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1일
매년 6월 21일은 프랑스의 뮤직 페스티벌 날이다. 사실은 파리에 오기 전까지는, 프랑스에서 매해 뮤직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것조차 몰랐었다. 어학원에서 만난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가 우연히 그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다. 뮤직 페스티벌을 어디서 하냐고 물어보니 ‘파리 전역’에서 한다고 했다.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어떻게 도시 전역에서 페스티벌을 한다는 건지. 그래서 학원 선생님께도 여쭤보니 역시나 ‘파리 전역’에서 한다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궁금한 마음에 검색해 보니 ‘파리 전역’에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 이외에는 그 어떤 정보도 찾을 수 없었다. 어떻게 도시 전체에서 음악 축제를 연다는 거지?
페스티벌 당일인 오늘, 학원을 오는 길에 어떤 음악소리도 들을 수 없어서 아쉬웠다. 그렇게 아무 곳에나 가도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면서 왜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는 거지? 그러다가 커피를 사며 카페의 바리스타에게 투덜거리며 오늘 뮤직 페스티벌이라고 하는데 음악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서 아쉽다고 했다. 그러자 그는 샤뜰레나 마레처럼 번화한 곳에 가면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귀뜸해주었다.
그의 말처럼 샤뜰레에서 본 파리 음악 페스티벌은 상상도 못 했던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축제 분위기에 한껏 들떠있었다. 못 보던 푸드트럭들이 소시지를 굽고 있었고 고기 굽는 연기가 샤뜰레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또 술집과 음식점에서는 들고 다니기 좋은 샌드위치나 케밥처럼 축제 메뉴들을 팔고 있었다. 그중 한국의 핫도그도 꽤 인기가 좋았다. 또 ‘파리 전역’에서 어떻게 페스티벌을 하는지에 관한 의문도 단박에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평범한 점포들 밖이나 안에서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중국집 안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디제이가 디제잉을 하고 있었다. 그 언발란스함이 어색하면서도 신선했다.
축제 분위기가 만연했다. 비눗방울이 꿈결처럼 차올랐고, 그 앞에서 어린아이들은 까르르 웃으며 비눗방울을 쫓고, 아버지는 음악에 맞추어서 춤을 추었다. 뮤직 페스티벌이 이렇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행사일 수 있다니.
도시 전역에서 축제를 하니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과 젊은이들, 아이들까지 음악을 즐기며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우리나라에서 뮤직 페스티벌은 젊은이들만의 것인데 말이다. 하루 정도 서울 전역에서 음악 페스티벌을 한다면 어떨까. 트로트도 부르고, 클래식도 연주하고, 디제잉도 하는 것이다. 우리도 흥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우니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프랑스의 행사가 즐거웠던 만큼, 우리나라는 이렇게 전 연령대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자리가 없는 것 같아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어떻게 도시 전체, 아니 나라 전체에서 뮤직 페스티벌을 할 생각을 했는지. 프랑스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놀라웠다. 집 아래의 가게에서 연주를 하면 누군가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소음에 시달릴 텐데. ‘우리 그냥 한번 해보자.’ 하고 사회적인 합의를 이뤄냈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역시 예술의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느리고 불편하지만, 함께 춤추며 노래하는 낭만이 있는 프랑스의 매력에 한층 다가선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