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좋으니까 과거는 두고 밖으로 나갈게요.
에필로그
봄이 한창입니다. 매일이 화창하고 벚꽃이 만개하고 온갖 꽃들이 예쁘게 피어나는 계절, 사람들도 겨울 내내 몸을 웅크리다 다들 피크닉을 나오는 그런 날이에요. 사실 저는 봄을 좋아하지만, 몸과 마음이 제일 자주 아픈 계절이라 맘껏 이 계절을 만끽하지는 못 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봄에 아픈 기억이 하나 둘 생겨나니 왠지 조금 아픈 손가락 같은 계절이 되어버려서 그것도 아쉽고요. 그래도 매일 알레르기 약이나 우울증 약도 먹고 틈틈이 친구들과 꽃도 보고 일도 하고, 나름대로 올해 봄을 맞이하는 데 충실했어요. 웅크려 있기에는 너무 아쉬운 계절이고,
밖에 예쁜 꽃들이 이제 과거는 놓아주고 밖으로 나와보라고 아우성치는 것 같아 열심히 외출도 했습니다.
지금까지의 글들은 제가 두 해에 걸쳐 겪은 일을 , 스스로 복기하고 검열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쓴 저의 기록들입니다 연애를 오래 하고 결혼을 했지만 관계가 깨지는 건 정말 한 순간이었습니다. 그 끝을 받아들이는 데도 힘들었지만 조금만 괜찮아져도 마무리 짓지 못한 일들이나 감정의 동요가 또 폭풍처럼 찾아와 자주 주저앉기도 했습니다. 글을 쓰며 많이 울기도 하고 스스로 고생했다고 다독이기도 하며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 위로와 격려를 받을 수 있어서 잘 버틸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마치 태풍의 눈 속에 들어온 것처럼 조금은 고요하고 차분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저 저를 돌보고, 사람 보는 눈을 되돌아보며, 가족들을 더 챙기고,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전 남편과 어떤 법적인 분쟁이나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지만, 글을 쓰며 다시 한번 그가 어떤 사람인지, 제가 어떤 것을 중요하게 여기며 사는 사람인지를 깨달았기 때문에 덜 흔들리며 판단하고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제, 아픔의 기록은 차곡차곡 남겨둔 채로 저의 앞으로의 삶에 대해, 제가 걸어온 길에 대해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저는 제가 생각보다 이타적인 사람이라는 걸 이혼을 하며, 글을 쓰며 다시 한번 느껴서 자신에 대해 스스로 더 많이 성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동안 글을 읽어주시고 댓글을 달아주시고 응원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나의 글을 쓰고 남의 글을 읽는다는 건 참 좋다는 걸 알려준 브런치에게도요:)
앞으로도 부족하지만 고군분투하는 저의 싱글 라이프에 대해 글을 쓰고 싶습니다.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시면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삶에서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