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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Apr 10. 2024

벚꽃이 질 무렵

- 화사하게 피고 깔끔하게 지다, '벚꽃엔딩'을 음주해보았다.

어느덧 화려하게 하늘을 대신하던 벚꽃이 막을 내리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여도 여러 벚꽃 축제가 이제 막 시작한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언제 또 시간이 이리 지난 것인지, 아직까진 풍경을 밝게 만드는 꽃나무가 여럿 있긴 하지만 그 아래의 흙색은 점점 하얗게 바뀌어가고 있는 중이다. 


오늘은 이렇게 끝을 보이고 있는 벚꽃을 기념한 술을 한 병 가지고 왔다. '벚꽃엔딩', 우리가 굉장히 잘 알고 있는 노래와 똑같은 이름을 가진 이 작품은 과연 어떠한 맛과 향을 보여줄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화사하게 피고 깔끔하게 지다, 벚꽃엔딩

사실 겉으로 보이는 병의 형태는 지금껏 봐왔던 이 용량대의 다른 전통주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어디까지나 차이점이 없는 것은 병의 모습이 끝이며,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는 '벚꽃엔딩'이라는 술의 이름과 어울리는 자태를 그대로 뽐내고 있다. 


먼저 병 안으로 보이는 연분홍 술의 색깔과 함께 가지런하게 물 위로 올려져 있는 벚꽃은 술이 가진 아름다움을 한 층 높여준다. 참 인상 깊었던 것이 실제로 벚꽃이 들어있다는 것이었는데, 꽃을 이용한 전통주들은 여럿 있었지만 이렇게 실제로 꽃을 둥둥 띄워 놓은 술은 처음이었다. 전면부엔 별 다른 라벨 없이 술의 명칭이 적혀 있으며, 이 역시 진한 분홍색으로 나타나 있어 전체적인 어우러짐이 참 좋다고 생각된다.


'벚꽃엔딩'은 '제주왕지케'에서 아름다운 벚꽃을 통째로 넣어 만들어낸 술로서, 예쁜 핑크색에 국내산 사과와 겹벚꽃이 들어가 마치 봄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의 아름다운 감성을 연상시킨다.


이승훈 국가품질명장이 품질을 보증하는 제품이기도 하며, 사과 농축액과 사과향을 더해 달콤한 향기와 함께 달달하면서도 사랑스러운 풍미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제품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15도, 가격은 12,100원. 혼자 마시기 딱 적당한 양에 보통의 소주보다 조금 적은 알코올 함유량, 한 병 가격치곤 약간 비싼 느낌의 금액을 지녔다. 물론 언제 그랬듯이 이 술이 부담스럽지 않은지는 마셔봐야 알 일이긴 하지만.

잔에 따른 술은 병 안으로 비추는 것보단 확연이 연한 벚꽃색을 선보인다. 분홍색 물감을 정말 딱 한 방울 정도 떨어뜨린듯한 빛깔로서, 은은하게 꽃잎에 물들어 있는 것이 나름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고 여겨진다.


얼굴을 가까이 하니 플로럴한 사과향이 잔으로부터 흘러나온다. 청사과와 꽃, 민트, 약간의 츄잉검 느낌을 지닌 향이 달콤한 형태로 코를 안아주며, 15도라는 도수를 가지고 있음에도 알콜의 역함은 일절 느껴지지 않는다. 살짝 톡톡 튀는 사과 같은 향이 은은하게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니 조금 달달한 술이 입 안을 채워 간다. 사과의 단 맛과 함께 미미한 산미, 알코올의 약한 씁쓸함이 전해지고, 과실의 향이 코에 맴돌며 부드러운 질감을 선사한다. 청사과의 향미가 입과 코에서 동시에 퍼지는 것이 꽤나 마음에 든다. 다만 단 맛 다음 중간부터 나타나는 씁쓸함이 마지막까지 이어지는데, 이 때문인지 약간 아쉬운 목넘김을 가져다주는 듯하다.

목구멍을 넘어간 후에는 앞서 보여주었던 향과 감미, 고미를 슬며시 남긴 후에 사라진다. 맛보다는 향이 선물하는 여운이 조금 더 긴 술로서, 이 때 느껴지는 후미의 길이는 약 4초 정도로 느껴진다. 한 차례 사과향이 코에서 퍼지고 나면 깔끔하게 다음 잔을 준비하면 될 것이다.


적당한 바디감에 향과 같이 퍼지는 풍미가 매력적인 친구이다. 앞서 코로 맡았을 때 은은하게 다가왔던 향이 술을 마실 때에도 크게 죽지 않고 조화를 끌어올려준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맛도 괜찮았지만 이 향이 코에서 동시에 퍼져나가기에 조금 더 좋은 어우러짐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벚꽃엔딩'이라는 이름에 맞게 맛의 방향 역시 '벚꽃'처럼 피고 진다. 약간의 감미와 함께 플로럴한 향을 코에 화사하게 펼쳐놓았다가 꽃잎이 떨어지듯이 어느 순간 사라지는 엔딩을 보여준다. 또한 술 자체가 그리 무겁지 않고 가볍게 흘러들어왔다가 가볍게 날아가기에 큰 호불호가 느껴질 것처럼 생각되진 않는다. 씁쓸함이 느껴진다곤 하였지만 알코올의 역함이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전혀 아니며,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아쉬움이기에 자신이 달콤한 술을, 혹은 감성적인 술을 마시고 싶다면 한 번쯤 음주해 보아도 좋을 것이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매콤한 음식을 권하고 싶다. 디저트류도 나쁘지 않겠지만 고미가 있다 보니 오돌뼈나, 닭발 등과 함께 하여도 잘 어울릴 듯싶다.


'벚꽃엔딩', 외관과 향이 아름다운 술이었다. 벚꽃이 지고 있는 이 시점 이 술과 마무리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20% 이상 상이하다. 현재 온라인상에서 구매할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으니 잘 보고 살 수 있도록 하자.


벚꽃의 마지막을 함께한 '벚꽃엔딩'의 주간평가는 3.7/5.0이다. 벚꽃은 참으로 깔끔하게 피고 지는구나.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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