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을 준비하며 여기저기 면접을 보다 보면 참 다양한 회사를 많이 만나게 된다. 경기가 안 좋은 것은 회사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다 마찬가지인데, 직원들에게 들어갈 돈은 최대한으로 줄이면서 주로 말하는 핑계는 경기가 어려워서이다. 그러나 그 회사가 실제로 어려운가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물론 실제로 경기가 어려운 회사도 있고 현재 우리나라의 경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면접을 보면서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뭔가 답보된 상태의 느낌이다. 뉴스에 나오는 경기가 어렵다는 것이 실제 체감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최근에 면접을 본 곳이 한 곳이 있다. 채용까지 갈 정도로 얘기가 오간 곳이었는데 이전의 내가 했던 직무와 유사하기도 했고, 내가 해야 할 직무를 이전 직원들이 제대로 하지 못해서 일은 뒤엉켜 있고 현재 완전히 뒤죽박죽인 상태였다. 그런 상태여도 이미 이전에 일했을 때도 뒤죽박죽 난리 부르스였던 일을 정리했었기에. 그래. 했던 일이니까. 경험치가 있으니. 입사를 고려해 봐도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제일 기본적인 복지가 발목을 잡았다.
식대를 연봉에 포함해서 주는데,
그 금액이 1일 6,000원.
햄버거 단품 금액도 안 되는 금액이다.
각종 건설 및 부동산에 토지소유, 거기에 영화관 운영 등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며자산이 많은 회장님께서 정하신 금액이라고 한다.그 얘기를 듣는데, 직감적으로 이곳은 당장 도망쳐야 할 곳이다 싶으면서도한편으로는 계속되는 이직의 과정이 너무나 지겨워서...이력서를 계속 넣고 면접과 이어지는 여러 과정들이 너무나 지겨워우선은 그냥 다녀볼까 싶었지만 모두 다 이것이 먹고살자고 밥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식대가 2000년대 초반에 멈취버린 곳을 내가 버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거기에 또 더해진 문제는 내 연봉보다 기존 직원의 연봉이 낮아서형평성 차원에서 내 연봉을 줄이겠다는 것. 면접 때는 맞춰줄 수 있을 것 같이 통 크게 얘기하다가 말이 바뀐 것이다. 그 회사 임원 왈, 나를 연봉 맞춰주면 기존 직원에 반발심이 커서 형평성을 맞춰줘야 하고 기존 연봉 그대로 입사해서 나중에 능력 없단 얘기 듣지 말고 입사를 해서 본인의 능력을 보여주면 되지 않나 저희 회장님께선 일하는 능력을 보여주면 그만큼 연봉을 올려주신다 등등 온갖 가스라이팅을 시전 한다. 아 누가 보면 엄청 내가 고액연봉받는 줄 알겠다. 이걸 듣고 있는 내 시간이 참 아깝다. 가스라이팅을 한쪽 귀로 흘려들으면서 그 생각만 들었다.지금 그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이 내 연봉보다 낮다면 이미 직원 대우를 어떻게 하는 게 보이는 것인데. 그게 내 미래가 아니겠나. 그러나 그 회사 임원의 미션은 내 연봉은 줄이고 식대는 적게 주며 어떻게든지 싸게 날 채용하는 것이 미션이었다. 어찌나 열성적이신지 내 연봉을 듣고 기존직원들의 반발이 심해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면서 같은 이야기를 몇 번씩이나 반복한다.
그럼 저기요.
제가 해야 할 직무를
거기 있는 직원 분들
그 누구도 해결하지 못해서
일이 온갖 엉켜버린 채로 두시면서
그럼 그 직원분 보고 하라고 하시지 그래요.
목 끝까지 나왔다가 이게 무슨의미가 있나 싶어. 안 가야겠다확고히 맘을 먹었다.기본적인 밥조차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는 저곳은 답이 없다 싶고 무언가 내가 지속해서 발전이라도 하면 복지가 없어도 참고라도 다녀볼 텐데 내 연봉보다도 작다는 기존 직원 연봉 얘기를 들으니 더 가지 말아야 할 곳이었다.
그래서 채용담당자에게 적당한 핑계를 대기 위해내 조건을 맞춰주는 곳으로 간다고 하니 신의가 없다며 되려 한마디를 얻어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