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시간에 배운 편지 쓰기 순서 그대로 안부인사 계절 인사를 쓰고 본론에는 할아버지 친구 손녀 인 그녀에 대한 칭찬을 우선 쓰고 하지만 다음에 하고 싶은 말을 다 썼다.
계급이 중위라 봉급이 20만 8천 원인데 재형저축 8만 떼고 128000원으로 살 수가 없는데 그녀는 만나자마자 결혼하자고 해서 겁이 났습니다.
또 하나는 초면에 아가씨 앞니 왜 니갔냐고 물어볼 수 없어 못 물어봤다 그 두 가지 사유로 그녀와 더 이상 진전은 없을 거라고 편지를 썼다.
그녀 어머니는 내 어머니만 만나면 아드님에게서 편지 왔냐고 자기 딸은 온통 내 생각뿐이라고 하루라도 빨리 결혼시키자고 해서 어머니는 그녀 어머니를 피해 다니다가 완곡하게 거절했다.
아들 편지가 왔는데 아들이 중위 월급으로는 둘이 살 수 없어 결혼 못하고 대위 월급 받아보고 결혼을 할지 말지 결심하겠다고 하니 따님은 나이 들기 전에 좋은 혼처 만나 결혼하기 바란다고 했다.
거절 편지 이후 미팅을 30번 정도 했는데 정말 남녀일은 알 수없음의 연속이었다.
내가 맘에 들어 다음에 또 만나자고 했고 내가 일곱 살 시절부터 달력에 나오는 화장 진하게 하고 손톱 긴 여자는 여동생 경희에게 얼굴 손톱에 긁힌 트라우마로 싫어하는데 꼭 그런 여자들만 나에게 애프터 신청이 들어와 거절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대위로 진급하고 중대장 임용 전에 받는 필수교육 고등군사반 입교를 했다.
고등군사반 교육은 만약에 전쟁이 난다면 바로 150명 되는 중대원의 생사를 책임질 장교를 양성하는 것이라 강의실에서 수업 반 야외 전술훈련 반이었다.
결혼한 장교들은 백일아파트를 사용하고 독신들은 하숙이나 자취를 했다. 공부에 일분일초가 아까운 학생장교들은 대부분 하숙을 했는데 우리 기수에서 딱 한 명 자취를 했다.
횡성에서 할아버지가 소개한 여자를 내가 싫다고 하자 어머니는 광주 이모에게 부탁을 해서 아들 공부도 좋지만 장손이라서 할아버지 돌아가시기 전에 결혼하게 맞선 매주 할 수 있으면 하라고 부탁을 했다.
하숙집 아주머니도 함 대위 인성이 착하다고 자기 친정 오빠 딸을 소개해준다고 했다. 교관들이 내준 과제물이 노트에 쓰는 문제가 아니고 지도 위에 독도법 도식으로 제시하는 것이라 시간이 많이 걸려정말 토요일 소개팅을 다녀오거나 일요일이 소개팅인 주는 과제를 대층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한주는 토요일도 소개팅 일요일은 큰 이모 댁에서 횡성서 할아버지와 어머니가 오셔서 거절할 수 없는 소개팅이 되었다. 어른들이 오셔서 나도 복장을 청바지가 아닌 장교 정복을 입고 갔다.
이모님 댁에 가니 아가씨가 벌써 와있었다. 그녀를 본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으면서 현기증이 났다.
이러면 안 되지 안돼하면서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보는데 세상에 이런 일이 어제 하숙집 아주머니 오빠 딸과 소개팅을 했는데 그녀가 거기 있었다.
그녀는 나를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처럼 함 대위님 오랜만이에요 했다. 어제 보고 오늘 보는 것을 오랜만이라니 이 여자 중고등학교 국어를 누구에게 배운 거야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 작전에 말려들면 안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 어제 하숙집 주인 주머니가 소개해 안 사이라고 바로잡았다.
사연은 하숙집 아주머니 오빠의 딸과 큰 이모 막내딸과 초등학교를 함께 다녔다. 학부모회 활동을 같이 했고 그녀는 광주교대를 졸업하고 결혼해서는 도시에서 근무한다고 아가씨 시절에 섬 학교 근무를 자원했다고 한다.
나는 어려서 여섯 살 때 두 살 아래 여동생 경희와 싸워 경희가 손톱으로 내 얼굴에 피를 내서 피를 보자 나는 엉엉 울었다. 할아버지가 노인정에서 집에 들어오시다 그 광경을 보고 어머니를 혼내주셨다. 집안 장손 얼굴에 손톱으로 상처를 낸다는 게 말이 되냐고 해서 어머니는 대나무 회초리로 경희 종아리를 수없이 때려 경희가 빌며 다시는 오빠랑 안 싸운다는 말을 듣고서야 매를 멈추었다.
그런 경험이 있어 나는 여자가 아무리 미스코리아라 하더라도 일단 손톱 길고 빨간색 칠한 여자는 X였다.
큰 이모는 하숙집 아주머니의 오빠 딸을 적극 변호했다. 섬에서 초등학교 어린이를 가르치는 여자가 평소에는 손톱 기르고 빨간색을 칠하겠니 모처럼 남자 만난다니 그냥 나가면 남자에게 촌닭 평가받을까 봐 손톱을 만들어 부착한 것이라고 해명해 주었으나 첫인상이 맘에 안 든 것을 만회할 수는 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