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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마음 하얀 마음 13

뜻대로 안 되는 청실홍실

by 함문평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도 본인 의사 무관하게 부모가 정해준 대로 결혼한 것을 후회했고 아버지 어머니도 본인 의사 무시하고 외할머니 중풍을 아버지가 고쳐준 인연으로 외할아버지가 우리 할이버지를 찾아와 사돈 맺자고 막걸리 한잔에 결혼 승낙했다고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원망했고 어머니는 외할아버지 돌아가실 때까지 원망하며 사셨다.


그랬으면 나에게는 연애 결혼하라고 하실 법도 하건만 대위 교육을 받으러 광주로 가서 결혼한 동기는 백일 아파트에 입주를 하고 난 화정동에 하숙집을 구했다.


하숙집 주인에게 저는 코를 골기에 독방을 주세요 했다. 그 집은 3층집이었고 2층까지는 정상 건축으로 짓고 3층은 옥상에 조립식 건물 자재로 지은 것인데 책상 책꽂이 침대가 있어 혼자 지내기에 좋았다. 토요일은 옥상에서 하숙생 전원 삼겹살 회식도 했다. 하숙집 선배기수가 물려주는 일명 고춧가루라고 하는 요약집은 유용했다. 시험이 그 속어서 99% 출제되어 점수 상위 등급 받는 것이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


어머니의 제일 큰 언니 나의 큰 이모가 광주에 사셨는데 어머니가 이모에게 중매부탁을 했다. 하숙집 아주머니는 나를 잘 봤는지 자기 친정 조카가 광주교대를 졸업하고 어느 섬에 발령받았는데 주말에는 광주에 오니 시간 휴일 비워두라고 했다.


이런 것을 풍요 속에 빈곤이라고 맘에 드는 여자가 없었다. 큰 이모는 화가 나서 더 이상 소개 안 한다고 강림 어머니에게 전화했고 급기야 교육받는 중에 언니 얼굴도 볼 겸 광주에 왔다.


고군반 수업을 마치고 큰 이모댁으로 가니 심장 멈출 일이 벌어졌다. 바로 지난주 일요일에 하숙집 아줌마 소개로 만난 여자가 손톱을 길게 기르고 빨강 매니큐어를 적장미 색으로 바르고 귀에는 신라 왕실 공주도 아닌 것이 치렁치렁 귀걸이를 해서 하숙집 아주머니에게 맘에 안 든다고 한 여자가 큰 이모네 집에 와 있었다.


이거 쌍둥이 여자인가 아니면 내가 잘못 보았나 머리에서 연산이 복잡하게 돌아가는데 그녀가 먼저 아는 체를 했다. 어머나 함 대위님 여기서 또 뵙네요. 천생연분인가 봐요 했다. 속으로 김칫국 마시고 있네 하는데 이모와 어머니는 그녀에게 어디서 만났냐고 물었다. 지난주 내가 하숙하는 주인집 아주머니 소개로 만났다고 하니 이모도 천생연분이라고 하고 어머니도 천생연분이라고 했다.


정성껏 차린 식사를 하고 차도 한잔 마시고 그녀는 돌아갔다.


어머니와 큰 이모는 그때부터 나를 닦달했다.


도대체 어떤 여자를 소개해야 맘에 들겠냐는 물음에 현모양처라고 대답했다.


두 분이 동시에 웃으면서 야 네 엄마도 이모도 현모양처 아닌데 어디 가서 현모양처를 구할래 하셨다.


나는 신념이 있었다. 총각시절 몸 함부로 굴리지 않고 바른생활 사나이로 살면 저 우주 북극성 이래 시시는 마고 할머니가 나의 청실과 아직 나타나지 않은 홍실은 현모양처일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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