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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휘마 Oct 13. 2023

어머니! 저는 게임을 할 테니 어머니는 식사를 하시지요

낯설고 어색하지만, 어쨌든 우리 동네/ 고깃집

외식을 잘하지 않는 편이다.

예전에는 맛집이다 핫플이다 싶은 곳들을 알게 되면 찾아가 먹어 보는 걸 좋아했지만,

아이들이 생기고 나자 맘충이 되고 싶지 않아서 외식을 잘하지 않게 되었다.

먹을 때 영상을 보여준 적이 없다 보니, 외식을 하게 되면 아이는 자연스레 부산거렸고 빨리 먹고 일어나 이제 나가자고 손을 잡아끌었다. 이제껏 널 챙기느라 두 숟가락 먹었다고 항변해도 아이는 세상 지루한 얼굴로 왜 아직도 다 안 먹었냐고 물었다.

아이가 한 명일 때는 엄마아빠가 번갈아 먹으면서 아이를 돌보고 먹이고 밖으로 데리고 나가곤 했는데 그마저도 아이가 둘이 되고 나니 여의치 않았다. 그렇다고 뭘 보지 않고 밥 먹는 게 익숙한 아이들에게 이제와 굳이 영상을 보여 주며 밥을 먹일 필요는 없는  같았다. 아이들은 언제쯤 대화를 하면서 맛과 분위기를 즐기며 식사를 하는지 궁금해진다.


난 종종 돼지갈비가 먹고 싶었다.

달짝지근 쫄깃한 돼지갈비를 아주 좋아했고,  불판에 구운 돼지갈비가 먹고 싶다는 말을 종종 했다.

말로는 수십 번도 더 돼지 갈비집에 갔겠다 싶지만 정작 현실은 집에서 돼지갈비를 살살 굴리면서 구워 아이들과 쌈을 싸 먹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이제 첫째는 입맛에만 맞으면 한 시간도 그대로 앉아서 밥을 먹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무렵, 

시댁 어른들과 외식을 하게 되었다.

이 전까지는 시댁에 가서도 외식을 하는 일은 거의 없었는데,

그때의 우리들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손발이 척척 맞아서 시댁 근처에 있는 큰 고깃집을 가게 되었다.

한 건물이 통째고깃집인 큰 가게였는데 문에 들어서니 어린아이를 동반하는 가족은 3층으로 가라고 했다.

3층으로 가보니 상당히 공을 많이 들여 만든 어린이 실내놀이터가 만들어져 있었다.

아이들은 자리를 잡기가 무섭게 엉덩이가 들썩거렸고 고기가 다 구워지면 불러달라는 말과 함께 바람처럼 사라졌다.

남편과 나는 교대로 실내 놀이터에 앉아 보초를 섰고, 다른 가족들은 아이들이 함께 오지 않은 듯이 천천히 우아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식사가 무르익어 냉면과 된장찌개가 나올 무렵 나의 두 아이는 땀범벅이 되어 목이 마르다고 했다.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테이블로 가 고기를 잘게 잘라 밥을 먹였다. 모두가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집에 돌아온 남편과 나는 놀이방이 딸린 식당을 검색했다.

시댁 근처에 있던 엄청 크고 좋은 놀이시설을 갖춘 고깃집은 아니더라도 어린이 놀이방이 존재하는 고깃집들은 몇 군데 있었다. 사실 놀이방이 딸린 음식점이 종종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이들이 제각각 다른 쪽으로 달려가면 불안한 나이였었고 이제야 비로소 조금 멀리 떨어져도 불안하지 않은 나이가 돼서 시도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내 생일을 맞이해 우리는 집 앞에 있는 놀이방이 있는 무한 리필 돼지갈비집에 갔다.

꽤 무뚝뚝한 남자 사장님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우리는 항상 식사시간을 좀 비껴서 식당을 찾기 때문에 식당 내부는 한산했다. 남편은 본격적으로 허리띠 풀고 먹어 보자며  쪽에 자리를 잡았고,

아이는 들어설 때부터 어린이 놀이방은 어디냐고 물었다.

나는 아이의 성화에 못 이겨 의자에 엉덩이도 붙이지 못하고 고기보다 어린이 놀이방을 먼저 둘러보았다. 

놀이방 구석 한켠에는 80년대 문방구 앞에 있던 오락실게임기가 놓여 었다.

반가운 마음에 게임 방법을 알려주려고 했지만 마음이 급했던 아이는 이미 내 목소리를 들리지 않았다.

할 줄도 모르면서 춤을 추듯 손을 움직여 버튼을 두드렸다.

아들은 전자파를 가득 머금은 상기된 얼굴로 온 힘을 다해 버튼을 다다다다 두드리며 난생처음 맛본 게임기의 매력에 흠뻑 매료되었다.

둘째 아이는 오빠가 자신과 놀아주지 않고 게임기에만 붙어 앉자 금세 심심해하며 엄마아빠에게 왔고,  

다행히도 고기와 밥 말고도 사이드 디쉬로 나온 빵과 옥수수샐러드를 마음에 들어 해 꽤 얌전히 밥을 먹어 주었다.

이번에도 아들은 식사 후반부쯤에 겨우 테이블로 와서 밥과 고기를 쑥쑥 퍼먹었다.

빵 사이에 갈비를 잔뜩 넣어 만든 갈비 버거를 3개나 먹으며 이 식당이 아주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아이가 없을 때는 몰랐다. 식당에서 천천히 음식 맛을 음미하면서 밥 먹는 게 쉽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작게라도 어린이방이나 장난감들이 놓여있는 식당이나 카페는 보면 왠지 마음이 보드라워진다.

아이들이 단 몇 분이라도 놀이방을 이용하고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동안 엄마 아빠들이 편하게 먹고 쉴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마음에 감사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친절하고 애기엄마아빠를 환영하고 응원해요!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느껴진다.

물론 그분들은 손님을 더 불러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나의 아이는 종종 누군가의 생일이거나, 기념일이라고 알려주면 이렇게 말한다.


"우리 돼지갈빗집 가요? 오예~ 가서 게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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