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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물원킨트 Jun 07. 2024

형석의 소개팅


형석이 하루 종일 응급실에서 사투를 벌인 뒤 겨우 잠깐의 여유를 찾은 저녁이었다. 마침 친구의 소개로 소개팅을 잡아두었기에, 그는 평소와는 다르게 깔끔하게 면도하고 정장을 차려입었다. 저녁 7시, 서울의 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형석은 조금 초초하게 상대방을 기다리는데 잠시 하품이 나왔다. 아무래도 계속되는 응급실 강행군에 피곤이 몸을 감싸안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잠시 뒤 누가 봐도 아름다운 여인이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형석은 그렇게 미모의 여인, 지수와 마주 앉았다.


"안녕하세요, 형석씨. 오늘 많이 피곤하신가 봐요?"


지수가 미소 지으며 물었다.


"아, 조금요. 하지만 지수씨를 만난 순간 피로가 다 사라졌습니다."


형석은 지수의 상냥함에 미소를 감출 수가 없었다.




둘의 대화가 무르익어 갈 무렵, 갑자기 식당 한 쪽에서 고함이 들려왔다.


"누가 좀 도와주세요! 여기가 너무 아파요!"


한 남성이 배를 움켜잡고 고통스러워했다.


형석은 반사적으로 일어나 그 남자에게 달려갔다.


"무슨 일이죠? 어디가 아프세요?"


남성은 겨우 숨을 몰아쉬며 대답했다.


"배가… 배가 너무 아파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요."


형석은 즉시 그의 상태를 살폈다.


"맹장염일 가능성이 있어요. 빨리 병원으로 가야 합니다."


형석은 직원에게 119에 신고해달라고 부탁하고, 지수에게 말했다.  


"이 분을 모시고 응급실에 가야할 거 같아요. 죄송하지만 지수씨, 나중에 다시 뵙죠."


지수는 당황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형석씨만 괜찮다면 같이 가요."




구급차가 도착하자 형석은 환자와 지수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한 형석은 바로 환자를 수술실로 옮기며 처치를 시작했다. 마침 응급실에서 근무 중이던 은경이 그 장면을 목격하고는 자신도 예상못한 묘한 질투심에 사로잡혔다.


'저 여자는 누구지? 형석이 저렇게 신경 쓰다니…'


은경은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어쩐 일인지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형석은 은경을 보며 간단히 목례로 인사를 나눈 뒤, 바로 수술 준비에 돌입했다.


"은경 선배님, 이 환자 맹장염일 가능성이 높아요. 바로 수술 준비해주세요."


은경은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알았어."


형석은 지수를 향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지수씨,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환자를 수술하고 금방 돌아올게요."


지수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조심하세요."


은경은 힐끔 여자를 위 아래로 훑어보았다.


수술실에서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형석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수술을 진행했다.


"스칼펠"


형석이 차분히 말했다. 은경은 수술 도구를 건네며 형석을 지켜보았다.


"환자 상태 어때 보여요?"


형석이 물었다.


"혈압은 안정적인데 맹장은 곧 터질 것 같아. 빨리 제거해야 해!"


은경이 답했다.


"알겠습니다. 걱정마세요."


형석은 신속하게 맹장을 제거했다.


"클램프."


은경이 건네준 클램프로 맹장 끝을 집어낸 형석은 조심스럽게 수술을 마무리했다.


"오! 진짜 빨리 끝났어. 잘했어, 형석."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난 후, 형석은 지수를 찾아갔다.


"이제 다 끝났어요. 환자는 무사해요."


지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다행이에요, 형석씨. 정말 대단하시네요."


형석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제 다시 저녁을 먹으러 갈까요? 아직 식사를 마치지 못했잖아요."


둘은 다시 레스토랑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응급실로 또 다른 환자가 실려 왔다. 이번에는 심각한 교통사고 환자가 둘이었다. 환자는 모두 의식을 잃고 출혈이 심한 상태였다.


형석은 다시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


"지수씨, 미안해요. 이 환자를 처리해야 할 것 같아요."


지수는 실망스러운 듯 보였지만 이해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꼭 환자를 살려주세요."


두 사람은 다음을 제대로 기약하지도 못한 채로 응급실 입구에서 헤어졌다.




강철이 뛰어와 형석과 함께 급히 응급실로 돌아가 환자의 상태를 확인했다.


"출혈이 너무 심해. 빨리 개흉술을 해야 해."


은경도 다가와 강철과 형석을 도왔다.


"출혈 부위가 어디인지 확인할게요. 혈압이 떨어지고 있어요."


강철은 신속하게 흉부를 열어 출혈 부위를 찾아냈다.


"폐동맥이 손상됐어. 바로 봉합해야 해."


은경은 가슴을 졸이며 도와주었다.


"혈압이 안정됐어요. 잘 하고 있어요, 강철 선배."


세 사람 모두 집중력을 잃지 않고 수술을 이어갔고, 마침내 봉합을 이어갔다.


"거의 다 됐어."


몇 시간의 긴장된 수술 끝에, 결국 환자를 살려냈다.


"성공입니다. 환자는 이제 안정적입니다.."


은경은 그제서야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형석이 수술실을 나와 복도로 나오는데, 떠난 줄 알았던 지수가 복도 의자에 앉아있었다.


"생각해보니 전화번호를 알려드려야 할 거 같아서요."


"아..."


형석은 지쳐 보였지만 환하게 웃었다.


지수는 형석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정말 대단한 일을 하셨네요. 오늘은 이제 편히 쉬세요. 나중에 다시 꼭 만나요."


형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늘은 참 특별한 날이었어요. 이렇게 멋진 분을 만날 수 있어서요."


지수는 웃으며 말했다.


"저도요, 형석씨. 오늘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두 사람이 서로에 빠져 마주보고 있는 순간, 은경은 묘한 감정으로 두 사람을 멀리서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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