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스윗 Jun 16. 2023

너는 나의 주크 박스

이젠 들을 수 없는 노래

"나 00 불러줘"

"그게 듣고 싶어?"

"응"


노래 주문만 하면 망설임 없이 불러주던 수많은 노래들. 

높은음, 낮은음 할 것 없이 다 소화해 내던 너.

발라드면 발라드, 댄스면 댄스 장르 상관없이 변화무쌍했던 너.

절대 성시경은 될 수 없는 목소리로 최대한 부드럽게 부를 때면,

산적 같이 생긴 너를 안 보려고, 두 눈을 가리고 목소리만 들었던 나.


언제나 다정했던 너는 노래방에서 가장 빛이 났었지

주크박스 기계처럼 번호만 누르면 바로바로 노래 불러주던 너

일부로 높은음이 나는 '김경호 노래'를 눌러도 목의 핏대 터질 듯, 

목청 터지게 불러주던 너.


좁고 답답하고 냄새나는 노래방이, 

네가 노래 부를 때면 울창한 숲 속에 온 것처럼

피톤치드 그윽한 청량함이 느껴지고,

분위기까지 바꿔 놓던 너의 멜로디.


이젠 그 누구와도 노래방에 가지 않아

다시는 실망하기 싫어서,

다시는 너의 노래가 귓가에 맴도는 게 싫어서,

영원히 내 맘속에 간직된 수많은 노래들.

그 시절 나만 알고 있던 주크박스

끊어져버린 주크박스.





노래를 좋아하던 나는 만나는 친구도 잘하길 바랐는데 그때 만났던 친구가 워낙 노래를 잘 불러서 노래방을 자주 다녔다. 발라드, 댄스부터 팝송까지 부드러운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제법 잘 불러줘서 노래방은 즐거웠던 추억의 장소이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그때의 음악을 들으며 아주 오래전 이야기를 떠올려 본다.




사진: Unsplash의 Max Tcvetkov

이전 10화 꿈에서 본 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