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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마음 하얀 마음 2
06화
파란 마음 하얀 마음 2
엄마 아들이 쓴 책이야
by
함문평
Jul 25. 2023
사람들은 내가 아버지를 쏙 닮았다고 한다. 가끔 명절에 만나는 동생들은 오빠! 오빠는
나이 들수록 아빠와 똑같아! 한다.
외모는 그렇다.
머리카락 부족한 대머리에
기다란 얼굴이라 별명이 말대가리 2대는 맞다.
하지만 한겨울에도 찬물을 먹고 얼어 죽어도 겨울에 아-아를 마시는 것을 보면 식성은 어머니를 닮았다.
아주
어린 시절에 나는 엄마의 숨겨둔 작문 노트를 봤다. 부엌 아궁이 큰솥 옆에 행주를 보관하는 나무상자가 있었는데 하단이 서랍이었다.
그 안에 우리 5남매가 공부하고 학년이 바뀌면 버린 공책을 하나하나 확인해 안 쓴 종이를 뜯어서 노끈으로 묶어서 종합장을 만들었다.
우연한 기회에 조금 열린 서람에 종이가 보여 열어보았다. 그 종이에 적힌 글은 엄마의 일기와 인생역정.
마음속으로는 이혼을 백번이나 생각했는데 장남인 문평이 허약해 이혼 후에 계모에게 구박받을 장남 때문에 이혼을 못하겠다는 내용이 있었다.
얼른 서랍에 다시 넣고는 나는 모른
척! 하고 살았다.
세월이 지나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치매로 요양원에 계신다.
작가로 등단하고
첫 책이 나오자 엄마! 아들이 쓴 책이라고 큰 글씨를 써서 드렸다. 알아볼 때도 있고 몰라볼 때도 있지만 책을 보고 울다 웃으신 것을 보면 아들이 쓴 책에 기쁨의 눈물과 자랑스러운 아들의 웃음이라 생각한다.
뽀빠이 이상용이 진행하던 우정의 무대에 어머니 어머니 그리운 어머니 코너가 있었다.
거기 나오는 어머니들의 사연에 전국 시청자들의 눈물을 흘리게 했다.
추석을 맞이하여 극장에 커밍 홈 어게인이라는 영화가 상영 중이다. 어머니가 위암 말기로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다는 것을 아는 아들이 미국 뉴욕의 높은 연봉을 받는 회사에 휴직을 하고 어머니와 마지막 추억을 만든다.
영화의 어머니는 농구선수이고 잘 나가던 선수지만 남편의 박사 후 과정과 딸과 아들을 미국 동부지역 명문고에 보내고 안정된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 한국의 모든 재산을 정리해 미국으로 갔다.
딸과 아버지는 말로는 엄마의 연명을 주장하지만 담당의사와 이들은 어머니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이 어머니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연명을 포기했다.
아들의 기숙사에 아들이 좋아하는 갈비와 잠채 전을 만들어 방문했다. 아들이 며칠 굶은 사람처럼 허겁지겁 먹는 모습에 어머니는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나도 어머니가 호박죽을 좋아한다고 커다란 늙은 호박을 황성에서 서울까지 가지고 왔다.
고속버스터미널이 현재는 반포에 있지만 1970년대는 동대문에 고속버스터미널이 있었다.
어머니는 터미널에 내려 대방역까지 전철로 와서 내가 늙은 호박을 받아 들고 집으로 가다가 무겁고 화가 니서 길바닥에 내동댕이 쳤다.
늙은 호박은 산산이 부서졌다. 어머니는 호박 부서진 것을 보자기에 주워 담았다. 집에 오니 할아버지가 왜 호박이 깨졌냐? 질문에 어머니는 당신이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턱에 걸려 깨졌다고 백색 거짓말을 했다.
커밍 홈 어게인을 보면서 영화의 어머니와 나의 어머니가 겹쳐 보여 펑펑 울었다.
좋은 땅 발행 <백서>를 보시고 눈물짓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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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단편소설집 <백서> 발행 2021년 현대시선 57호 <부적>당선 <스토리문학 소설모임>동인 E-mail : mpham3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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