바라보며 외로워하기도, 그 외로움이 더 큰 서글픔으로 다가오기도 했을 것이다. 때로는 힘겹게 앞서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묵묵히 응원을 하며 작은 힘으로 밀어주기도 했을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함께하며 두 개의 뒷모습이 아닌 하나의 뒷모습이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가끔 아내와 걸을 때 아내에게 뒷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아내는 나에게 말한다. "나에게 뒷모습 보이지 마세요. 오빠 뒷모습 보면서 걷는 거 싫어요." 사실 바쁘면 얼마나 바쁠까? 아이들을 포함해 같이 걷는 사람과 속도를 맞추지 못할 정도로 급한 것이 있을까? 그럼에도 가끔 나만 바쁘게 걸을 때가 있다. 습관적으로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혼자만의 레이스를 한다. 그럴 때 보이는 내 뒷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아마도 평안함 보다는 불편함 그리고 상대방에게는 외로움을 주는 뒷모습이다. 앞모습은 상상하기도 싫은 뒷모습이다.


얼굴과 표정에 신경을 쓰는 시간만큼 우리는 뒷모습에 쓰지 않는다. 타인의 시선이 오래 머물고, 앞모습을 끌어당기는 뒷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에게 평안함을 주는 뒷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우선은 허리를 곧게 하고, 어깨를 펴고, 고개를 든 힘찬 모습이다. 건강한 모습의 뒷모습이어야 한다. 갈지자로 비틀거리며 걷고, 어깨를 늘어뜨리고 걷는 힘없는 뒷모습은 매력 없다. 그리고 같이 걷는 뒷모습이다. 동행하는 사람의 속도를 맞출 수 있는 배려의 뒷모습이다. 사랑의 뒷모습이다. 우리가 손을 잡고 걷는 이유는 그 속도를 맞추기 위한 것이다. 뒷모습은 내가 모르는 내 모습이다. 꾸미지 않는 솔직한 모습이다. 이 모습은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는 평안함으로, 누군가에게는 외로움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그 모습이 나를 만든다. 앞모습은 인위적으로 가꿀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의 뒷모습은 삶의 태도를 통해 만들어지는 또 하나의 자화상이다.


바다를 향해 그네를 타고 있는 두 아이의 뒷모습 속에는 서로 앞서기도, 뒤서기도 하지만 같이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배려, 사랑으로 삶의 뒷모습을 만들어 가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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