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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

by 송나영 Jan 11. 2025

  "정비사한테 그렇게 물어보시면 뭐라고 얘기하겠어요?" 뜸을 들이고 그는 "컵이 빠질 수도 있으니 언제까지 그대로 타셔도 된다고 말해 드릴 수는 없지요."라고 말했다. 내가 차를 수리하지 않고 그대로 타면 어떻겠냐고 물었더니 기사님은 그렇게 말했다. 우문현답이다. 정비사한테 꼭 수리해야겠냐고 그냥 타면 어떻겠냐고 묻는 나한테 정직한 답변이 돌아왔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바보 같은 내 질문에 말이다.

  아들이 차축에서 소리가 나는 거 같다고 했다. 나는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잘 들리지 않았다. 운전하기 불안해서 늘 다니던 정비소로 갔다. 시운전을 해본 후에 정비기사는 소리가 차축에서 나는 게 맞다고 얘기해 줬고 부품이 지금 없다고 주문하면 며칠 걸린다고 했다. 그럼 일주일 후에 다시 올 테니 주문해 달라고 했다. 깐깐하지도 않은 주제에 갑자기 나는 견적서를 문자로 찍어 달라고 했다. 나는 들을 말을 고스란히 전할 수 없어서 아들한테 이렇게 고친다는 말을 하려고 보내달라는 거였는데 좀 의아했던 모양이다. 그 말을 하면 되는데 왜 그 말이 톡 튀어나오지 않는지 우물쭈물하고 말았다.

  유달리 귀가 예민해서인지 남들은 별로 관심 없는 소리에 나는 까다롭게 굴었다. 어 이거 무슨 소리지? 예전에 안 들리던 소린데. 운전할 때 소리가 조금 이상하면 부리나케 카센터로 갔다. 브레이크 페달이 조금만 헐거워도 차 수리를 맡겼다. 경차를 탔을 때는 에어컨만 켜면 나는 소음 때문에 몇 번이고 정비소를 찾았다. 그러니 돈이 남들보다 배는 들었다. 이상을 느껴서 물어보러 가면 괜찮다는 말보다 이거 고쳐라 저거 고쳐라 해서 매달 몇 십만 원씩을 경차 수리비로 썼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

  현대 기아차를 좋아하지 않는 것도 현대, 기아 서비스센터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현대차를 타는 동안에도 자주 카센터에 갔다. 별거 아니니까 괜찮다는 말은 거의 듣지 못했다. 항상 바가지를 쓰는 느낌이 강했다. 한 번은 음주운전자한테 차를 받히고 다니던 현대서비스센터에 갔다. 사장은 사고를 낸 사람이 보험으로 하겠다는 말을 듣더니 태도가 바뀌었고 직원한테 다른 견적서를 가져오라고 했다. 그리고는 사고로 찌그러진 문짝 말고도 그 주변에 갈 수 있는 부품을 모두 청구해서 상대방 보험사에 보냈다. 사장의 기세에 눌려서 그건 이번 사고 때문이 아니라는 말을 할 새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멍청이 보고만 서있었다. 그런 일을 나도 겪을 텐데 그건 아니라는 말을 했어야 했다.

  항상 꽝을 뽑는 거 같다. 한 달 주유비가 거의 50만 원이었다. 동네만 몰고 다니는데 너무 기름을 많이 먹어서 모닝으로 바꿨다. 1년도 안 돼서 모닝의 기어까지 통으로 갈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차라리 차를 환불해 달라고 해야 맞았다. 1년 동안 4번이나 새 차를 수리를 맡겼고 서비스센터 직원도 이 차는 문제가 많다고 얘기해 줬다. 카센터에 점점 불신이 쌓여갔고 여기저기 괜찮다는 데를 찾아 떠돌아다녔다. 지인의 고향사람이 한다는 카센터에 가서 차 소음 때문에 왔다고 했더니 문제점을 짚어줬다. 좀 거리가 있어서 집 주변에서 고쳐도 된다고 해서 기아 오토큐라는 정비소에 차를 맡겼다. 처음에는 문제를 못 잡아서 다른 데서 이게 문제라더라 가르쳐줬더니 그게 문제인 거 맞다고 수리를 했다. 수리비는 또 엄청 청구됐다. 차를 산 가격보다 몇 년 동안 들어간 수리비가 더 많았다. 물론 차 안전검사에서는 차 상태가 무척 좋다고 했다.

  유독 카센터에 의심이 많은 건 내 경험 때문이다. 주변에서 마트에 있는 스피드메이트를 권해서 거기서 엔진오일을 갈았다. 사장님도 과하게 수리비를 청구하지 않아서 정말 오랜만에 편하게 몇 년 다녔다. 그러다 엔진 브레이크가 밀려서 안전검사 전에 교체하기로 했다. 지인은 정말 양심껏 수리하는 데가 있다고 알려줬다. 소개받은 곳으로 갔더니 사장님이 핸들을 이리 돌려라 저리 돌려라면서 바퀴 쪽을 살피셨다. 그리고는 바퀴 있는 데가 문제였다고 교체 없이 만 얼마에 해결을 했다. 놀라운 일이다. 차 수리는 무조건 몇 십만 원 이상씩 들어갔는데 세상에나 만 원 단위에 해결이 된 거다.

  정직한 사람을 만나면 하루종일 기분이 좋다. 뭔가 바가지 쓴 거 같아서 내가 또 호구당한 거 같아서 찜찜한 마음이 가시질 않아서 며칠씩 끙끙거리지 않는다. 아닌 것을 아니라고 하고 맞는 것을 맞다고 하는 일이 참 어려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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