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석곡이에게 쓰는 편지(25.04.03)
햇살 같은 아이가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순간이 있었다.
그 기척은 조용했지만 분명했고, 마음속 어딘가를 환하게 비추었다.
사랑이 아낌없이 주는 것이라면, 부모는 그 사랑의 표본일지도 모른다.
어머니는 마음속에 얼을 심고, 아버지는 삶에 빛을 비춘다.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곳곳에 어머니를 두었다는 말처럼.
아빠는 종종 너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하곤 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부모는 자식에게 삶을 건넨다는 사실을.
삶을 주고, 시간을 건네고, 자신이 걸어온 기억까지도.
그래서 어른이 된다는 건 어쩌면,
조금씩 아이에게 자리를 내주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아이를 낳는 건 자기가 기억하지 못하는 삶을 다시 살아보기 위해서라는 말이 있다.
너의 탄생을 바라보며, 아빠는 나의 첫울음을 떠올렸다.
아마도 너의 걸음마를 보며, 내가 넘어졌던 땅바닥을 다시 기억할 테지
미안하다.
조금 더 빨리 너를 만나지 못해서,
조금 더 오래 곁에 있어주지 못해서.
그럼에도 아빠는 너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세상은 무서울 때가 많고, 사람은 약해질 때가 많지만
그 어떤 사람도 너의 엄마와 아빠가 되어줄 순 없으니까.
우리는, 단 한 번뿐인 삶에서 네 곁을 택한 사람들이다.
너를 키우는 일은 희생이 아니다.
젊음을 내어주고, 열정을 내어주고, 꿈을 건네주는 일이
기쁨이자 축복이란 걸 알게 되었다.
너는 네 쪼대로 살면 된다.
그 멍을 다 짊어지고 주저앉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의 삶을 통해 너는 언젠가 알게 될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너를 사랑했는지,
그리고 그 사랑이 얼마나 깊고도 단단했는지.
삶에는 매뉴얼이 없다.
그래서 부모가 있다.
아빠는 언제나 너에게
팻말처럼, 북극성처럼,
너의 길 위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너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길이 되기를.
너를 기다리며,
봄에 남긴 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