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여름은 마츠리( 祭り, 일본 전통 지역 축제) 또는 하나비(花火, 불꽃놀이)의 계절이다. 나는 마츠리에 대해 잘 몰랐는데, 알고 보니 각 지역마다 마츠리의 복장, 형식들이 달랐다. 그리고 자기 지역의 마츠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것 같았다. 마리모는 캐나다에서 워킹홀리데이로 2년간 체류했었는데, 체류기간 동안 일본에 오지 않다가 마츠리에 참가하기 위해서 일본에 왔었다고 했다. 내가 느끼기에 마츠리뿐만이 아니라 일본에서 자기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요소가 또 있었다. 회사 사람들에게 들은 바로는 지역별 캐릭터들을 투표하여 순위를 매기는 대회도 있다고 했다.
어쨌든 나도 게스트하우스 유엔에서 만난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서 마츠리, 하나비 구경을 갔는데,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맥주를 마시며 하나비를 구경하는 거에 맛 들어서 온 동네를 돌아다녔다. 마츠리, 하나비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유카타를 입고 구경을 나온다. 나는 유카타가 없었는데 회사 사람인 류상에게 선물로 유카타를 받았다.
그리고 그 무렵 회사의 과장인 키타바타케상이 주말에 카시와라마츠리가 열린다며 집으로 초대를 해주었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오사카 교외인 야오시에 있었는데 그 바로 옆이 카시와라시였다. 주말에 타다상도 함께 키타바타케상의 집으로 갔다.
회사 사람의 집에 초대받은 건 처음이었는데, 목조로 된 2층집에 정원도 있어 너무 예뻤다. 키타바타케상의 부인인 이시가키상이 점심 요리를 해 주었다. 키타바타케상에게 아들이 둘 있었는데 첫째는 만 나이로 4살이었고 둘째는 갓난아기였다. 점심을 먹고 2층에서 아기를 보며 시간을 보내다가 마츠리를 보러 집 밖으로 나왔다.
큰 단지리 위로 사람들이 올라타고 타악기 연주를 하며 춤을 추며 마을을 돌면 동네 사람들이 다 같이 나와서 구경하며 단지리를 따라갔다. 마츠리는 해가 져서도 계속되었는데, 커다란 단지리에 불이 켜지니 더 화려해 보이고 음악도 신나서 단지리 뒤를 졸졸 따라가며 구경하는 자체가 즐거웠다. 그리고 이런 전통을 매년 지켜나가는 게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시가키상의 요리를 너무너무 맛있게 먹었다.
이시가키상이 저녁도 차려 주었는데 저녁도 너무너무 맛있게 먹었다.
2013 카시와라 마츠리
마츠리는 밤 늦게까지 계속되었다.
이때까지 본 마츠리 중에 카시와라마츠리가 가장 인상 깊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종종 타다상에게서 카시와라마츠리에 놀러 오라는 메시지를 받았었다. 나는 한국에 돌아와서 짧지만 일본 회사에서의 경력을 인정받아 문화재 관련 일을 계속하였고 오사카에 방문할 때마다 타다상을 만났지만 여름이 아닌, 가을, 겨울에 방문하는 바람에 마츠리는 못 갔다.
그리고 한국에서 내가 재직 중인 회사와 일본 회사가 교류를 맺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나온 적이 있었지만 이 또한 성사되지 못했다. 왜냐하면 내가 32살에 회사를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면서 장기간 오사카를 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37살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나서야 처음 마츠리를 간 지 10년 만에 부모님과 함께 마츠리에 갈 수 있었다. 타다상과 키타바타케상, 이시가키상을 만났다. 갓난아기였던 키타바타케상과 이시가키상의 둘째 아들이 초등학생이 되어 있었고, 못 본 사이 셋째 딸도 태어나서 귀여운 소녀가 되어 있었다.
아버지께서는 딸이 귀엽다며 한국 지폐 5 만원을 선물로 주었고 이시가키상이 특별한 선물이라고 하였다.