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들의 솔직함에 관하여

6월 23일

by 너랑

“나 요즘 살찐 것 같지 않아?”


연인들 사이에서 들으면 당혹스러운 말에 손꼽힐 정도로 대답하기 무척 난처한 질문이다. 이 질문과 관련된 재미있게 보았던 밈 중에 이런 것이 있다.


“나 살찐 것 같지 않아?”라고 친구가 물어보면, 미국인들은 이렇게 말한다.


“아냐, 너는 정말 어메이징 해. 진짜 섹시한데? 근데 너 사실은 살 빠진 거 아니야? 살 빠진 거 맞지?”라고.


하지만 프랑스인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응. 너 살찐 것 같아. 그리고 더 못생겨진 것 같아.”라고.


그 밈이 너무 과장되고 웃긴 것 같아서 몇몇 프랑스인 친구들에게 보여주었다. 하지만 다들 놀란 기색도 없이, “응, 프랑스인들은 원래 솔직해.”라고 대답했다.


근래, 학원 앞에 있는 카페의 아르바이트생과 꽤 친해졌다. 파리의 커피는 전반적으로 런던에 비해서 실망스럽지만, 이곳의 라테는 맛이 있었다.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을 담아서 “여기 커피가 파리에서 제일 맛있는 것 같아!”라고 말했더니 갑자기 아르바이트생의 표정이 바뀌었다.


“아니야.”

그의 대답에 귀를 의심했다. 응? 뭐라고?


“여기 커피가 제일 맛있는 건 아니라고. 물론 우리 커피도 좋긴 하지.”

이런 종류의 대답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황했다. 하지만 그는 제일 맛있는 커피 전문점 몇 곳을 소개해주었다. 본인이 추천해 준 카페에 다녀오면 다른 곳도 추천해 주겠다고 했다.


이렇듯 프랑스인들의 솔직함은 나를 가끔 당혹시킨다. 카페 종업원이 다른 카페를 추천해 주다니… 보통은 웃으면서 고맙다고 하지 않나? 하지만 여행객으로서는 현지인이 추천하는 파리에서 가장 맛있는 카페에 갈 수 있다는 게 싫지는 않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나는 솔직한 사람이야.”

프랑스인들은 솔직하지 않으면 부모님께 매질이라도 당하면서 커온 걸까…


프랑스인들은 내가 무언가를 물어보면, 강박적일 정도로 꾸밈없이 대답한다. 싫은 건 싫고, 좋은 건 좋은 거고, 살찐 건 찐 거고, 최고의 카페가 아닌 건 아닌 거다. 관찰자의 눈으로 보면 프랑스인들의 모습은 한국인들과 너무 달라서 신선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나는 언제나 황당할 정도로 솔직한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껴왔기 때문에, 프랑스인들의 이런 모습이 싫지는 않다.


물론 나는 프랑스인이 아니기에, 친구가 살쪘냐고 물어보면 “그게 무슨 소리야! 넌 언제나 완벽하다고!”라고 대답할 거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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