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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마음 하얀 마음 2

눈물의 제2수학여행

by 함문평

요즘 중학생 고등학생들은 수학여행을 제주도나 해외로도 다니지만 1970년대 수학여행 단골코스는 속리산 경주 월정사이거나 공주 한려수도 해운대 올라오면서 월정사 잠시 들렀다.


수학여행비를 납부 못한 학생은 2학년 1반 교실에 모여 자습을 했다. 교실에 선생님이 들어와 가르칠 것도 아니면서 출석일수 채워야 한다고 등교시켰다.


기훈이는 그때 집안 형편이 어려워 수학여행을 못 간 친구인데 사람팔자 알 수 없다고 중졸로 일찍 사회에 나가 눈물 젖은 빵을 먹고 악착같이 돈을 모아 거부는 아니더라도 60 이후 일 안 하고 죽을 때까지 먹고살 돈을 벌었다.


내가 군대서 전역하고 처음 동창모임에 갔더니 사회적응할 겸 총무를 하라고 해서 맡았다.


총무를 맡고 해가 바뀌어 봄이 되었다. 기훈이 전화가 왔다. 함 총무? 좀 길게 통화해도 돼? 응?

통화 길게 한 요지는 중2 때 수학여행비 없어 못 갔는데 멀리 경 주가녀면 당일로 안 되니 속리산까지만 희망자 모아 갈 수 있게 진행하라고 했다.


그냥 경비 일체를 다 부담한다면 신청자 없을 거야. 회비 2만 원 나머지는 기훈이가 책임질 것이라고 사무국장 함문평 이름으로 공지했다.

신청자가 없거나 40명을 초과하면 어쩌지 고민했는데 딱 25명이 신청했다.


휴일 이른 새벽 모교 정문에 모여 관광버스에 승차하니 40 년 전 추억이 스쳐갔다. 버스에서 커튼을 치고 음주가무를 즐기다 보니 속리산에 도착했다.


산 정상은 시간상 안되니 법주사까지만 다녀왔다.


그 구경을 마치고 철수가 모두 둥그렇게 앉아보라고 했다.


무슨 이 나이에 수건 돌리기야? 했더니 수건 돌리기가 아니고 오늘 털어놓지 못하면 관뚜껑 덮을 때까지 못할 이야기라고 했다.


할아버지가 장손 중학생되었다고 시티즌 손목시계와 파커만년필 사주신 것을 입학한 지 얼마 안 되어 잃어버렸다.


담임 선생님은 확인도 안 하고 기훈이가 가난하다고 범인 취급했다. 정말 만년필 범인은 철수였다.


그날 철수가 기훈과 나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우리 셋은 나이 60 체면도 구기고 엉엉 울었다.


울고 나니 속이 후련했다.

지금 학교 선생님들이 학부모의 갑질에 자살을 해서 온 나라가 난리다.


우리가 학생시절에는 상상도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나는 할아버지가 하루 담배 두 갑 할머니가 한 갑을 피워 방에 걸어놓은 교복에 담배 냄새가 배었다.


입학식날 담임이 교복에서 담배 냄새난다고 담배 피우지? 물어서 아니요! 했더니 거짓말한다고 슬리퍼로 맞았다.


요즘 그러는 선생도 없겠지만 학부모 갑질에 교사가 자살하는 세상을 어떻게 평화가 오게 할까 앞날이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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