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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마음 하얀 마음 13

손자 손녀 하루 미팅

by 함문평

할아버지와 첫차로 횡성읍에 나갔다. 사실 라수연 양도 그녀 할아버지와 같은 버스로 읍에 나간 것인데 좁은 동네 소문난다고 모른 척하신 것이었다.


어른 두 분 젊은이 둘이 커피를 시키고 어른들은 빨리 마시고 횡성노인정에 바둑을 두러 가셨다.


초면에 아가씨에게 특별히 할 말을 준비한 것이 없어서 전학 이야기를 했다.


제가 강림초등학교 시절에는 중학교가 없어서 횡성 원주로 전학할려는데 가경 선생이 장손을 횡성 원주가 뭐냐 서울로 보내 경기고와 서울대 나오게 만들어야지 아비야 내소 99마리 다 팔아도 좋으니 장손 학비에 드는 거 아까워마라 하셔서 서울로 전학을 갔어요라고 하였다.


그녀는 오빠 동생 경희가 제 동차입니다. 경희에게 오빠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수학은 모의고사 보면 0.0001%였다고 들었어요.


이긴 그렇다.

비록 신원조회 때문에 떨어지긴 했어도 수학이 중요하다고 공군사관학교 수학시험에 마지막 문제가 주관식이었는데 대방동 S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봤는데 내가 답안지 제출하러 앞으로 나오면서 통로 좌우를 보니 마지막 문제로 다들 만주벌판이었다.


중학교 1학년 수학 선생님이 여자 선생님이었는데 1번부터 24번은 객관식 25번은 주관식으로 냈는데 솔직히 주관식은 손도 못 대고 객관식도 푸는 것이 아니고 보기를 거꾸로 문제에 대입하여 풀었다.


주관식 문제와 답란이 시험지 절반 세로로 나눈 것의 절반이 만주벌판으로 느껴졌다.

도저히 답을 쓸 수 없어 선생님께 편지를 썼다.


사랑하는 안정자 선생님

제가 도저히 문제를 풀 수 없어 편지를 씁니다.

이번 주관식 시험에 배정된 점수 1/4만 주시면 수학공부 열심히 해서 기말시험은 580명 중에 1등을 하게 아주 어렵게 출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선생님 아직 미혼이신데 제가 결혼해 드릴 테니 어차피 늦은 결혼 결혼하지 말고 기다리세요.


중학 3년 고교 3년 대학 4년 군대 3년 총 13년 기다려주시면 결혼하겠습니다라고 썼는데 시험 성적표를 받고 기절할 뻔했다.


우리 반 1등 인환이가 95점이고 다음 우성이가 80이고 반 평균이 57점인데 나에게 85점을 주셨다.


그래서 아가씨 수학 선생님이 정말 13년을 기다려줄 줄 알았는데 우리 1학기만 가르치고 남편이 미국에 있는 재미교포라 퇴직을 여름방학에 하셨다.


난 정말 기말시험 100을 찍고 수학은 졸업까지 쭉 100이었다고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는 영어 국어는 잘했는데 수학이 젬병이라고 하는데 그녀 앞니 두 개가 절반이 깨진 것이 보였다.


그녀는 가경 선생이 농협에 소를 판돈을 입금하고 쓸 때 찾으러 가서 늘 우리 손주며느리라고 호칭을 해서 정말 나와 결혼할 것처럼 말했지만 난 수방사예하부대 신병교육대 교관이라 수료한 신병들이 매월 미팅을 시켜서 서울에 삼삼한 아가씨 만날 일이 많았기에 그녀의 단점 하나 앞니 깨진 것을 보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거절할 명분이 생기자 니는 최대한 그녀를 즐겁게 했다.


수연 씨 물고기 아이큐가 얼마인지 아세요라고 물으니 몰라요 했다.


모 과학잡지서 읽은 내용인데 아이큐 1이 직진이라고 합니다. 아이큐 5 정도가 좌우이고 아이큐 7이 후진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물고기 아이큐가 7만 되면 김영삼 대통령 부친 김홍조 옹부터 사조참치 동원참치 다 거지되는데 천만다행으로 물고기 아이큐는 1이라 직진밖에 몰라요 했더니 허리가 부러지게 웄었다. 오빠 참 재미있다고 팔짱도 꼈다.


날이 저물어 막차로 두 노인과 손자 손녀는 동네 소문 안 나게 모른 척 강림으로 돌아왔다.


그다음 날부터 그녀 어머니는 우리 어머니와 전에는 친하지 않고 이름만 아는 사이였는데 친한 사이가 되었다. 나는 부모와 조부모님께 장문의 편지를 썼다.

내용은 안부 인사 후에 할아버지가 소개해주 라수연 양이 앞니 두 개가 이빨 본 색이 아니더라. 초면에 아가씨에게 물어보는 것이 실례라서 묻지는 않았습니다.


그거 하나로 그녀와 더 이상 진전할 마음이 사라졌다고 했지.


세월이 흘러 나도 대위가 되었고 중대장을 하게 되었다. 중대원을 인솔하고 100킬로미터 전술행군을 50분 행군하고 10분 휴식을 반복했다. 병사들은 K2소총이고 중대장은 지휘하는데 가볍게 하라고 K1소총이 지급되는데 휴식을 마치고 다시 행군 출발을 하느라 군장을 메고 소총을 둘러메다 멜빵끈을 너무 길게 했는지 총이 틔면서 나의 앞니 2개를 때렸다. 잇몸에서 피가 났다.


훈련을 마치고 사단의무대에 가니 이거 잇뿌리를 다쳐 두 개를 빼고 인공치아를 해야 한다고 했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하고 여자의 치아를 흉본 자 그대로 치아 깨진다는 것을 경험했다. 이 글을 읽는 남자들이여 여자를 만나면 외모를 흠잡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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