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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품고 다시 걷는 길

긴 연휴.. 긴 호흡.. 긴 여정

by 간달프 아저씨

긴 연휴, 긴 호흡, 그리고 다시 시작된 긴 여정

6일간 이어졌던 연휴가 끝났다. 예상대로 긴 연휴의 다음 날은 무거웠다. 머리도, 발걸음도.

길었던 연휴는 언제나 그렇듯 후회를 남긴다.

“술 좀 덜 마실걸… 운동이라도 할걸… 책을 좀 읽을걸…”

이번 연휴도 결국, 조금의 성장도 없이 비슷하게 흘러갔다.

찝찝한 마음을 안고 출근했다.

사무실은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다. 무미건조한 인사, 반복되는 일상.

자리에 앉아 연휴 내내 미뤄둔 업무를 처리하며 오전을 보냈다.

나는 영업일을 하는 사람답게, 무의미한 외근을 빌미로 가방을 챙긴다.

사실 연휴 전에는 나름의 다짐도 있었다.

“이번 연휴는 힐링의 시간으로 삼고, 심신을 안정시킨 뒤 다시 열심히 살아보자.”

그러나 그 다짐은 흐지부지 사라졌고, 지금의 나는 아무 목적 없이 거리를 걷고 있다.

날씨가 또 왜 이렇게 좋은가.

그저 하늘을 올려다보고, 사람들을 구경하며 걷기 딱 좋은 날씨.

그러나 나는 한 발이라도 더 뛰고, 한 통의 전화라도 더 걸어야 하는 영업사원이다.

이게 뭐 하는 짓인지… 스스로를 자책하면서도 행동은 바뀌지 않는다.

시간은 흐르고, 나는 결국 집으로 향하는 전철역으로 발길을 옮긴다.

특별함 없이 스스로를 합리화한 하루.

그럼에도 “수고했다”는 위로를 안고 집으로 간다.

거기엔 나를 기다리는 따뜻한 저녁이 있다.

집에 도착했다.

너무나도 길었던 무책임한 연휴는 결국 오늘 하루의 무기력으로 이어졌다.

그런데도 나는 대접받듯 하루의 피곤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와이프는 마치 내가 수고한 것처럼 따뜻한 밥상을 내어준다.

저녁 식사 자리, 하루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별다른 말이 없다.

그저 쭈뼛쭈뼛.

속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내 하루의 진짜 모습을 아내가 안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내일은 달라져야 할 텐데… 벌써 내일이 걱정된다.

의지를 가지고, 행동으로 옮기고, 그래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건 어쩌면 단순한 공식이다.

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

특히 나에겐 더 그렇다.

나는 그런 부분에서 유독 부족함을 느낀다.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또 이랬다.

왜일까. 나는 왜 또 이러는 걸까.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던 이유는 단순했다.

‘나를 더 깊이 들여다보자.

내 단점과 부족함을 글로 적어보자.

그렇게 나를 제대로 알아보자.’

생각이나 타인의 평가가 아닌, 내가 느끼는 나의 진짜 모습.

그래서 오늘도 글을 쓴다.

그리고 오늘도 내 부족함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하지만 아직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이 불안을 성장으로 바꿔야 한다.

불안.

어떻게 이 감정을 넘어설 수 있을까?

한번 정의해보자.

불안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며 함께 데려가야 할 친구 같은 존재다.

사실, 불안을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불안은 마음속의 불씨다.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에서 태어나는 이 불씨는

우리에게 끊임없는 성장을 요구한다.

성장하고 싶다면,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더 깊어져야 한다.

그래서 인간은 어느 정도의 ‘불안한 존재’여야만 한다.

그러니 불안하다고, 불안해하지 말자.

오늘도 글로 나를 꺼내본다.

그 덕분인지, 이 글의 첫 문장을 쓸 때보다는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나는 나를 알아야 한다.

나의 부족함과 결핍은 실패의 징표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을 인정하고 마주하는 것이

어제보다 더 나아진 나를 만나는 첫걸음이다.

내일은, 오늘보다 1% 더 성장한 나로 살아보고 싶다.

평생을 하루하루 1%씩 성장하며 살아간다면,

나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이 삶을 마무리하게 될까?

그 설레는 궁금증을 안고,

나는 내일 아침 눈을 뜰 것이다.

그리고 또, 성장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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