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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링 May 20. 2024

여름이 돌아왔다

동계 교복

나의 몸, 어느 한 구석에서 떼어 나온 세포 조각이 165센티 인간이 되어있다는 게 신기한 요즘이다.

나의 한 부분이라 생각해서 그런지 아들의 더위도 내 더위인 거 같고, 아들이 아프면 내가 아픈 거 같고.

분명 부모의 마음이 그런 거지. 나의 한 부분이란 마음이 들기 때문 일지도 모른다.


30센티의 아들이 165센티가 되는 과정을 지켜본 중학생 엄마다.

이미 중2병이란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들은 것과는 사뭇 다른 패턴을 보인다.

중학교 입학, 학교 문 들어서자마자 변한 아들.

중학교 교문은 다른 세계관으로 가는 입구였던 것인가.



무더위가 찾아왔는데 벗을 줄 모르는 기모 체육복으로 한참 실랑이를 한 적이 있다.

내 한 부분이 누구보다도 시원하게 다녔으면 하는 나의 바램과

이 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덥지 않다.’ 주장하던 중학생 아들과의 실랑이 었다.


육아를 할 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란 단어로 나의 과거를 들추어보며

아들을 의례 짐작해 보려고 노력한다.

나의 중학생 때를 떠올려 봐도 도대체가 나와 다른 종족인 게 분명하다.

나의 한 부분인데 왜 이런 거지.

도대체 왜?



그의 패션을 이해할 수 없다.

중학생 종족을 조금은 더, 잘 이해하는 남편은 아이의 이런 부분을 그냥 두라고 했다.


그냥 두기? 싫었다. 더운 게 분명한데 말이다.

말해 뭐 해. 나의 말은 듣지도 않는 아들 녀석.

그 더위에 긴팔, 기모 벗을 줄 모른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아들 녀석의 머리가 축축하고 땀에 젖어있다. 분명 더운 건데...


떠올려보면 옷가지로 싸웠던 건 이때만이 아니었다.

아들이 네 살 때였다.

계절과 맞지 않은 옷을 입고 나가겠다고 생떼를 피우던 그때가 있었다.

여름에 한 겨울 옷을 입고 나가겠다던 네 살 아이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라줬던 기억이 떠올랐다.

귀여웠다 생각했고 겪어보면 네가 벗을 것이다 생각했던 것 같다.

네 살짜리는 경험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더랬다.

더우면 그것이 아닌걸 스스로 깨닫겠지.

두꺼운 옷을 입고 나간 네 살 꼬맹이는 덥다는 걸 진즉 깨닫고 본능에 충실히 모든 옷을 벗고 얇은 옷으로 갈아입겠다고 했다.



하지만 중학생은 다르다.

더워도 참는다.

본인의 의지가 강해지는 시기가 분명했다.

분명 더울 텐데 기모를 입고 며칠을 돌아다니면서 땀을 뻘뻘 흘려도 두꺼운 옷을 입고 다닌다.

본인의 강인한 의지가 발휘되는 순간이다.



우리 아이만 이러면 어쩌지 싶었는데 등교하는 아이들을 둘러보니

모두가 약속한 것처럼 상하의 긴팔을 입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나만의 고민이 아니겠구나.

중학생 엄마들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겠구나.


장을 보다 저 멀리서 보이는 긴 팔 교복을 입은 아이가 보인다.

땀으로 떡진 머리를 보면서

‘쟤는 중학생이구나.’ 하는 여름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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