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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사파에서 중국 리장으로(3)

걸어서 넘는 중국 국경

by 김이름 Feb 21. 2025

12일의 여행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사파로 그리고 라오까이에서 중국 허커우로 걸어서 국경을 넘고, 쿤밍을 거쳐 리장에서 며칠 시간을 보내고, 상하이에 들러 한국으로 돌아온 일정입니다. 이 여행 루트를 경험해본 이들이 많지 않을 듯 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다듬어지지 않은 글이지만 정보 위주로 남깁니다.        


     

중국 국경을 넘어야 하는 날은 하루 종일 이동을 해야 했습니다. 우선, 중국 국경을 넘어 허커우역으로 가서 기차를 타고 쿤밍역으로 이동해 1박을 한 후, 다음날 쿤밍역에서 리장역으로 기차를 타고 가는 일정입니다. 그런데 허커우역에서 기차시간이 애매했습니다. 오전 시간대는 도착 시간을 맞출 수 없을 것 같았고, 이후에 저희가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시간 대의 기차는 오후 6시 30분이었습니다. 쿤밍역에 도착한다면 23시 22분입니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우리는 오후 1시 28분 기차를 타고 17시 58분에 쿤밍남부역에 도착하는 기차를 타기로 계획했습니다. 이 노선이 아니라면 중간에 Honghe에서 환승을 하면 쿤밍역에 17시45분에 도착할 수 있는 노선이 있긴 했지만 사전 정보로는 기차 탈 때 짐 검사하고, 여권 검사하고 복잡하다는 이야기에 기차를 환승하는 것보다는 쿤밍남부역에 내려서 택시를 타고 쿤밍역으로 이동하는 걸 택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한번 경험을 해서인지 다음에는 환승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복잡해 보이는 절차도 몇 번 경험하다 보니 익숙해져서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국경을 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몰라 최대한 빨리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간단하게 호텔의 조식을 먹고 나와 여전히 안개로 가득한 사파의 버스정류장까지 캐리어를 끌고 이동했습니다. 성당 근처에 라오까이 가는 버스 터미널이 있었고, 저희가 30분 정도 전에 도착했음에도 버스는 이미 도착해 있었습니다. 버스가 좁아 캐리어를 둘 곳이 마땅하진 않았지만 사람들이 꽉 차지 않아 의자 옆에 두어도 무방했습니다. 버스비는 저렴했고, 이동시간은 약 1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승객들이 내려달라는 곳에서 내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저희는 처음부터 국경을 넘을 거라고 말했고, 도착하면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발음이 하이꽌? 정도 되었던 거 같습니다. 하이꽌이라고 하면 알아들으셨던 것 같고, 저희는 확인 차원에서 사진을 한 번 더 보여드렸습니다. 라오까이에 도착해 승객들이 거의 다 내렸을 때 강가 어딘가에서 멈추더니 저희에게 내리라고 하셨습니다. 바로 국경 앞은 아니었고, 버스가 떠나간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10분 정도 걸으니 국경이 나왔습니다.       



육로로 국경을 넘는다는 설레임도 잠시 긴장감이 돌았습니다. 더군다나 중국여행도 처음입니다. 모든 것이 낯선 상태. 잘해 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베트남에서 출국심사를 한 후, 중국 입국 심사대 앞에 섰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입국 심사대를 거쳐가는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입니다. 짐을 챙길 때도 보통 비행기를 타면 액체류는 캐리어 안에 넣습니다. 캐리어 안에 넣으려다가 생각해보니 내가 직접 들고 갈 건데 상관없겠다는 생각에 그냥 음료수는 크로스백 안에 넣었습니다. 그대로 통과되었습니다.     



입국 심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섰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옆에 있던 직원에게 한국인인데 이 줄이 맞느냐고 확인을 받았습니다. 그때 직원이 저희에게 내민 게 있었습니다. 바로, 입국신고서입니다. 보통, 비행기를 타고 가면 비행기 안에서 받아 작성을 하고, 이후에 심사를 받으면서 제출을 합니다. 저희는 이런 과정이 없었기에 입국신고서를 써야 한다는 생각도 잊고 있었습니다. 그때서야 깜짝 놀라 입국신고서를 받아 작성하러 자리를 이동했습니다. 입국신고서를 쓰고 있는데 중국인 직원분이 다가오셨습니다. 무슨 일이지? 긴장하려는 찰라. 묻지도 않았는데 하나하나 항목마다 어떤 내용을 써야 하는지 일일이 알려주셨습니다. 어리둥절함과 동시에 감사했습니다. 심지어, 긴장된 상태라 중국 리장과 베트남 영어 스펠링이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친절하게 그 직원분이 대신 써주셨습니다. 고마워서. 오늘 중국 처음 왔는데 너무 친절하게 해줘서 고맙다는 저의 말에 그 분의 대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니라고. 이 건 내 일이라고. 그게 나의 중국에 대한 첫인상이었습니다.     


입국신고서를 작성하고 입국심사대 앞에 줄을 섰습니다. 그냥 무사통과될 거라는 희망을 가진 채. 그러나 저희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평소, 해외에 갔을 때 질문을 받아본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 입국심사는 솔직히 힘들었습니다. 물론, 어설픈 저의 영어실력도 한몫 했을 겁니다. 입국심사관은 저의 여권을 정말로 한장한장 모조리 뜯어서 살펴보고, 살펴보는 걸 여러번에 걸쳐셔 했습니다. 제가 갔던 나라를 모조리 훑는 것 같았고, 왜 중국에 왔는지부터 입국심사때 나올 수 있는 모든 질문은 다 받은 것 같습니다. 베트남에는 왜 두번 왔는지, 어딜 갔었는지 등 질문 한 번 하고, 여권을 다시 살펴보고, 또 질문하고, 여권을 다시 살펴보고... 그래도 분위기를 경직되게 만들지 말자는 생각에 쓸데없는 소리도 좀 남발했습니다. 오늘 중국 처음 왔는데 너무 기대된다. 행복하다는 둥. 피식, 피식 웃던 그 분의 모습에 솔직히 좀 민망했지만 그게 저의 최선이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최장 시간 입국심사를 받은 것 같습니다. 드디어 도장이 찍혔고, 통과되었습니다.      


그런데 제 뒤에 있던 일행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만날 수 있었고, 사무실까지 갔다 왔다고 했습니다. 제 여권은 구여권이었고, 일행의 여권은 신여권이었습니다. 왜 다르냐는 질문부터 시작해... 결국, 사진과 실물이 다르다며 사무실로 가라고 했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통과되어 나오긴 했지만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는 어떤 질문도 받지 않고 통과될 수도 있습니다. 입국심사관이 누군가에 따라서도 심사의 난이도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영어가 능통하다면 크게 어려울 건 없지만 영어 울렁증이 심한 저에게는 쉽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육로로 국경을 넘을 계획이라면 가급적 입국심사에서 받을 수 있는 질문은 인지하고 가시길 권해드립니다. 어떤 질문도 받지 않는다면 물론, 땡큐입니다.     


건물을 나오니 드디어 중국입니다. 심장이 두근두근합니다. 우선, 허커우역으로 이동을 해야 합니다. 택시를 타야 하는데, 길에서 잡는 택시는 왠지 사기를 칠 것 같았습니다. 디디로 택시를 불러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한 택시기사님이 다가옵니다. 허커우역에 갈 거라고 얼마냐고 물으니 15위안을 부릅니다. 엥? 블로그에서 본 금액이 20위안이었는데... 더 저렴합니다. 뭐지? 싶었지만 우선 탔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15위안을 냈습니다. 길에서 잡아 타는 택시는 요금을 뻥튀기하는 거 아니었나? 싶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중국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진 건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보았던 유튜브 영상이나 블로그 글들과는 전혀 달랐던 중국 여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허커우역 주변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점심을 역 근처에서 먹을 생각이었는데 정말로 아무 것도 없습니다. 역 앞에 아주 작은 슈퍼가 하나 있고, 역 내에 편의점(?)같은 곳이 한 군데 있을 뿐입니다. 따뜻한 물이 있어서 사람들이 라면을 먹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간단하게 빵을 사서 요기를 했습니다. 만약, 점심을 식당에서 드시고 싶다면 국경 넘으면 근처에 식당들이 많습니다. 그곳에서 식사를 하고 오시는 것이 좋습니다.      



중국 기차를 타는 것에 난이도가 있다는 말에 긴장을 하긴 했지만 한 번 해보니 탈 만 했습니다. 처음에 짐 검사를 하고, 이때 여권 검사를 같이 하는 곳이 있었고, 안 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이후, 대기를 했다가 기차를 타러 역사를 나갈 때 다시 여권 검사를 합니다. 이때 외국인은 직원이 서 있는 곳으로 가서 여권을 내밀면 됩니다. 보통, 맨 왼쪽 줄에 직원이 있었습니다. 엄청난 인원이 동시에 움직이기 때문에 시간 안에 탈 수 있을까 걱정도 되지만 빨리빨리 진행됩니다.   



생각보다 제가 가지고 있던 편견이 상당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중국은 질서를 지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새치기 잘한다는 동영상을 어디선가 본 적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하나같이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고, 사람이 먼저 내리길 기다린 후 차분하게 기차에 올라 탑니다. 물론, 어디에나 진상은 있습니다. 조용한 기차 내에서 시끄럽게 동영상을 틀어 놓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중국 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나 있습니다. 대다수가 질서를 안 지킬 것 같아 새치기 당하지 않으리라 마음 먹었던 굳은 결심이 무색했습니다. 내가 본 세상은 대체 뭐였을까요? 단지, 어그로였을까요? 물론, 그런 경험도 실제 할 겁니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님을 직접 경험하고서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기차도 다양하게 경험해보고 싶어서 허커우역에서 쿤밍남부역까지는 1등석을 예약했습니다. 기차표는 트립닷컴을 통해 예약했지만 다음부터는 직접 기차앱을 통해서 예약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주 전에 표가 오픈되지만 상당히 빨리 매진됩니다. 어떤 표는 오픈되자마자 매진되는 것도 있습니다. 특히, 비즈니스나 1등석이 더 빨리 매진되니 신속하게 예매해야 합니다. 비용은 2배씩 차이가 있었습니다.     



허커우역에서 쿤밍남부역까지 4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버틸만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기차에서 창문이 없는 맨 앞자리로 배정받아 매우 답답했습니다. 쿤밍은 잘 몰랐던 도시였는데 엄청 큰 도시였습니다. 기차에서 내려 택시타는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때도 택시를 불러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택시 정류장에 가니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직원들이 상황을 정리하며 손님들이 택시를 탈 수 있게 도와줬습니다. 굉장히 빨리빨리. 체계적으로 사람들이 택시에 올라탔습니다. 그리고 중국은 영어가 거의 통하지 않는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아주 간단한 영어조차도. 공항이니. 기차역이니. 이런 단어도. 그래서 우리는 주요 지명은 한자로 보여줬습니다.



쿤밍역 근처에 있는 호텔 라마다 앵코르 와인덤 광둥 쿤밍으로 1박을 예약했고, 평일 기준 트윈 7만 6천원 정도였습니다. 조식이 포함되어 있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조식은 별로여서 거의 먹지 않았습니다. 기차역 근처이고, 호텔 컨디션도 괜찮아서 다음에 가면 다시 이용할 생각있습니다. 뷰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쿤밍에서의 목적은 오로지 하나였습니다. 하이디라오. 본토에서 먹는 훠궈맛을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호텔에서 15분 정도 걸어가면 하이디라오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하이디라오는 가본 적이 없고, 대림에서 훠궈를 많이 먹어봤습니다. 토마토탕은 처음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었고,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먹는 훠궈보다 더 중국의 향(?)이 없던 느낌이었습니다. 이것저것 많이 시켰는지 직원이 너무 많다고 하더군요. 괜찮다며 모두 시켰는데... 역시나 남겼습니다. 가격은 2인 6만원 정도 나온 것 같습니다.      



쿤밍은 사실 지나가는 도시였기 때문에 계획한 것이 없었습니다. 잠시 쉬었다가 다음날 다시 리장으로 가는 열차에 올라야 했기에 일찍 숙소로 돌아와 쉬었습니다. 저는 여행에 가면 이른 아침의 시간을 좋아합니다. 그 나라 사람들이 출근하거나 학교에 등교하는 학생들을 보는 걸 좋아합니다. 여행을 온 낯선 이방인이 아닌 그 공간 안에 잠시 살고 있다는 느낌을 좋아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될 중국여행에 앞서 그렇게 아침 공기를 마신 후, 다시 호텔로 돌아와 짐을 챙겨 쿤밍역으로 향했습니다.



중국에서 영어가 통하지 않아 답답할 줄 알았는데. 여행 난이도가 최악일 줄 알았는데. 오히려 세상 편하게 여행을 할 수 있던 이유는 뭘까요? 영어에 약한 저는 늘 영어를 쓸 때면 긴장하고, 알아 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는데 오히려 그 긴장감을 놓으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그 나라의 언어를 할 수 있으면 분명 장점이 훨씬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하지 못한다고 여행을 할 수 없는 건 아닙니다. 세상엔 친절한 사람들이 훨씬 많으니까요. 여행을 더 풍성하고, 낭만있게 만들어주는 건 현지 사람들과의 교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어를 놓으니 그 사람의 몸짓과 표정이 더 풍부해집니다. 그래서 그 공간을 생각하면 멋진 풍경보다 그곳에서 만났던 친절한 사람들이 생각납니다. 역시나, 이번에도 순간순간 스쳤던 사람들이 제가 찾아갔던 곳의 기억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이번 리장까지 기차표는 비즈니스로 예약했습니다. 아직, 비행기도 비즈니스를 타본 적이 없는데... 심지어, 쿤밍에는 비즈니스 라운지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전... 아주 오래전부터 가고 싶었던 리장에 돌고돌아 드디어 도착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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