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의미 찾기 전
아무 의미 없는 꿈을 뒤로하고, 전날 밤 새벽 5시에 맞춰둔 알람 소리에 눈을 뜬다. 나의 오른손은 '이제 그만 울려도 돼'라는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핸드폰을 집어 들고 알람을 끈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보려 하지만, 몸은 마음의 말을 전혀 들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그렇게 5분, 10분이 지나고, 더 이상 지체하면 새벽예배는 내일로 미뤄야 한다는 죄송한 마음에 무거운 몸을 이끌고 기상 첫 번째 루트인 정수기로 향한다.
반쯤 감긴 눈으로 정수기 앞에 서서 시원한 냉수 버튼을 누르고, 물이 나오는 동안 유산균 포장을 뜯는다. 물이 한 컵 가득 차면, 뜯어놓은 유산균과 함께 한 번에 입에 털어 넣는다. 시원한 냉수 덕분인지 정신이 번쩍 든다. 정신이 들자마자 화장실로 가서 작은 일과 큰일을 병행하며 시간을 보낸다.
세수는 생략한 채, 시원한 기운만 안고 전날 준비해 둔 옷을 주워 입는다. 차 키와 휴대폰만 챙겨 조용히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간다. 조용한 주차장에서 10년째 나의 차 역할을 해주고 있는 티구안을 몰아 근처 교회로 향한다.
아직은 어두컴컴한 새벽길, 10분 남짓 운전해 교회 앞에 도착한다. 올바르게 주차를 하고 2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간단한 피아노 반주 위로 목사님의 찬양 소리가 들린다. 나는 문 앞에 준비된 따뜻한 티백 하나와 성경책을 챙겨 아주 조용히 예배당에 들어선다.
3~4명의 새벽 예배자들과 함께 목사님의 뜨거운 설교를 듣는다. 설교가 끝나면 미리 준비해 둔 기도 제목을 꺼내어 긴 기도에 들어간다. 전체 등이 꺼진 예배당 안, 더욱 커진 찬양 소리가 기도에 몰입하기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마음속 기도는 하늘로 올라갈 준비를 마친다.
기도를 마치고, 들어올 때보다 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예배당을 빠져나온다.
어느새 밖은 훤히 밝아 있다.
다시 차를 몰아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 집 문을 조심스럽게 연다. 여전히 집 안은 조용하고, 모두가 잠든 채다.
출근까지는 약 40분이 남았다. 나는 여유롭게 준비를 시작한다. 옷을 차려입고, 문을 열고 나가기 전, 5분 정도 손에 잡히는 책을 읽는다. 그리고 드디어 하루를 살아내기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딛는다.
상쾌한 공기가 가벼운 내 발걸음을 한층 더 가볍게 만든다.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길. 전철역까지 데려다줄 버스를 기다린다.
운이 좋으면 바로 오는 버스를 탈 수 있지만, 타이밍을 놓치면 10여 분을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새벽의 고요함과는 정반대인 전철 안. 난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예민한 분위기 속을 지나간다. 겉으론 조용해 보이지만, 사람들의 머릿속은 결코 고요하지 않은 듯하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날카로운 눈빛들, 양보를 할까 말까 고민하는 마음들, 짜증을 낼까 말까 아슬아슬한 선을 넘나드는 표정들.
그렇게 모두의 공통된 아침은, 살얼음판을 걷듯 각자의 삶의 무게를 조심히 지나간다. 이렇게 나의 지극히 평범한 일상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