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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링 May 27. 2024

엄마는 아들의 가지를 쳐 줄 수 없다.

사춘기는 친구가 선생님이다.


사춘기의 아이를 키우는 일이란

아이를 키운다는 느낌보다

나란 인간을 성인(군자)으로 성숙시키기 위한 길을 걷고 있는 느낌이다.


아이가 어린이집 다닐 때까지만 해도

엄마가 체력을 키우면

무장된 체력으로 모든 문제(체력과 정신)를 극복하고 뛰어넘을 수 있단 느낌이었다면

청소년의 경우는 체력은 필수요, 거기에 정신적 성숙을 도모해야 이 관문을 무사히 지나갈 수 있는 느낌이다.

인내는 별첨부록이랄까. 이 시기엔 우울증을 조심해야 한다.


*


첫째 아들의 중간고사 기간이었다.

평소에 공부를 해놨으면 좋으련만.


다행히 수학은 학원을 다녀놔서 평소에 해서 그런지 만족하는 성적을 얻고 기뻐했던 반면

다른 과목들은 모두 고개를 떨구는 성적을 받아왔다.


’ 다음 날 남은 과목들이 있으니깐 ‘

희망의 불씨는 밤샘을 불러왔다.


남은 과목들을 잘 보기 위해 아이가 평소에 안 하던 밤샘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말을 듣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달리기에 비교하자면 42.195 킬로 풀코스 마라톤 대회를 앞두고

전날 50킬로를 미리 달리는 느낌이랄까.


시험 전날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그게 아니라고, 아니라고 말해도

친구들이 그랬다며…

친구말대로 하겠다는 사람을

곁에 두고 있었다.


오래전 공부 좀 하던 선배가 백번 말해도 씨알이 먹히지 않는다.

공부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백번 알려줘도 엄마인 내 말은 듣지 않는다.

오로지 친구들 공부 방식을 더 믿고 따른다.

‘쩝…. 아쉽다.’

차라리 친구들에게 정보를 흘려주고 아들과 함께 공부 시키는게 더 빠른 방법인 것 같다.


내 말은 안 들으니

당연히 아들은 밤을 새웠다.


밤을 새우면 시험 시간에 졸려서 아는 문제도 틀릴 수 있다 말했지만

아들은 그럴 일 없다며 밤을 새웠다.

친구들이 그렇게 말했다 했다.



시험 공부한다고  밤을 새우는 바람에

나 또한 밤을 새우고 자는 둥 마는 둥 했다.

‘이게 뭔가.’

아이들 열감기 이런 거 아니면 밤 안 새웠는데

이제 잘 안 아픈 대신 중간고사 기말고사 기간에 이래야 한다고?

‘어휴. 평소에 해라. 그래줄 수 없니?‘



나는 이 시기를 참고 인내해야 된다.

기다려줘야 한다.

기다리자 기다리자.



시험을 보고 아들이 돌아왔다.

시험 본 아들의 얼굴 빛이 썩 좋지 않았다.

“엄마, 엄마 말이 맞더라. 친구들이 안졸리다 했는데… 나 시험 시간에 졸았어. “

“이번에 경험해 봤으니 다음 시험땐 밤 안 새면 되지.”



실패하는 경험을 하다 보면

스스로 깨닫는 날이 오겠지.

전두엽 가지치기를 잘 해내면

단단한 네가 되지 않을까.


너의 단단한 가지에 봉우리 피우고 초록초록한 잎이 나고 열매도 맺겠지.

우선 가지치기를 안전하게 끝내고

봄이 오길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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