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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링 Jun 10. 2024

총량의 법칙과 감사하기

지랄의 잔량


‘총량의 법칙’이란 우주의 존재 이치를 다루는 ‘총량 보존의 법칙’에서 유래된 것으로

모든 사물에는 총량이 정해져 있고, 그 총량을 벗어나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에너지보존법칙에서 에너지의 형태가 변할 수 있지만 그 총량은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총량의 법칙을 검색해 보면 행복총량의 법칙, 행운총량의 법칙, 인생 총량의 법칙, 지랄 총량의 법칙들이 검색된다.

사춘기 지랄의 총량은 검색되지 않는다.

사춘기 지랄은 자식이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내게 지랄하는 양일테니 지랄 총량의 법칙 카테고리에 들어갈 듯싶다.

지랄의 잔량은 얼마나 남았을까?

일 년 전부터 이야기해 오던 가족여행이 있었다.

가족 모두가 여행을 가기로 동의를 했고 다시 한번 여행 일정을 확인했을 때에도 서로 문제가 없었다.

올해 4월쯤 모두의 의견을 다시 수렴하여 여행을 확정했다.

숙소, 교통편, 일정까지 모두 결제 완료한 상태였다.


여행을 가기 일주일 전, 아들은 한 달 전부터 기말고사 준비를 하겠다며 가족 여행에서 빠지겠다고 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땐 어안이 벙벙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거지, 아들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의도고 뭐고 시간이 흐르자, 약속한 것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아들에 대한 분노가 차 오르기 시작했다.

아들을 놓고 여행을 갈 수가 없으니 보호자 한 명은 집에 남아야 한다는 결론을 냈기에 가족 여행은 더 이상 가족여행이 아니게 되었다.

평소에 안 하던 공부를 갑자기 한다고 여행을 안 간다고 하니 기가 찼다.

얼마나 공부를 하려고 그러나 싶다가도 몇 달 전부터 준비해 온 여행을 이렇게 못 가게 되는구나 속상함이 가득했다.

시간이 지나니 아들에게 낼 화는 무기력이란 감정으로 바뀌었다.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았다.

말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나는 행복했던 것일까?

행복했다면 고통이 반듯이 따라온다.

나는 가족 여행을 간다며 행복해했던 게 분명하다.

나보다 한 뼘 좀 더 큰 애가 여행에서 빠진다고 의견을 냈을 뿐인데

어쩜 이렇게 고통스러울 수가.


하루에 견뎌내야 하는 고통의 양은 정해져 있는 느낌이다.

하루를 잘 버티니 이틀째가 되었고 눈 깜짝 할 사이에 삼일이 흘러있었다.

화, 분노, 무기력이란 감정을 자연스럽게 지내보고 나니 의욕이라는 감정이 찾아왔다.

나머지 사람들과 여행을 가봐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아들을 두고 여행 갈 채비를 한다.

그리고 모든 것에 감사하기로 했다.

아들이 갑자기 공부를 하겠다고 하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교통편을 다시 예약하는데, 아무런 제약 없이, 고민 없이 돈을 쓸 수 있음에 감사하기로 했다.

이렇게라도 남은 인원이 여행 갈 수 있음에 감사하기로 했다.

감사한 마음이 들기 시작하니

오래전 아들의 존재만으로도 감사하던 때가 떠올랐다.

비록 여행을 안 간다고 한 아들이지만

오늘도 무탈하게 하루를 보내고 온 아들에게 감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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