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시절의 추억

불장난

by 함문평

아주 어린 시절 이야기다.


초등학교 입학 전 겨울 어느 날 동네 친구 네 명이 불놀이를 했다.


여름은 개울에 나가서 물놀이를 할 수 있어 좋았으나 겨울은 어린 꼬마에게 춥기만 했지 재미난 놀이가 없었다.


형들은 떡메를 들고 얼음 위를 쳐서 물고기를 잡거나 산에 가서 나무를 해서 지게로 날아오지만 꼬마들은 특별히 할 일이 없었다.


궁리한 것이 불장난이었다.


초가집 본채가 있고 소를 여러 마리 키우느라 집은 아니지만 비와 눈을 막을 수 있는 지붕이 있고 쇠여물통이 기차처럼 이어진 집이 ㄱ자로 붙어있었다.


볏짚단에 불을 붙이고 상대에게 겁을 주는 놀이였는데 그만 한 명이 불붙은 짚단이 뜨거우니 던진다는 것이 넓은 땅바닥에 던져야 하는 걸 초가집 지붕이거나 외양간 지붕에 이영이 오래된 것이 있으면 부분을 걷어내고 갈아 끼울 예비 이영을 모아둔 곳에 불이 붙었다.


잘 마른 볏짚으로 만든 이영이니 얼마나 잘 타겠는가?


마침 지나가는 어른이 뚜어가서 강림지서에 연락해 비상시 울리는 사이렌을 울려주셨다.


사이렌 소리에 동네 어른들이 양동이며 다라며 들고 나와 우리 집 지하수 펌프와 동네 공동우물 두레박으로 퍼올린 물로 불을 껐으나 외양간은 거의 다 탔다.


소는 불길이 다기 오자 고삐로 묶은 것을 얼마나 순간 괴력으로 떨어져 도망을 갔다.


불을 낸 꼬마 4명은 엉엉 울었다.


할아버지와 동네 어른들이 다시는 불장난하지 말거라 타이르시고 우린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한동안 밤마다 불에 타는 꿈을 꾸었고 초등학교 입학 전에 오줌을 싸서 키를 뒤집어쓰고 이웃집에 소금을 얻으러 다녔다.


지금도 민속촌이나 초가집 보존하는 곳을 지날 때면 어린 시절 초가집을 태운 불장난 친구들이 생각이 난다.


세월이 흘러 중학생이 되었다. 과학선생님이 여담으로 월남전 참전 경험담을 들려주셨다.


내가 산다는 보장만 있으면 가장 재미난 것이 불구경과 물구경이라고 하셨다.


나이가 60이 넘은 지금도 난 강릉 안목해변에서 물 구경을 하고 있다.

그 선생님은 지구상에 전쟁은 없어져야 할 재앙이지만 내가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다는 보장만 있다면 여의도 불꽃축제는 비교도 안 되는 멋이 있다고 하셨다.


니도 전쟁은 아니지만 전쟁을 가상한 훈련을 산정호수 근처의 공지합동훈련장에서 야간전투를 중위 시절에 경험했다. 캄캄한 밤에 각종 구경이 다른 탄들의 예광탄 터지는 모습은 정말 여의도 불꽃축제보다 아름다웠다. 그러니 김정은 임회 하에 이루어지는 북한의 위성 발사나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는 얼마나 황홀할까 상상이 된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불꽃이 우리 민족을 공멸의 길로 안내하는 이정표라면 여기서 중지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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